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평의 아이&메모] 7개 구단 체제로 전환, 진정한 프로구단으로 태어날 때
OSEN 기자
발행 2008.01.08 16: 24

프로야구 8개 구단 존속 문제가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8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2008년 제1차 이사회를 열고 프로야구 참여를 추진중인 KT의 가입여부에 대해 격론을 벌였으나 창단 가입금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5시간여에 걸친 마라톤 이사회를 마친 뒤 하일성 KBO 사무총장은 “8개구단은 KT의 창단을 환영한다. 모든 야구인들과 국민이 염려했던 7개구단 축소에서 벗어나 8개구단을 유지하게 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이사회는 KT가 자금운영이 어려운 KBO에 보다 성의있는 조치를 취해주기를 요청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KBO는 하일성 사무총장이 빠른 시일 안에 KT 관계자를 만나 가입금 증액 등을 논의한 뒤 다시 이사회를 열고 신생팀 창단 여부를 최종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KT 관계자는 전날 와 통화에서 “가입비 60억 원에서 더 낼 수는 없다. 우리의 프로야구 참여를 반대하는 구단이 있다면 굳이 창단할 의사가 없다”며 본래 투자 규모의 변동이 없음을 밝히고 다른 7개 구단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어야만 참가할 뜻을 표명했습니다.
이날 이사회 결과를 전해 들은 KT 관계자는 “전 구단이 우리의 참가를 환영한다는 결론은 좋게 받아 들이지만 증액 여부는 회사 이사회에서 결정할 문제”라며 조심스럽게 밝혀 60억 원 이상의 가입비가 증액될 지는 미지수입니다.
이날 KBO 이사회에서 두산과 LG 등 몇 구단은 원칙대로 현대 유니콘스의 지난 해 운영비(131억 원)와 서울 연고 구단에 지불해야 할 보상금(54억 원)이 해결되지 않으면 받아 들일 수 없다는 원칙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모든 일은 원칙대로 가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이럴 바에는 아예 18년 전과 같이 7개 구단 체제로 전환하는 게 낫습니다.
KBO는 1월 20일까지 KT를 설득해 가입금을 증액한다해도 131억 원+54억 원을 받아내기는 힘든 상황입니다.
그렇게 되면 계속 7개 구단으로부터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한 구단을 살리기 위해 다른 구단이 또다른 투자를 하고 희생한다는 것은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으로 나머지 구단에도 심각한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큽니다.
이번 기회에 7개 구단 체제로 바꾸면서 구단 재정을 매년 100억~150억 원 적자에서 50억 원 이하로 줄이는 방안을 강구하는 프로야구단의 전반적인 변화를 모색해야 합니다.
현재 우리 프로야구는 말이 프로이지 30년 전의 실업야구에서 약간 발전한 세미 프로격입니다. 7개 구단이라해도 수익을 추구하는 프로스포츠로 구단 운영 방식을 전환할 때가 왔습니다. 규모는 적으나마 슬림화한 진정한 프로스포츠 구단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여러가지 방안이 있겠으나 현재 비정상적으로 치솟은 선수들의 연봉과 FA 계약금 등을 대폭 줄이고 샐러리캡(연봉 총액제) 제도와 사치세 도입 등을 진지하게 검토해 반드시 도입해야 합니다.
연봉 등 인건비를 줄이면 야구를 하려는 어린이와 청소년이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으나 그렇다고 구단은 적자폭이 큰데 엄청나게 고액인 선수들의 연봉과 계약금은 건드려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는 어불성설입니다.
또 해외 전지훈련 규모를 축소하는 등 구단 운영비를 절약해야 하고 외국 지도자 숫자도 제한할 때가 왔습니다. 18년 전처럼 7개 구단으로 뒷걸음질치는 마당에 뼈를 깎는 노력이 몇 년간 따라야만 수년 후 새로운 구단 창단이 가능할 것입니다.
그리고 구장 입장료 외에 수익을 낼 수 있는 방안을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 확대해야 하고 방송 중계권료를 다양화 시켜야 하고 광고를 확장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연구해 수익 창출이 우선해야만 8개 구단→10개 구단→12개 구단 체제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대기업이 프로야구단 창단을 원하지 않는 세상이 되자 지난 1년 농협과 STX 등의 기업과 창단을 협의하다가 좌절된 신상우 KBO 총재는 결국 현대야구단 매각 파문에 대해 책임질 뜻을 밝혔습니다. 정치인 출신의 신 총재로서는 한계에 이른 것으로 보입니다.
신상우 KBO 총재는 이날 이사회에 앞서 “프로야구 구단의 권위에 피해를 준데에 대해 사과한다”고 밝히면서 “이 문제에 대한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인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책임을 어떻지 질지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총재직까지 내놓을 수도 있다는 발언으로 해석됩니다. 신 총재는 내년 3월까지 임기가 1년 남짓 남아 있습니다. 신상우 총재는 이날 “이사회에서 KT 창단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KT 이사회에서도 승인되지 않을 것”이라며 “새로 들어오는 구단을 환영했으면 한다. 서로 화합하고 일체감을 가지고 (이사회를)했으면 한다”며 다른 7개 구단의 협조를 당부했습니다.
이날 이사회 결론은 KT 가입금 증액이 성공하지 않으면 신상우 총재는 물러나겠다는 뜻입니다.
KT의 참가 문제로 자중지란 일보직전까지 간 프로야구계는 7개 구단 체제로 가면 도미노식 붕괴론도 있으나 이번 사태를 계기로 참다운 프로스포츠 사업체로 발전하는 방안을 강구해 ‘위기에서 찬스’를 살리는 야구처럼 역전극을 연출했으면 좋겠습니다.
천일평 OSEN 편집인
8일에 열린 KBO 이사회 광경.
하일성 KBO 사무총장이 기자실에서 이사회 결과를 발표하고 떠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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