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윤표의 발 없는 말] 백인천, “이승엽은 한단계 더 올라섰다”
OSEN 기자
발행 2008.02.22 09: 07

요미우리 자이언츠 구단은 여전히 우승 갈증에 시달리고 있다. 2007시즌에 센트럴리그 우승을 차지했지만 정작 일본시리즈 문턱에서 리그 2위 주니치 드래건스에 패해 일본 최정상 탈환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일본 프로야구 최고 인기구단인 요미우리로서는 리그 우승 따위는 성에 차지 않는다. 요미우리가 올 시즌을 앞두고 야쿠르트 스왈로즈 소속으로 작년 최다안타(214개)를 기록한 알렉스 라미레스(34)와 KIA를 거친 우완투수 세스 그레이싱어(33), 요코하마 베이스타즈에서 철벽 마무리를 자랑했던 최고구속 162㎞ 보유자 마크 크룬(35)를 영입한 것도 오로지 일본시리즈 제패 일념 때문이었다.
라미레스의 이적은 이승엽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승엽은 작년 10월25일 왼손엄지 손가락 수술을 마친 다음 12월 17일 경과보고를 겸해 요미우리 구단 사무실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재활을 제대로 해 올해는 개막전부터 저팬시리즈까지 4번타자자리를 놓치지 않겠다. 일본시리즈에서 이기는 것이 목표”라고 다짐했다.
이같은 이승엽의 4번타자로서의 부활 각오는 라미레스의 가세로 ‘자의반 타의반’ 변화를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요미우리 하라 다쓰노리(50) 감독이 좌우 지그재그 타선을 구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SBS 스포츠와 일본야구 해설위원 전속 계약을 맺은 백인천 전 삼성 감독은 최근 요미우리 전력 탐색차 스프링트레이닝지인 일본 미야자키에 다녀왔다. 사흘 동안 백인천 해설위원은 특히 이승엽의 타격훈련 모습을 정밀 관찰했다.
삼성 감독 시절 이승엽을 강타자로 길러냈던 백인천 해설위원은 “15일부터 17일까지 백네트 뒤에서 하라 감독과 얘기를 나누면서 이승엽의 타격연습 모습을 지켜봤다. 이승엽은 달라졌다. 한단계 더 업그레이드 됐다”고 전했다. 몇가지 이유가 있었다.
이승엽은 우선 어퍼스윙에서 다운스윙으로 타격자세가 바뀌었다. 구체적으로 작년보다 그립을 20㎝가량 위로 끌어올렸다. 가슴높이에서 어깨높이로 올라간 것이다.
백인천 해설위원의 설명에 따르면 그립이 얕을 경우 방망이 무게 때문에 위로 끌어올리는데 시간이 걸리고 힘이 들어 배팅 타임이 늦어진다. 따라서 투수가 던진 공을 기다릴 여유가 없어져 그냥 급하게 칠 수밖에 없다.
이승엽이 이처럼 그립을 올린 것은 작년 시즌 후 2006년과 작년 자신의 타격 자세가 찍혀 있는 비디오를 분석해본 결과 그립이 내려와 있는 점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비로소 자신의 타격 자세의 맹점을 알게 된 것이다. 그립은 올린 뒤 이승엽은 타격 각도가 훨씬 좋아졌다.
이승엽은 백인천 해설위원에게 “삼성 때는 감독님이 시키는대로 뭐가 뭔지 모르고 했는데 이제는 왜, 이렇게 해야한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타격의 원리와 이치를 깨달았다는 뜻이다.
두 번째로 이승엽은 작년 수술 후 꾸준한 재활을 거쳐 체력적으로도 다져졌고, 특히 손가락에는 전혀 이상이 없다. 이승엽 스스로 “너무 좋다”고 고무돼 있을 정도이다.
세 번째, 이승엽은 라미레스의 영입으로 타격부담이 한결 줄어들었다. 이승엽은 그 동안 요미우리 제70대 4번타자로 상대투수들의 집중 견제를 받아왔다.
작년에는 손가락 부상에 시달린데다 견제에 따른 압박감을 수월하게 극복하지 못한 점도 2006년에 비해 성적이 저조했던 원인이다. ‘요미우리 4번타자’는 일본 프로야구의 4번타자라고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다.
올해는 3번 오가사와라 미치히로(35), 4번 라미레스, 5번 이승엽으로 중심 타순을 편성할 경우 좌→우→좌타자로 지그재그가 돼 상대팀 투수가 큰 부담을 안게 된다. 반면 4번타자에게 집중되던 견제를 분산시키는 효과를 가질 수 있다. 이승엽으로선 4번타순에 자리잡는 것보다 5번타순에 들어서면 지나친 중압감이나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이승엽이 “(4번타자로 주로 뛴) 작년, 재작년보다 편해 질 것”이라고 말한 까닭이다.
백인천 해설위원이 예상하는 요미우리 타순은 1번 다카하시 요시노부(33), 2번 다니 요시토모(35) 또는 야노겐지(28), 3번 오가사와라, 4번 라미레스, 5번 이승엽, 6번 아베 신노스케(29), 7번 야노 또는 시미즈 다카유키(35), 8번 니오카 도모히로(32), 9번 투수, 이런 순이다. 7, 8번 타자는 바꿔 기용할 수도 있다.
백인천 해설위원은 “타선이 어마어마하다”고 표현했다.
요미우리는 지난 해 이승엽(30개)을 비롯 다카하시(35개), 아베(33개), 오가사와라(31개) 등 4명이 30홈런 이상 기록했다. 올해 라미레스(2007시즌 29개)가 힘을 낼 경우 일본 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한 시즌에 30홈런 타자가 5명이 나올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하라 감독이 이승엽에게 보내는 무한신뢰가 든든한 배경이 되고 있다. 하라 감독은 “이승엽은 착실하고 침착한 선수이다. 제가 할 것은 미리 정해놓고 하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는다”고 변함없는 믿음을 보였다. 이승엽이 2008베이징올림픽 최종예선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대표팀으로 떠난 것에 대해서도 하라 감독은 “올림픽 예선에서 실전을 치르는 것은 시범경기서 감각을 익히는 것과 마찬가지 효과를 볼 수 있다”며 흔쾌히 보내줬다.
2007시즌 모친을 여읜데다 부상으로 고난의 한 해를 보냈던 이승엽은 올해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베이징행 티켓을 따내고, 홈런왕에 오르면서 팀을 일본시리즈 우승까지 시킨다면, 그야말로 더할 나위 조차 없는 최상의 한해가 될 것이다.
홍윤표 OSEN 대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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