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베이징 올림픽 야구 1차 예선에서 한국은 아쉽게도 일본에 3-4로 패하고 2위를 차지하는 바람에 내년 3월 2차 플레이오프를 기대하게 됐습니다.
김경문 감독과 선동렬 투수코치의 이번 대표팀은 12월 1일 서전에서 홈팀 대만을 5-2로 눌러 당초 고전을 예상했던 것과 달리 첫 관문을 수월하게 통과했습니다.
필자는 지난 11월 6일 칼럼에서 ‘대만에 이길 확률 49%?’라는 제목으로 대만의 텃세와 우리 대표팀의 전력이 지난 해 WBC대회 때보다 약화돼 초반에 많은 점수를 뽑지 못한다면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명색이 전문가들의 예상은 항상 빗나간다는’는 면구스러운 속설답게 틀리면서 대만 고비를 넘겨 다행이었습니다.
대만에 기분좋은 승리를 거둔 대표팀은 일본전에도 상대를 끝까지 압박하며 잘 싸워 그동안 크게 느껴지기만 했던 일본과의 격차를 더 좁히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4점을 내주고 3점을 뽑았다면 야구에서는 양팀의 수준차가 거의 없고 정상급 팀이 한점 차로 겨루었다고 봅니다.
물론 아직도 투수력의 차이가 확연하게 감지되고 중심타선의 득점 능력에서 커다란 아쉬움을 남겼지만 2일 일본전만으로 볼 때는 김경문-선동렬 코칭스태츠가, 선수들이 좀더 냉정했다면 한국이 승리할 기회도 있었다고 봅니다.
선발 투포수를 바꿨다면
김경문-선동렬 코칭스태프는 경기 10분 전 선발투수와 타자들을 대폭 교체하는 위장 타순표를 제출하는 해프닝을 연출해 ‘비신사적인 행위’ ‘꼼수’ ‘명문과 실리도 잃은 위장 오더’라는 비판을 받을 정도로 선발투수를 선정하는데 애를 먹었습니다.
전날 대만전에 류현진-박찬호를 투입하느라 마땅한 선발투수가 없었기(?) 때문에 좌완 전병호를 기용했는데 일단은 일본 벤치를 당황케 해 1회를 무실점으로 넘겼지만 2회에는 두 점을 내주어 역전을 허용했습니다. 전병호는 2회 첫 타자 4번 아라이에게 2루타를 맞고 볼넷을 허용해 2사 1, 3루에 몰렸습니다.
이 위기에서 8번 오무라에게 좌전 동점 적시타를 맞았는데 ‘느림의 미학’이란 칭찬을 받는 전병호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가운데 치기 좋은 공을 던지다가 얻어맞은 것이어서 화가 납니다. 그전까지는 비교적 변화구를 잘 던지던 전병호가 ‘왜’그런 실투를 했는 지 의문입니다. 그 다음 두 번째 실점은 모리노에게 강한 땅볼을 맞고 2루수 고영민이 원바운드로 잡으려다 포구 실책을 범했습니다.
아쉬웠던 점은 첫째는 고영민이 워낙 빠른 타구에 당황한 기색도 보였지만 그라운드가 딱딱해 타구가 튀어 올라 포구 각도가 잘못됐고 그보다는 모리노가 전병호의 밋밋한 가운데 공을 제대로 받아 쳐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1-2로 역전당한 후 3회 2사 2루에서 아베에게 맞은 적시타도 전병호가 제대로 변화구를 던지지 못하고 가운데에 평범한 공을 던져 맞은 것으로 보입니다.
세 차례 실점 순간 선동렬 투수코치가 어떤 사인을 조인성 포수에게 전달했는 지, 조인성은 투수 리드를 제대로 했는 지 의문입니다. 8회초 1사 3루에서 이나바에게 적시타를 맞은 4번째 실점 때도 풀카운트에서 권혁이 약간 높은 공을 던지다가 얻어 맞았는데 왜 그런 공을 던지게 했는 지 조인성 포수와 선동렬 코치에게 묻고 싶습니다.
이병규-김동주-이대호 국제대회에 통할 줄 알았는데
대만과 일본전 두 게임에 합쳐 김동주-이대호 두 선수가 기록한 타격 성적이 12타수 1안타라면 할 말이 없습니다. 당사자들이야 더더욱 고개를 들지 못하겠지만 결과를 놓고 보면 모두가 유구무언입니다. 특히 김경문 감독은 이들을 중심타선에 배치한 책임을 가장 통감해야 합니다. 두 선수를 대회 직전까지 너무 안아하게 방치하지 않았나 하는 느낌이 듭니다.
김동주에겐 으레 4번타자를 맡긴다는 책임감을 주는 바람에 본인이 너무 자만하거나 당연시하는 바람에 긴장감이 감소된 게 아닌가요. 김동주는 그동안 일본팀과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이대호는 지난 해 도하아시안게임에서 대만과 일본에 굴욕을 당할 때 우리 타자 중 가장 활발한 타격 솜씨를 뽑냈지만 그 당시 사회인야구 올스타로 구성된 일본팀과 이번의 프로 올스타 일본팀은 다릅니다.
이병규는 본래 스타일(?)대로 성의없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번에는 목통증까지 있어 괴로했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처음부터 다른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었으면 어땠을까요. 대만전에서 실점 때 이병규의 어설픈 수비 플레이를 보면서 “이진영을 처음부터 빼지 않고 기용했다면…”,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너무 얌체 같은 지적일까요.
김동주나 이대호는 아무래도 경험을 더 쌓아야 할 선수들입니다.
신진대사는 성공
그래도 김경문 두산 감독의 이번 대회 수확은 젊은 선수들이 충분히 국제대회에서 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것입니다.
박재홍-이진영을 막판에 엔트리에서 제외하고 민병헌 등을 기용하면서 “한국시리즈에서 SK에 패한 섭섭함을 대표 선수 선발에서 갚으려 하느냐”는 일부의 시각을 씻어주어 다행입니다. 이종욱은 톱타자 몫을 충분히 보여주었고 고영민은 일본전에서 역전의 빌미가 되는 수비 에러를 범했지만 국내에서도 항상 지적했던 약점을 보여준 정도라 생각되고 대형 ‘2익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습니다. 이택근은 덩치는 크지 않지만 국제대회에서 통할 수 있는 중거리타자임을 과시했습니다.
젊은 투수 중에는 류현진은 조금만 다듬으면 대표팀 에이스로 자리잡을 가능성을 보였고 권혁과 한기주 등은 한층 뻗어나갈 인재로 인정 받았습니다.
타자 중에는 정근우가 소속팀 SK를 떠나면 약해지는 징크스를 씻을 줄 알아야 한다는 사실을 지난 해 도하아시안게임에 이어 새삼 깨달아야 하고 장성호가 국제대회에서 중심타자로 나서야 하는데 아직도 헤매는 게 아쉽습니다. 국제대회서 통하는 김민재가 이번에는 대접을 받지 못한 것 점도 빠질 수 없군요.
내년 3월에 대만에서 열리는 최종 예선에서 우리 대표팀이 꼭 베이징 출전권을 획득하길 바랍니다. 대만과 중남미, 유럽팀 등 8개팀이 겨루는 최종 예선에서 3장의 티켓이 걸렸는데 만만치 않습니다.
김경문-선동렬 코칭스태프는 일본전을 끝내고 “좋은 경험을 쌓았다”면서 최종 출전권을 자신하고 있습니다. 항상 노파심에 젖은 필자는 다음 예선이 8:3이란 넉넉한 확률이 있지만 이번의 4:1이었던 1차 예선보다 힘들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천일평 OSEN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