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최영균의 인사이더] 퓨전 사극인 KBS 수목 미니시리즈 ‘쾌도 홍길동’에서 최근 관심의 초점은 단연 성유리로 보인다. 히트메이커인 홍 자매 작가의 여전한 필력과 풍자도, 멋진 남자 주인공 강지환 장근석도, 대박 드라마 MBC ‘뉴하트’와 맞붙어 선전 중인 시청률과 열혈 팬들의 뜨거운 반응도 모두 관심거리지만 성유리의 ‘연기’가 가장 화제가 되고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듯 하다. ‘쾌도 홍길동’에 허이녹으로 출연 중인 성유리는 따뜻한 심성과 순수함을 가진 왈패 연기로 ‘드디어’ 연기자로 거듭나고 있다. 홍길동이 잡혀갈 때 입으로 미소를 지으면서 눈으로는 슬픔을 드러내는 연기를 자연스럽게 소화했고 그 전에는 홍길동과 재회 후 술 취해 목 놓아 울고 넋두리하는 장면 역시 시청자들의 감정을 움직였다. 성유리의 연기가 좋아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간단하면서도 확실한 지표가 있다. 인터넷에서 시청자 반응을 검색해보면 성유리의 연기에 감정이 몰입되는 시청자 수가 크게 늘었다. 연기는 이런 저런 연기론적인 분석 보다는 보는 이로 하여금 몰입하게 만들 수 있는 지가 좋고 나쁜 연기의 구분점이라 생각한다. 사실 성유리의 연기는 2006년 출연 드라마인 ‘어느 멋진 날’부터 달라진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당시 ‘어느 멋진 날’을 본 많은 드라마, 매니지먼트 업계 관계자들은 ‘이제 성유리도 연기자’라는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대중들은 당시에는 성유리의 연기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어 출연한 2007년 ‘눈의 여왕’에서는 어둡고 신경증적인 인물인 보라를 연기했는데 이전까지 주로 맡던 캐릭터와는 많이 달라 성유리 연기의 개선된 부분이 제대로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쾌도 홍길동’을 통해 성유리는 연기자로 완전히 자리 잡을 듯하다. 사실 2004년 ‘황태자의 첫사랑’까지만 해도 성유리의 연기는 부족한 점이 많았다. 연기나 딕션(대사 처리) 모두 평면적이고 보는 이의 감정을 건드리지 못하는 점이 가장 미흡했다. 출연작들의 시청률은 높게 나왔지만 ‘남자들의 첫사랑 로망을 자극하는 외모 덕’이라는 평이 많았다. 대중들 역시 아이돌 가수에서 연기자로 전업한 성유리를 곱게 보지 않았다. 많은 안티가 따라다녔고 성유리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는 더욱 단단해져 갔다. 이는 ‘어느 멋진 날’부터 달라지기 시작한 성유리의 연기가 이제야 뒤늦은 평가를 받는 이유가 됐다. 물론 성유리의 연기는 계속 더 발전해야 한다. 하지만 이제는 적어도 한 작품의 주인공을 맡겨도 될 자격을 갖춘 듯하다. 사실 성유리는 그간 억울했을 지도 모른다. 연기에 대한 평가를 말 하는 것이 아니라 ‘외모 만으로 손쉽게 연기자가 되려고 한다’는 비난을 말함이다. 실제로 성유리는 연기력이 부족하다는 소리를 듣던 시절에도 드라마 사전 준비에 누구보다 철저하고 촬영 현장에서 가장 열심히 하는 배우였다. ‘황태자의 첫사랑’이 실패한 후 2년 간 작품 출연을 뒤로 하고 연기 공부에 매달리기도 했다. 물론 출연 배우가, 그것도 주연 배우가 아마추어적인 연기를 보이는 것을 시청자들에게 기다려달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연기력에 대한 비난 속에서도 개선 노력도, 발전도 보이지 않는 배우들도 상당한 상황이니 아이돌에서, ‘인형’에서 연기자로 거듭난 성유리의 발전 과정에는 연기자 변신을 꾀하는 많은 가수들과 외모만 훌륭한 여러 스타 배우들이 배워야 할 교훈이 분명 존재한다. /대중문화가이드 ck1@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