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롭게도 한국의 스포츠는 쿠데타로 집권한 전두환 정권 때 융성기를 맞이했다. 1982년 야구를 시작으로 축구, 씨름 등이 잇달아 프로화의 길을 걸었고 남자농구가 그 뒤를 이었다.
‘스포츠공화국’이라는 비아냥거림이 난무했던 전두환 정권 시절, 당시 전두환 씨가 태릉선수촌에 나타나면 울며 겨자먹기로 체육단체의 수장을 맡고 있던 기업체 총수들이 줄줄이 덩달아 출현, 눈도장을 찍기에 바빴다.
한국의 프로스포츠는 이같은 괴이쩍은 과정을 거쳐 자라났다. 생활체육이 아닌 엘리트 위주의 스포츠 정책은 올림픽 등 국제무대에서 일정한 성과를 거두기는 했으나 관변의 입김에 휘둘리는 구조를 낳았고, 여전히 그 굴레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정권이 바뀌면, 체육계에도 낙하산 인사가 횡행하고 정권 최고위층의 눈치를 살피는 것이 관행처럼 굳어져 있다. 정권교체의 후폭풍이 드센 곳도 바로 체육계다. 자율성을 기르지못하고 정권의 촉수에만 신경을 곤두세워온 체육계가 스스로 파놓은 구덩이다.
12월 19일, 이명박 씨가 대통령선거에서 당선되자 체육계도 뒤질세라 이런저런 희망사항을 읊조리고 있다. 사실 김대중, 노무현 정권은 체육정책이라고 할 것이 없었다. 특히 노무현 정권은 아예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노무현 정권 들어서 우리나라의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전통민속경기인 씨름이 붕괴했고 야구를 비롯한 일부 스포츠 종목들도 침체에 빠져 있다.
한국 엘리트 체육의 총본산이라고 하는 대한체육회는 아직도 독립적이지 않다. 정치인 출신인 김정길 씨는
2005년 2월 23일 대한체육회장에 당선될 당시 “문화관광부를 문화체육관광부로 바꾸도록 노력하겠다”고 큰소리쳤지만, 천만의 말씀, 3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감감 무소식이다. 정치인다운 헛 공약이었다.
이번 대선은 네거티브가 판을 친 대신 정책 검증이 거의 실종됐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체육관련 공약이 뚜렷한 것은 없지만 체육청 신설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프로스포츠 활성화 방안의 하나로 기업의 스포츠 투자에 대한 손비처리를 적극 검토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만약 이 당선자의 공약대로라면 침체된 프로스포츠가 활기를 되찾을 수도 있겠다. 프로야구계는 공중분해 직전에 놓여 있는 프로야구 현대 유니콘스 구단에 대한 해법을 이 당선자와 연결해서 풀어보려는 시각도 있다. 지난 1년간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해가 저물도록 아직도 인수 기업이 나타나지않아 애를 태우고 있다.
현대 구단 관계자들은 기왕이면 현대가에서 계속 팀을 꾸릴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특히 이 당선자와 강명구 현대 구단주대행, 김용휘 사장은 한 때 현대건설에서 함께 일한 인연을 가지고 있다. 이 당선자가 현대건설 사장 시절 강명구 구단주대행은 총부부장이었고, 김용휘 사장은 총무부에서 근무했던 전력이 있다.
다분히 희망섞인 기대감이겠지만, 이같은 인연으로 인해 현대 구단 문제가 해결됐으면 하는 시각이 있는 듯하다. 선거과정에서 강명구 구단주대행 등이 이 당선자의 비선조직으로 활동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는 판이어서 그같은 기대감이 생긴 모양이다.
과연 이 당선자가 경제부흥의 과제를 해결해 나가면서 전통 민속경기를 되살리고 프로스포츠계에도 활력을 불어넣는 정책을 펼질 지 지켜볼 일이다.
홍윤표 OSEN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