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1박2일’이 원망스러운 가수들?
OSEN 기자
발행 2008.02.13 08: 10

[OSEN=최영균의 인사이더] 최근 예능 프로그램의 트렌드는 ‘무한도전’과 ‘1박2일’이 이끌고 있다. 단순히 높은 시청률만 나오는 차원이 아니라 다른 예능 프로그램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하다. ‘무한도전’ ‘1박2일’로 인해 예능 프로그램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본의 아니게 시장의 불황에 시달리는 가수들을 더욱 힘들게 만들고 있다. 특히 신인가수들이 그렇다. 전통적으로 한국 가요계는 공중파TV의 예능 프로그램과 밀월관계를 가져왔다. 전문 가요 프로그램도 가수의 발굴과 성장에 기여했지만 웃자고 보는 예능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신인 발굴과 스타 육성 기능은 가요계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해왔다. ‘도전! 드림팀’ ‘유재석의 동거동락’ ‘서세원쇼 토크박스’ ‘강호동의 천생연분’ ‘X맨’ 등 수많은 버라이어티 프로그램들이 이런 기능을 해왔다. 이 프로그램들은 수많은 가수들이 한꺼번에 출연하고 출연자는 1회 내지 2회 정도 일시적 출연이 특징이었다. 물론 발군의 개인기로 뜨거운 반응을 얻으면 좀더 장기간 고정 출연을 하기도 했지만 많은 가수들이 돌아가며 출연하는 원칙이 분명 있었다. 물론 ‘가수가 노래가 아닌 입담과 개그로 승부하게 조장한다’ ‘가수가 방송국(예능 프로그램)에 종속되게 만든다’는 질책도 있었다. 하지만 가수를 널리 알리고 관심을 모으는데 일조를 했음은 부인할 수 없다. ‘무한도전’은 이러한 예능의 커다란 흐름을 단번에 바꿔 놓았다. ‘무한도전’을 창조적으로 참조한 ‘1박2일’마저 성공을 거두자 이 두 프로그램의 공통 분모인 ‘무(無) 게스트’ 운영 방식은 모든 예능 프로그램이 도입하거나 참고하는 현 시점의 ‘예능 공식’처럼 되어버렸다. 예능의 격전장인 토, 일요일 저녁 시간대를 보자. 다수의 게스트가 있는 프로그램 혹은 코너는 ‘스타 골든벨’ ‘스폰지 2.0’ 정도다. 나머지는 모두 고정 출연자 프로그램이거나 ‘불후의 명곡’처럼 단일 게스트 출연 코너들이다. ‘무한도전’과 ‘1박2일’은 고정 출연자들이 고난에 도전하면서 각각의 캐릭터를 구축하고 이 캐릭터-캐릭터, 혹은 캐릭터-고난 상황이 만나면서 유발되는 웃음을 프로그램의 근간으로 한다. 이러한 방식이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많은 예능 프로그램들이, 초청 게스트가 있는 진행 방식이더라도 고정 출연자의 비율을 높여가고 있다. 결과적으로 ‘무한도전’과 ‘1박2일’같은 출연자 고정화 프로그램은 예능 프로그램의 가수 홍보 기능을 양극화시켰다. 이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 기회를 잡은 가수들은 음반 활동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을 엄청나게 받을 수 있게 됐다. 반면 기존 가수들, 특히 신인 가수들이 출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거의 없어졌다. 가요 전문 프로그램들이 시청률 한 자릿수 바닥을 헤매고 뮤직비디오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그나마 ‘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들이 있어 가수들은 전국 단위의 홍보가 가능했다. 하지만 이젠 가수의 새로운 활동을 대중들이 모르는 상황이 점점 더 심화되고 있다. 물론 가수들의 이런 곤란한 상황이 ‘무한도전’과 ‘1박2일’ 탓은 당연히 아니다. 오히려 ‘무한도전’과 ‘1박2일’은 박수 받아 마땅하다. 사실상 마지막 인기 ‘떼 버라이어티’이었던 ‘X맨’이 오랜 행군으로 힘을 잃던 시점에 예능 프로그램계에 닥친 불투명한 앞길을 깨치고 새 길을 열어 준 공로가 크기 때문이다. 다만 가수들의 처지가 안타까울 뿐이다. 그리고 결국 가수들은 더 발로 뛰어 팬들을 만나고 더 머리를 써 효과적인 홍보 전략을 창출해 위기를 극복하는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대중문화가이드 ck1@osen.co.kr 2007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무한도전’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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