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최영균의 인사이더] 토이 유희열의 6집이 차트 정상을 차지한 소식을 듣고 있노라니 가요 발라드의 계보를 떠올리게 된다. 한 동안 가요계는 소몰이 창법이 지배했다. 굳이 명명하자면 창법이나 곡의 구성에서 과잉의 요소들이 기본이 되는 R&B 발라드가 그러했다. 하지만 그 이전에 가요계에 발라드 시대를 열었고 토이의 음악 세계 근간을 이루는 ‘절제 발라드’ 혹은 감성 발라드의 큰 물결이 가요계에는 존재했다. 물론 토이 6집을 발라드 앨범이라고 한정 지을 수는 없다. 일렉트로니카와 디스코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맛깔 나게 음악적으로 구사한 음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토이는 크게 분류하자면 발라드 가수다. 세련되고 섬세한 감성의 발라드 곡들이 아무래도 토이의 트레이드 마크이기 때문이다. 이번 토이 음반 속지의 땡스투에 올라 있는 여러 사람 중에서 조동진 조동익 이병우라는 이름이 들어 있다. 가요계의 ‘절제 발라드’ 계보는 포크싱어 조동진으로부터 시작됐다고 생각한다. 이를 이어 받아 포크라는 한정된 영역을 벗어나 한국 가요 발라드의 근대화를 이끈 이는 ‘단명한 천재’ 유재하였다. 조동진과 유재하를 거쳐 1980년대말과 1990년대에는 가요계의 발라드 시대가 열린다. 80년대에는 이문세와 변진섭이라는 ‘발라드 가수왕’들이 있었다. 조동진 유재하 이문세 변진섭의 발라드에는 이전 선배 가수들이 트로트 혹은 ‘한’이라는 정서를 기반 구사한 한국형 발라드에서 보여준 과잉의 느낌이 많이 배제됐다. 그리고 80년대말 가요계에는 조동익과 이병우가 이끈 ‘어떤 날’이라는 듀오가 있었다. ‘어떤 날’은 음악을 심도 있게 듣는 층에게는 엄청난 사랑을 받은 음악인들이지만 대중적으로 크게 알려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어떤 날’은 1990년대 가요 발라드의 수준을 한층 높인 발라드 신세대들에게 음악적으로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어떤 날’은 퓨전재즈를 가요에 도입해 사운드나 분위기면에서 절제되고 세련된 음악을 선보였고 이러한 음악적 특성은 90년대 후배 발라드 가수들의 곡에서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발전된다. 음반 속지에 감사를 표시한 토이 외에도 자신의 음반과 이소라의 음악 세계를 만든 김현철 등에서 특히 그 영향력이 뚜렷이 드러난다. 나아가 김동률 이적 조트리오와 이승환의 초기 발라드를 만든 오태호 등 빼어난 발라드 싱어송라이터를 통해서도 부분적으로 그 파급력이 발휘됐다. 90년대에는 ‘발라드의 제왕’ 신승훈이 있긴 했다. 하지만 80년대 말부터 90년대 초, 중반이 진정한 발라드 시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이들 ‘절제 발라드’ 계열의 가수들이 튼튼히 가요 발라드의 토대를 구성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90년대 잘 나가던 ‘절제 발라드’는 가요가 댄스 음악 중심으로 바뀐 90년대 말과, R&B 창법이 가요를 지배하기 시작한 2001년 이후로 급속히 사라졌다. 최근까지 가요 발라드는 소몰이 창법이 지배했고 이에 대한 식상함과 편협성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던 상황에서 ‘절제 발라드’의 부활을 알리는 곡이 작년 등장했다. 성시경의 ‘거리에서’다. 유희열과 발라드 작업으로 90년대 후반 큰 인기를 얻었던 윤종신이 만든 이 곡은 90년대 ‘절제 발라드’를 사랑하던 가요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그리고 이어 올해 토이가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토이의 성공은 도시적이고 세련된 ‘절제 발라드’의 부활을 희망하게 만든다. 가요 발라드가 R&B 창법으로 쏠려가 있다가 이제 점차 중심을 되찾아가는 상황에서 ‘절제 발라드’가 부활 조짐을 보이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가요 발라드가 다양한 ‘먹거리’로 구성돼야 대중들이 즐길 거리가 많아지고 이는 가요에 대한 관심 증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중문화가이드 ck1@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