[OSEN=최영균의 인사이더] 양현석과 박진영의 라이벌 관계가 형성되고 본격적인 격돌이 벌어진 것은 2003년이었다. 물론 1990년대 양현석이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 방송 차트 1위 자리를 놓고 솔로 가수였던 박진영과 맞붙은 적은 있지만 당시는 급이 달랐다. 둘이 가수를 그만 두고 제작자 겸 프로듀서로 직업을 바꾼 이후에도 god의 가장 대중적인 음악을 지휘한 박진영과 힙합을 추구했던 양현석은 충돌 없이 각자의 영역에서 입지를 다졌다. 2003년은 양현석의 세븐이 데뷔한 해다. 그리고 한 해 전에는 박진영의 비가 가요계에 등장했다. 비와 세븐은 유승준이 사라진 한국 가요계에서 최고의 남자 솔로 댄스 가수 자리를 놓고 맞닥트렸다. 양현석과 박진영은 지금도 자주 연락을 주고 받을 만큼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하지만 비와 세븐 주변의 소속사 관계자들은 당시 서로에 대해 강한 라이벌 의식을 드러냈다. 거기다 비와 세븐은 내세울 강점이 서로 비슷해 라이벌 구도는 깊어만 갔다. (이 평가를 당시에 둘 모두 인정하지 않았지만) 비는 춤, 세븐은 가창력(혹은 음반 판매량)이 좀더 낫다는 평이 있었고 비는 누나팬이, 세븐은 소녀팬이 상대적으로 더 많다는 분석도 있었다. 이처럼 장점이 엇갈리며 서로 평행선을 달리던 둘의 라이벌 관계는 비가 정지훈이 되면서 무너졌다. 정지훈이라는 본명으로 배우 생활을 시작한 비는 출연했던 드라마 ‘풀하우스’를 통해 단박에 아시아 스타가 됐고 점점 월드 스타를 향해 나아갔다. ‘가수로만 승부를 보겠다’던 세븐은 결국 가요시장의 끝없는 침체와 라이벌 비가 연기를 통해 월드스타가 돼가는 과정을 지켜보다 자신도 연기자 변신을 선언했다. 세븐도 연기자로 변신했고 또 가수로 미국 진출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 둘의 라이벌 관계에서 누가 이겼다고 판단하기는 좀 이르다. 다만 양현석과 박진영의 1차 대전은 비와 세븐의 스타덤만 놓고 볼 때 박진영이 점수에서 앞서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2차 대전은 양현석 박진영의 재기와 함께 발발됐다. 빅마마 휘성 등이 떠나고 소속 가수 음반 판매량이 급격히 줄어든 양현석과, 비 이후에 이렇다 할 성공 가수를 내놓지 못한 박진영은 올해 각각 빅뱅과 원더걸스로 가요계를 평정하며 ‘슈퍼 프로듀서’로 돌아왔다. 1차 대전은 남자 솔로 가수라는 제한된 영역을 다투는 국지전이었다면 이번 2차 대전은 가요계 전체를 놓고 패권을 다투는 전면전으로 확전됐다. 빅뱅의 ‘거짓말’과 원더걸스의 ‘텔미’는 그 인기의 폭발력이 너무도 강렬해 올해 상반기에는 다른 가수 히트곡이 뭐 있었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다. 그리고 이 두 곡은 2007년을 대표하는 곡 자리를 놓고 겨루고 있다. 거기다 쟁쟁한 선배 가수들의 도전을 물리치면서 1위 자리를 몇 주째 지키던 ‘거짓말’을 끌어 내린 곡이 ‘텔미’였다(이하 멜론 차트 기준). 그리고 다시 난공불락이었던 ‘텔미’를 2위로 주저 앉힌 것은 빅뱅의 ‘마지막 인사’다. 이 와중에 가수로서 신보를 발표한 박진영과 빅뱅은 서로 주간, 일간 음반 판매량 1위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양현석과 박진영의 2차 대전은 반갑다. 라이벌 구도가 형성되면 가요계는 활력이 생긴다. 1차 대전을 끝으로 영향력이 감소하는 듯이 보였던 두 ‘슈퍼 프로듀서’의 부활도 가요계로서는 반길 일이다. 이번 2차 대전의 결과도 나오지 않았지만 양현석과 박진영이 이번 격돌 이후에도 끝없이 전쟁(?)을 벌여주길 바란다. /대중문화가이드 ck1@osen.co.kr 양현석 라인의 세븐, 빅뱅(왼쪽 라인)과 박진영 라인의 비, 원더걸스.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