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후의 명곡’에 김광석은 없다
OSEN 기자
발행 2008.01.09 08: 31

[OSEN=최영균의 인사이더] 지난 6일 오후 ‘영원한 가객’ 김광석의 12주기를 맞아 추모비 제막식이 열렸다.
그리고 이날 저녁 KBS 2TV에서는 여느 일요일 저녁과 다름없이 인기 예능 프로그램인 ‘해피선데이-불후의 명곡’ 이 방송됐다. 김광석과 ‘불후의 명곡’. 말만 놓고 보면 이 둘만큼 어울리는 짝은 없다. 하지만 TV 프로그램 ‘불후의 명곡’과 김광석 사이에는 극도의 거리감만이 존재한다.
당연히 ‘웃자고 하는’ 예능 프로그램 ‘불후의 명곡’에서 김광석을 다룰 리는 없을 것이다. 이건 ‘무릎팍도사’에서 산악인 엄홍길을 다루는 일과는 또 차원이 다르다. ‘불후의 명곡’이 김광석을 다룰 수 없다고 문제 삼자는 것도 아니다. ‘불후의 명곡’은 좋은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종종 ‘아직 현역인 가수들을 오래 활동해왔다는 이유로 박제된 전설로 만들어 버린다’는 지적이 있긴 하다. 하지만 음원 중심으로 음악시장이 바뀐 이후 차트의 상위는, 관심의 중심은 모두 아이돌 가수들이 차지하는 현 상황을 감안하면 ‘이런 프로그램’이라도 있어야 중,장년 가수들이 생명력을 이어가는데 도움이 되기에 ‘불후의 명곡’은 나름의 의미를 갖고 있다.
프로그램 ‘불후의 명곡’과 김광석은 서로 극도로 멀리 있으면서도 자꾸 머릿속에서 함께 묶여지는 테마다. 이 둘의 관계에는 가요의 변화와 TV라는 매체 사이의 상관 관계가 상징적으로 담겨 있어서 그러하다.
김광석은 라디오와 공연 만으로 팬들의 거대한 사랑을 받은 사실상의 마지막 가수다. 라디오만을 통해 '사랑이라는 이유로' '슬픈 노래' '너무 아픈 사랑이 아니었음을' '그녀가 처음 울던 날' 등이 잇따라 사랑을 받았고 라디오를 통해 생긴 팬들은 음반을 구입하고 공연장으로 모였다.
후일 TV 출연을 거부하는 브라운아이즈 같은 가수도 있었지만 뮤직비디오에 의한 프로모션이 중요했기에 이들의 TV 의존도는 높았고 김광석과 비교할 수는 없다. 김광석이 세상을 뜬 해가 1996년인 것도 눈길이 간다. TV와 가요의 밀월관계, 혹은 가요의 TV 종속관계가 강도 높게 펼쳐지는 아이돌 그룹의 시대가 열린 해이기 때문이다.
김광석은 음반과 라디오, 공연만 가지고 팬들의 삶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그의 노래에 배어 있는 깊은 허무는 삶의 고단함을 겪는 이들에게 공감에서 오는 위로를 전해 주었고 노래에 함께 담긴 희망은 용기를 건넸다.
반면 김광석 이후의 가요는 TV의 오락적 기능과 밀접하게 결합돼 즐거움의 전달을 더 중시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가수들은 무대에서 화려한 춤으로 볼거리를 제공해야 됐고 토크쇼나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사람들을 웃기면 음반이 잘 나가고 인기 가수가 됐다.
이러한 변화의 연장선에 ‘불후의 명곡’이 있다. 프로그램 명칭은 ‘불후의 명곡’이지만 ‘명곡’ 보다는 즐거움의 전달이 본질이기에 우리는 ‘불후의 명곡’이라는 이름 속에서 불멸의 가수, 영원한 명곡의 김광석을 만날 수 없다. 그렇지만 ‘불후의 명곡’을 보며 웃고 있는 우리의 마음 속에는 영원히 김광석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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