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소된 골든글로브와 한국 시상식이 다른 점
OSEN 기자
발행 2008.01.16 09: 10

[OSEN=최영균의 인사이더] 65회째를 맞는 미국 권위의 시상식 골든글로브가 전격 취소됐다. 사상 처음이다.
작년 가을부터 계속되고 있는 미국작가조합 파업이 그 시작이다. 이에 동조하는 배우 노조의 노조원들이 시상식 불참을 결정하자 시상식 주최 측인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와 방송 주관사인 미국 NBC 방송이 결국 개최를 포기했다.
이번 골든글로브 시상식 취소 과정을 들여다 보면 한국 시상식과는 다른 면면들이 많이 발견된다. 나아가 그런 부분들은 한국 시상식들이 ‘공정성 시비’를 겪고 상의 권위가 부족한 상황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골든글로브가 한국 시상식과 다른 점이자 교훈을 주는 부분들은 다음과 같다.
▲수상자는 불변: 골든글로브는 상을 받아야 할 대상 중 배우와 작가들이 시상식 불참을 선언하자 시상식을 취소했다. 수상자가 없으니 시상식도 없다는 논리다. 너무도 당연한 생각이지만 한국의 시상식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다.
수상자가 변하고 그래서 잡음이 발생한다. 한국의 시상식에서도 원래 결정된 수상자가 이런저런 이유로 일부 혹은 다수 불참하게 되는 일이 준비 과정 중에 벌어진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수상자를 시상식 참석이 가능한 수상 후보자 중 하나로 대체한다.
이러다 보니 공정성 시비가 벌어진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공정성에 기반한 상의 권위 보다는 시상식 행사 자체가 더 중요하다. 주최 측의 대외 이미지와 영향력, 그리고 때에 따라 손해가 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시상식의 스폰서십을 통해 발생하는 경제적 이익을 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시상식 불참자도 수상: 골든글로브는 시상식을 취소시킨 배우와 작가들에게 끝내 기자회견의 형식을 통해서 상을 시상했다. 시상식에 불참해도 상을 받을 만하면 상을 준다. 이번 골든글로브 사태 이전에도 이런 사례는 꽤 있었다. 아카데미 시상식도 수상을 거부한 배우에게 끝까지 상을 시상한 전례가 있다.
반면 한국의 시상식은 불참하면 상을 주는 경우가 드물다. 앞에서 언급했듯 수상자를 대체하는 일이 많다. “불참해도 상을 주면 시상식에 안 오고 상만 타가는 스타들이 많아질 수 있다”는 시상식 관계자의 항변도 있다. 하지만 이는 결국 상 자체 보다는 행사 진행이 더 중요함을, 상의 권위가 없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다.
▲수상자 선정과 행사 진행 분리: 골든글로브의 수상자를 투표로 선정하는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는 시상식이 취소되고 수상자 발표 기자회견으로 행사를 대체하면서 이에 대한 방송권을 모든 방송매체에 공개했다. 원래 시상식 주관 방송사인 NBC에 독점권을 주지 않은 것이다. 시상과 행사 진행의 양 주체 사이에 밀월은 없다.
한국은 수상자 선정과 행사 진행이 뒤섞여 있다. 수상자 선정위원회 명단을 보면 행사 진행 주체(방송사나 신문사) 임원의 이름이 들어가 있는 경우가 자주 있다. 이로 인해 외부의 평론가나 업계 인사로 수상자 선정위원회를 꾸리기는 하지만 공정하다는 인식을 심어주기에는 부족하다. 방송사, 신문사와 시상 대상인 연예인들 사이에는 이해관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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