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가요시상식, 대중음악인들이 되살려라
OSEN 기자
발행 2007.12.26 08: 22

[OSEN=최영균의 인사이더] 지상파 가요시상식이 없는 첫 연말이 저물어가고 있다. 각 방송사들은 시상이 없더라도 가요 제전 형식으로 대체해 가수들의 한 해를 결산하는 축제를 치르려고 한다. 지상파 가요 시상식이 각사의 이해 관계에 따른 권위 없는 시상이라는 비판에 직면하다 결국엔 시상식을 40년 만에 모두 폐지한 것이다. 그런데 시상식은 과연 없어져야 할 가요계의 악덕인가. 물론 지상파 가요 시상식이 사라졌다고 해서 대한민국 가요계에 시상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케이블음악채널 m.net과 KMTV가 진행하는 MKMF, 지상파 시상식을 제외하면 가장 오래된 골든디스크상 등이 이미 올해 시상식을 치렀다. 하지만 대중에 대한 영향력 측면에서 지상파가 배제된 시상식은 그 영향력과 권위가 많이 떨어지는 느낌이다. 거기다 MKMF는 시상 주관사인 엠넷미디어가 음원유통사에다 가수까지 보유하고 있고 톱가수들의 입김에 당당하기 만은 힘든 케이블채널 운용사라는 점에서 시상의 공정성이 계속 의심받고 있다. 여기에 골든디스크상은 최근 변화를 시도하고는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음반 판매량 중심의 시상식이라 현 시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상파가 시상식을 폐지하고, 남아있는 시상식들은 이런저런 문제를 지니고 있으니 사실상 전 국민이 지켜보는 예전의 시상식은 없어졌다고 보는 것이 맞다. 하지만 시상식은 없어져서는 안 된다. 특히 현재 극도의 불황에 시달리는 가요계에는 더더욱 시상식이 있어야 한다. 권위 있는 시상은 스타를 만들고 대중들의 가요에 대한 관심을 증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공정성이 문제다. 시상 대상의 선정과 진행이 공정하기만 하면 시상식은 어렵지 않게 열릴 수 있다. 대중들이 그 시상을 인정할 수 있고 이에 관심을 갖는다면 기업 스폰서를 통해 재정을 마련할 수 있고 방송사도 달려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공정성은 결국 음악인들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미상을 진행하는 미국 레코딩 예술과학 아카데미(NARAS)를 보자. 이 단체는 미국의 대중 음악과 관련된 종사자들로 이뤄져 있다. 음악인은 물론 음반 녹음 관련 엔지니어들, 기타 대중 음악 관련 사업자들이 회원이다. 현재 1만 3000명 정도에 이르는 많은 업계 종사자들의 투표로 시상자가 결정되니 시상에 공정성 시비가 발생할 수가 없다. 한국의 대중 음악 종사자들은, 특히 가수와 그 가수의 음반 제작사는 지금까지 비난만 했다. 각종 시상식이 불공정하다고 말이다. 그 시상식을 자사의 이익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방송사나 신문사에 맡게 놓고 말이다. 가수나 제작자가 자신들의 노력에 대한 공정한 평가를 거쳐 상을 받고 싶다면 결국 음악인들이 움직여야 한다. 더구나 침몰해 가는 가요계에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는 시상식을 만들 수 있다면 더더욱 그러해야 한다. /ck1@osen.co.kr 대중문화가이드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