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에 진출하려는 KT가 2008 시즌에 정상적으로 참가하려면 아무래도 당초와는 다른 조건을 제시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KT는 현대 유니콘스 매각 문제로 1년 내내 골머리를 앓던 한국야구위원회(KBO)의 관계자와 지난해 10월께 만난 자리에서 KBO가 지급보증한 유니콘스의 지난 한 해 운영자금 채무액 중 절반 정도를 가입비로 내라는 제의에 60억 원이라면 괜찮다고 판단해 프로야구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리고 참가할 바에는 ‘황금시장’인 서울 연고를 주장했고 서울 연고권은 KBO가 무리없이 처리해줄 것으로 알았다고 KT 관계자는 밝히던군요. 그러나 지난 12월 27일 신상우 KBO 총재가 KT의 참여를 발표하자마자 다음 날 서울 연고권을 가진 두산과 LG 양 구단은 공동 성명서를 통해 "절차를 무시한 KBO의 새 구단 창단 추진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반발했습니다. 일방적인 총재의 발표에 대한 비판과 함께 야구계 안팎에서는 “KT는 매각대금을 단 한 푼도 내지 않고 프로야구에 참가하게 됐고 창단 조건은 가입금 60억 원이 전부다. 날아갈 KBO의 기금 131억 원의 절반도 되지 않는 액수다. 다른 7개 구단이 10억 원씩 추가 부담해야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프로야구판을 초라하게 만든 헐값’으로 뛰어든 KT에도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또 최고 인기 지역인 서울에 공짜로 들어오는 혜택을 누리는 데다 심지어 KT가 홈구장으로 사용할 목동구장의 개보수 비용 53억 원도 서울시가 부담하게 됐다고 비판이 가중됐습니다. 두산과 LG 양 구단은 현대가 서울로 연고지를 옮길 경우 연고지 분할에 따른 보상금으로 각각 27억 원씩, 총액 54억 원을 받기로 했는데 자신들과 상의도 없이 총재 마음대로 결정하는 바람에 한 푼도 못 받게 되자 총재의 거취문제로 비약할 수 있는 ‘총재와 구단주 대행-기자단의 3자 대면’을 요구하는 직격탄마저 날리는 상황까지 이르렀습니다. 한마디로 KT로서는 괜히 끼어들었다가 비난만 바가지로 먹고 프로야구 사상 초유의 구단의 총재에 대한 하극상(?) 사태 원인 제공자로 몰릴 판입니다. 또 이번 사태로 인해 프로야구계가 자중지란, 내분이 일어날 소지를 낳았습니다. 유니콘스 매각 문제로 답답하기는 했으나 구단이 동참해 해결하자는 분위기가 깨지고 서울 연고 구단과 지방 구단간의 알력이 나타나고 있습니다.‘무엇 한 마리가 물을 흐린다’는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게 됐습니다. 난감한 KT 관계자는 12월 30일 비공식적인 견해로 “야구단 창단 작업을 중단할 수도 있다”는 의지를 내비쳤습니다. 그리고 31일 오전께 공식 보도자료를 발표키로 했다가 하루 만에 이를 다시 번복하고 야구단 창단에 관한 현안에 대해 더이상 언급을 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KBO의 움직임을 일단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더이상 구설수에 오르지 않겠다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소신껏 할 말을 한 두산과 LG 양 구단에서도 약간은 부드러워진 코멘트가 나왔습니다. 김영수 LG 사장은 지난 2일 "프로야구가 올해도 8개 구단으로 유지되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또 KT가 현대의 새로운 주인으로 프로야구계에 들어오는 것도 찬성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김영수 사장은 “현대를 모태로 하는 구단이라면 서울 입성을 위해서는 기존 구단인 LG와 두산에 영업권에 대한 보상이 있어야 한다. 당초 현대가 서울 입성을 위해 주기로 했던 54억 원을 정당히 대가로 지불해야 한다" 면서 KT의 ‘헐값 입성’을 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두산 관계자도 3일 "8개 구단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프로야구 전체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제대로 된 진행 과정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뜻"이라면서 "두산과 LG가 현대 매각을 무조건 방해하는 '구단 이기주의'처럼 비쳐지는 것은 억울하다. 일단 현대 운영비로 쓴 KBO의 빚 131억 원을 어떻게 갚아나가느냐부터 문제다. 나머지 구단이 왜 10억 원씩 손해를 봐야 하느냐"라며 ‘헐값 입성’이 가장 큰 문제라고 답했습니다. 사태 해결을 위해 KBO는 오는 8일 오전 10시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이사회를 개최합니다. 8개 구단 사장단이 모여 KT의 새 프로야구단 창단을 위해 필요한 절차에 대해 논의하게 됩니다. 이런저런 사정을 감안하면 아무래도 KT가 더 많은 돈을 써야 마땅하다고 봅니다. 물론 투자액을 늘리려면 이사회의 승인을 받는 등 내부 사정도 만만치 않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러나 야구인들은 KT 정도 규모의 회사라면 투자액을 늘리는 게 떳떳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야구계에 분란이 일어난 마당에 KT가 빠지면 걷잡을 수 없는 구단 해체 사태가 앞으로 2~3년 사이에 일어날 수 있습니다.‘KT가 프로야구계 붕괴를 막았다’는 말을 듣고 싶습니다. OSEN 편집인 chunip@osen.co.kr KT가 프로야구에 참여하면 홈 구장으로 쓸 목동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