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나타난 사람이나 물건이 아주 좋을 때 흔히 ‘굴러 온 호박’이라고 부릅니다. 한편으로는 새로 들어온 사람을 빗대어 ‘굴러 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낸다’고 토박이들이 경계심을 나타냅니다. 바로 요즘 프로야구계가 그렇습니다. 제8구단으로 등장한 센테니얼에 대한 관심이 대단합니다. 지난 1월 30일 현대 유니콘스에 이은 8구단으로 나선 미국계 투자전문회사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에 대해 야구계는 일단 전폭적인 환영의 뜻을 표명했지만 밑바탕에는 기대와 우려가 절반씩 깔려 있습니다. 팬들이나 야구인들이 센테니얼에 기대를 거는 것은 자칫 7개 구단 체제로 갈 수도 있었던 판도를 마지막 순간에 나타나 야구계 균열을 막아주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센테니얼은 기존 구단과 달리 수익을 창출하고 스타 선수들을 활용해 팬들에게 서비스를 하는 스타 마케팅을 표방하며 앞으로 흑자 재정을 목표로 운영하겠다고 밝혀 크게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반면에 걱정이 되는 점은 센테니얼이 프로야구판에 새바람을 일으킨다고 하는데 말만 앞세우는 게 아닌 지, 일단은 든든한 자금력을 동원해야 하는데 1~2년 지나 끝나는 게 아닌지 촉각을 곤두 세우게 합니다. 야구팬이면 익히 아는 박노준(46) 씨가 센테니얼의 초대 단장을 맡았습니다. 박 단장은 본래 차분한 성격을 넘어서 시원시원하게 앞으로 구단 운영 방침을 밝혀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사기꾼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겠다고 자신이 먼저 밝히면서 강한 자부심을 털어 놓아 가수 나훈아 씨의 기자회견 모습과 비슷한 카리스마를 보여 주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모습이 듣는 이의 기분을 시원하게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두 번 세 번 센테니얼의 앞날이 어떻게 될 지 걱정도 배가되고 있습니다. 프로야구는 지난 26년 동안 어느 구단이나 재정상으로 엄청난 적자를 냈습니다. 흑자를 낸 적은 딱 한차례 있었습니다. 지난 1997년 이종범이 일본 주니치 드래건스로 옮길 때 해태 구단이 이적료를 받아 1998년 구단 살림살이에서 3억 원의 적은 이익을 낸 적이 있었죠. 나머지는 모든 구단이 매년 적자를 내 2000년대 들어서는 100억~200억 원의 적자를 보고 있습니다. 이런 판에 새로 등장한 센테니얼에서 흑자 전환을 장담하니 누가 믿겠습니까? “센테니얼이라고 하늘에서 떨어진 용가리 통뼈냐?”라는 비아냥을 들을만 합니다. 센테니얼은 지난달 30일 열린 창단 조인식에서 자체적으로 200억 원을 준비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120억 원의 가입비를 내더라도 80억 원의 운영 자금이 이미 확보돼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박노준 단장은 “가입비 120억 원만 내고 프로야구판에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프로야구단을 운영하려면 180~200억 원의 초기자금이 든다. 그럼에도 우리는 첫 해부터 흑자를 목표로 하겠다”고 자신했습니다. 다른 구단은 100억 원 이상의 적자를 내는데 센테니얼만이 흑자를 낸다는 것은 도저히 믿기 어려운 목표입니다. 이런 의혹 속에도 센테니얼이 국내 프로스포츠 경영에 새 바람을 불어넣겠다고 하자 기존 구단 관계자들은 “배울 점이 있으면 배우겠다” 라고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속내는 의혹에 가득찼지만 말입니니다. 센테니얼이 공언하고 있는 운영 계획이나 방침 가운데 큰 몫은 ‘스폰서십’입니다. 스폰서로 나서는 업체에 구단 이름을 빌려주는 ‘네이밍 마케팅’을 통해 매년 100억 원 안팎의 거액을 확보해야 하는데 그 게 말처럼 쉬운 노릇이 아닙니다. 또다른 스폰서를 여럿 구해 매년 50억 원 이상을 끌어들인다는 것도 힘든 일입니다. 그리고 박노준 단장은 이와 함께 구조조정, 비용 절감, 고통 분담, 허리띠 졸라매기 등을 강조했습니다. 이 바람에 유니콘스 구단 선수들이 긴장하고 있습니다. 다른 구단들도 어떻게 구단 운영비를 절감할 지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초대 감독으로 이광환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술위원을 영입하면서 연봉과 계약금을 합쳐 2년에 3억 원으로 정해 기존의 감독들에 비해 50% 이상 감액된 선례를 기록했습니다. 선수나 지도자들의 몸값 하락의 신호탄입니다. 다른 구단도 앞으로 이것을 받아들일 지 주목됩니다. 박노준 단장의 운영 방침이나 이제까지 해온 모습을 보면 아직은 아마추어의 냄새가 나고 어설프게 끌고가는 느낌도 듭니다. 그러나 센테니얼의 운영 방침이나 밀고 나가는 방식이 앞으로 우리 야구에 방향을 제시한다고 봅니다. ‘굴러 온 돌’ 센테니얼이 ‘굴러 온 호박’으로 바뀌길 기대합니다. 천일평 OSEN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