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윤표의 발 없는 말]일본, 위장오더 말할 자격 있나
OSEN 기자
발행 2007.12.07 08: 57

아무리 미운 자식이라도 집밖에서 동네 아이에게 얻어맞고 들어온다면 기분 좋을 부모는 하나도 없다. 2008베이징올림픽 아시아지역 야구 예선 일본전에서 일어난 위장오더 소동을 지켜보면서 들었던 생각의 편린이다.
‘기왕이면 실력으로 일본의 콧대를 납작하게 눌러주었으면 오죽 좋았을까’하는 생각의 한켠으론 위장오더를 냈다고 하더라도 일본이 한국대표팀에 종주먹을 들이미는 것같은 행동을 취한데 대해서 진한 불쾌감이 인다.
위장오더는 불법이 아니다. 비록 뒷맛이 상쾌하지는 못하지만, 한국대표팀의 김경문 감독이 룰을 과잉해석했건, 아니면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 행했건간에 호시노 센이치 일본대표팀 감독이나 일부 일본 기자들과 매스컴이 한국대표팀을 향해 노골적으로 비아냥거리는 것을 보는 것은 그네들이 오히려 예의염치가 없다는 인상을 준다.
야구라는 종목의 속성이 원래 그렇다. 훔치고, 속이고, 때리는 것을 허용하는, 어떻게 보면 비신사적인 스포츠가 바로 야구다.
위장오더의 원조는 바로 일본이다. 그네들도 물론 본바닥인 미국에서 배운 것일테지만, 올해도 몇 차례 일본프로야구판에서 위장타순이 나왔고, 은닉구나 사인훔치기가 여전하고, 수비하는 이승엽(31.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발뒤꿈치를 고의로 밟는 폭거를 저지르는데도 아무런 가책을 받지 않는 것이 일본 야구의 뻔뻔한 얼굴이다.
2006년 4월 2일, 이승엽은 요코하마 베이스타즈전에서 은닉구에 당했다. 요코하마 1루수 사에키가 이승엽의 발이 1루에서 떨어지는 순간, 뒤로 감췄던 공으로 태그아웃시킨 것이다. 이승엽은 또 지난 9월 9일 밤, 한신 타이거스전에서 용병 앤디 시츠에게 수비도중 1루 에이스에서 스파이크로 발뒷꿈치를 찍혔다.
위장오더는 아직도 일본야구에서 버젓이 행세하고 있다. 한국 프로야구 초창기 일부 국내 지도자들은 공공연하게 위장오더를 냈다. 일본야구를 본딴 것이다. 지금은 국내무대에서 자취를 감추었지만 위장오더는 상대편에 불쾌감과 더불어 울화를 돋구는 일이었다.
3일 필리핀전이 끝난 뒤 일본의 한 기자는 기자회견 석상에서 김경문 감독에게 “너희들이 (일본전에서) 트릭을 썼는데 앞으로도 트릭을 쓸거냐”는 식으로 마치 죄인을 닥달하는 듯한 어투로 몰아부쳤다. 김경문 감독은 그같은 무례하기 짝이 없는 질문에 대해 “내가 공부를 하지 못하고 많이 배우지는 못했지만 양심에 어긋나는 일은 안했다. 떳떳하다”고 자못 결연한 어조로 답변을 했다고 한다.
김경문 감독이 그같은 답변을 한 데에는 나름대로 근거가 있다. 12월 2일 일본전 경기시작 10분 전에 낸 오더는 1시간 전에 제출했던 1차오더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선발 투수(류제국→전병호)를 바꾼 것은 물론 3명의 타자를 빼놓고는 타자들도 대폭 물갈이했다.
일본은 바로 이 대목을 문제 삼았다. 오더변경은 부상 선수 등 특수한 상황이 있을 때 변경해야한다는 지적이었다. 하지만 김경문 감독은 경기 2시간 전에 한국기자들에게 선발투수는 전병호이고, 1번 정근우, 2번 고영민 등의 타순을 미리 알려줬다. 즉 경기 1시간전에 낸 일본측 오더를 보고 최종 오더를 낸 50분 사이에 급작스럽게 변경한 것이 아니라는 항변이다.
따지고든다면, 한국이 이번 올림픽 예선전에서 위장오더를 쓴 것은 일본을 꺾기 위한 고육책이었다고 하더라도, 그 수단이 정당하지 못하고 얼굴이 붉어지는 일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원론적인 얘기를 하자면, 스포츠정신에 어긋나는, 더우기 국제대회에서 그같은 행위를 보인 것은 우리의 얼굴에 침을 뱉는 기만적인 모습이었다. 다시는 그같은 행동이 없었으면 좋겠다.
룰은 약속이다. 그 룰이 비신사적이고 지탄을 받을 소지가 있다면, 바꾸면 된다. 아마추어 국제대회에서 경기 1시간 전 오더를 10분 전에 변경할 수 있다. 그런 룰을 악용할 소지가 있다면 ‘부상자에 한해서 교체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을 명백히 삽입해 놓아야 했다. 그래야 이번처럼 불필요한 논란과 군말을 막을 수 있다.
홍윤표 OSEN 대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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