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평의 야구장 사람들] 김인식, '포수' 홍성흔 영입 '반색'
OSEN 기자
발행 2007.12.15 10: 10

“본인이 포수 자리에 미련을 계속 지니고 있으니 어떻게 하겠습니까?”. 두산 김경문 감독은 대만에서 열린 베이징 올림픽 예선에서 귀국한 직후인 지난 8일 홍성흔(30)으로부터 트레이드 요청을 받고 고민이 많았다. 그러나 홍성흔이 팀을 떠나겠다고 밝힌 사실이 13일 외부에 알려지자 14일 휴가차 미국으로 출발하기 앞서 “홍성흔의 요구를 들어주는 방향으로 이리저리 알아보는 중”이라고 트레이드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겠다는 뜻을 표명했다. 두산은 다음주 중 김승호 운영팀장이 일차적으로 홍성흔과 만나 트레이드 여부를 본격적으로 논의키로 했으나 김태룡 운영홍보부장은 "몇 천 만 원도 아닌 3억 원이 넘는 선수다. 사겠다는 사람이 있어야 파는 것 아니냐" 며 트레이드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홍성흔의 올해 연봉은 3억 1000만 원의 거액이고 포지션이 포수로 한정돼 운신의 폭이 좁아 다른 포지션에 비해 트레이드에 어려움이 따른다. 또 내년 시즌을 마치면 홍성흔은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새로운 계약을 맺어야 하는 부담을 상대방 구단이 안게 돼 트레이드가 쉽지 않다. 어쨌든 홍성흔이 트레이드 시장에 나올 경우 그를 탐낼 만한 구단은 한화, KIA, 현대가 꼽히고 있다. 한화는 올 시즌 주전 포수 신경현(32)에 백업 심광호(30), 포수 출신 지명타자 이도형(32) 등 3명의 포수가 있지만 다른 팀에 비해 공격력과 수비력을 모두 갖춘 포수가 없다는 약점을 안고 있고 김인식 감독이 홍성흔의 프로 데뷔 때부터 사제간 사이라 가능성이 크다. KIAS는 김상훈(30), 송산(25) 등 포수가 있지만 공격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데다 최근 메이저리그 출신 서재응을 영입한터라 대형 포수를 맞추어 구단 중흥에 주춧돌 몫을 기대할 만하다. 또 신임 조범현 감독이 포수 출신이어서 적극적으로 나설 수도 있다. 현대는 김동수(39)가 혼자 안방을 맡고 있어 또다른 포수가 꼭 필요한 처지이나 그보다 큰 사안인 구단 매각 문제가 아직도 풀리지 않아 트레이드 시장에 나설 여력이 없다. 홍성흔 영입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설 게 예상되는 구단은 한화. 김인식 감독은 14일“나도 그 소식은 어제 신문을 보고 알았다. 구단 프런트가 쉬고 있는 상태여서 아직은 구체적으로 무어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러나 김인식 감독은 “정식으로 홍성흔이 트레이드 시장에 나오더라도 선수 비중으로 볼 때 쉽게 해결할 일이 아니지만 꼭 데려오고 싶은 선수”라고 밝혔다. 따라서 두산과 한화, 양 구단이 홍성흔을 놓고 어떤 조건을 제시할 지가 관건인데 김인식 감독이 홍성흔을 원하는 만큼 한화 구단에서 큰 베팅을 자신한다면 홍성흔의 한화행이 이루어질 공산이 크다. 김인식 감독은 홍성흔이 1999년에 두산에 입단할 당시 베어스의 사령탑이었고 2003년 시즌을 끝으로 두산에서 떠날 때까지 그를 5년간 주전포수로 기용하며 99~2000년 4강, 2001년 한국시리즈 우승 등 베어스의 제2의 중흥기를 마련했다. 김인식 감독은 홍성흔의 포수로서 재기에 대해 긍정적이다. 이에 비해 김경문 두산 감독은 홍성흔에 대해 “현재 성흔이 상태는 포수로 뛰느니 지명타자 등 중심타자로 전환하는 게 본인을 위해서도 좋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동안 발목, 허벅지, 어깨 등이 좋지 않은 홍성흔의 몸상태로 봐서는 앞으로 포수 자리는 무리라는 게 포수 출신 김경문 감독의 판단이다. 그래서 이미 홍성흔에게 1루수나 외야수를 추천했고 홍성흔은 지난해부터 시즌 중에 외야 훈련을 받으려 외야수 글러브를 구입하기도 했으나 다른 포지션 적응에 힘들어 했다. 트레이드를 요청한 홍성흔은 “지난해 수술을 받았던 어깨도 나아 송구하는 데 두려움도 없어졌다”면서 “트레이드가 되면 어느 팀이건 부딪쳐보고 싶다. 주위에선 ‘주전 포수가 약한 팀이 좋을 것’ 이라고 말하지만 난 상관 없이 포수로서 주전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만 있으면 그걸로 만족한다”면서 두산을 떠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이같은 각오를 전해 들은 김경문 감독은 에이스 다니엘 리오스도 일본 진출을 알아보고 있는 마당이어서 심란한 상태지만 평소의 차분한 성격대로 “프로선수들이니까 자신이 좋은 곳으로 가려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면서 “마찬가지로 팀도 선수 한두 명이 움직인다고 흔들릴 수는 없다”고 애써 냉정함을 보였다. 김 감독은 “처음에 홍성흔이 트레이드를 이야기했을 때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다. 마음속으로는 당황하고 답답했지만 그러나 홍성흔의 뜻을 존중해서 갈 길을 알아보겠다고 약속했다”며 “프런트에서도 성흔이가 갈 만한 곳을 알아보는 중일 것”이라고 밝혀 홍성흔의 트레이드를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고 새로운 팀전력을 구상하고 있어 이제 홍성흔이 팀을 옮기는 일만 남았다. OSEN 편집인 chunip@osen.co.kr 김인식 감독이 WBC 대표팀 사령탑이던 지난 2006년 샌디에이고의 펫코파크에서 홍성흔(오른쪽) 조인성과 함께 포즈를 취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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