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최영균의 인사이더] 공중파 가요 프로그램인 KBS 2TV ‘뮤직뱅크’가 11일 방송부터 순위제를 부활했다.
공정성에 대한 의문, 몇몇 대형기획사의 방송 독식 등을 문제 삼아 문화연대 등 문화관련단체와 일부 여론의 반대로 최근 공중파 가요 프로그램에서 사라졌던 차트가 다시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순위제를 부활한 첫 날 ‘뮤직뱅크’는 시청률이 평소 보다 두 배 가까이 상승, 차트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이 높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공중파 가요 프로그램에서 순위제 부활은 ‘현재’ 필요하다. 그래서 이번 ‘뮤직뱅크’의 차트 집계를 환영한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재 가요계는 대중들의 무관심 속에 말라 죽어가고 있다.
대중들의 관심을 가요로 끌어 올 수 있는 일이라면 극약 처방이라도 받아들이겠다는 것이 현재 가수와 제작자의 절박한 심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대중들에 파급 효과가 큰 공중파 가요 프로그램에서, 마케팅에서 가장 흡인력이 강한 아이템으로 꼽히는 순위를 다루는 것은 시도해 봐야 하는 일이라 생각된다.
단, 조건부다. 조건 하나. ‘뮤직뱅크’는 공정성과 관련한 이전의 잡음이 다시 생기지 않도록 엄정한 차트 집계를 해야 할 것이다. ‘뮤직뱅크’는 이번 ‘K-차트’ 부활에도 큰 수익이 발생하는 ARS 집계를 공정성을 위해 포기하는 등 나름 노력을 했으니 그 기조를 계속 이어가길 바란다. 이번 차트 부활에서 발생할 이익은 시청률 상승 하나뿐이었으면 한다.
조건 둘. 공중파 가요 프로그램의 차트는 한시적이 돼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대중가요 종사자들과 관련 단체들이 지금이라도 의견을 모아 미국의 빌보드처럼 어떤 이해 관계에서도 벗어날 수 있는 공정한 차트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런 차트가 만들어지면 그때는 공중파 가요 프로그램이 순위 집계 기능을 넘겨야 한다.
문화관련단체나 일부 언론의, 공중파 가요 프로그램 순위 집계에 대한 반대 의견은 대안이 없는 반대다. 공정한 방송사 외부 차트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직접 나서거나 혹은 그에 대한 여론을 조성하다 보면 난관은 많겠지만 불가능한 일도 아닌데 그에 대한 의견은 없고 반대만 하고 있다.
어떤 스포츠 대회에서 편파 판정이 의심가면 그 대회를 없애버리자고 주장하는 꼴이다. 그러고는 팬이 없더라도 그냥 운동 열심히 하면 되지 않냐는 주장과 비슷하게 느껴진다. 아마도 체육계라면 쉽진 않더라도 판정의 공정성을 회복하기 위한 장치들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거나 혹은 공정한 대회를 만드는 쪽으로 일이 진행될 것이다.
만약 대회가 없어지면 대중의 관심이 줄어든다. 이어 선수들의 의욕 저하로 기량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아예 선수 수급 자체가 어려워지는 문제가 생긴다. 결국 이 종목과 선수들은 생존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가요가 지금 이런 상황이다.
그런데 ‘대회를 없애버리자’는 주장이 가요계에서는 너무도 쉽고 당연하게 제기되고 있다. 지금은 대중의 가요에 대한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한 가요계의 비상시국이다. 이런 관점에서 공정성과 대중의 관심 유도가 병행되도록 노력하면 된다.
실제로 과거 공중파 방송의 순위가 대형 기획사에 유리하게 돌아간다며 불만을 가졌던 중소 기획사들과 이런 회사 소속 가수들도 이번 ‘뮤직뱅크’ 순위 부활에는 찬성하는 의견이 많다. ‘음반을 내도 낸 줄도 모른다. 내가 1등 못해도 좋으니 사람들이 가요 프로그램 많이 보고 나오는 음반에 관심이라도 가졌으면 좋겠다’라는 생각들이다.
‘뮤직뱅크’ 차트 부활은 그래서 문제 삼기 보다 지켜봐야 한다.
/대중문화가이드 ck1@osen.co.kr
‘뮤직뱅크’에서 부활한 첫 번째 K차트에서 1위를 차지한 빅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