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기 부상, 리얼 버라이어티의 불안 요소
OSEN 기자
발행 2008.02.27 07: 58

[OSEN=최영균의 인사이더] 참 신기한 일이다. 방송 프로그램 촬영 중 부상자가 나왔다. 출연자의 안전에 대한 제작진의 보호장치가 제대로 마련돼 있었는지에 대한 검증이 보이지 않는다. 과거 녹화 중 작은 사고라도 나면 ‘안전불감증’이란 단어가 쏟아지던 분위기에 반해 ‘부상 투혼’ ‘촬영은 계속된다’처럼 프로그램 지속 여부에 대한 관심 밖에 보이지 않으니 의아할 따름이다.
거기다 언론 보도 어딜 봐도 뭘 하다 왜 다쳤는지가 없다. 그냥 모두 두루뭉수리 지나가는 느낌이다. 최고 인기 예능 프로그램인 ‘1박2일’의 이승기 손가락 골절상에 관한 이야기다. 지난 주말 제주도 촬영 중 이승기는 손가락이 부러져 수술까지 받는 사고가 일어났다.
‘1박2일’은 좋은 프로그램이다.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따뜻함이 있고 일반인이 돼 여행을 떠난 스타들의 친근함이 있다. 예능 프로그램의 본질인 웃음 유발 코드와 장치도 잘 마련돼 있다. 그러한 이 프로그램의 장점은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형식에서 나온다.
리얼 버라이어티는 이처럼 신선한 방식으로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주면서 현재 예능 프로그램의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됐지만 다 좋은 것만은 아니다. 커다란 불안 요소, 위험 요소도 갖고 있다. 이번 이승기의 부상은 그 불안 요소에서 비롯됐다.
리얼 버라이어티는 본질적으로 출연자에 대한 가학적 상황이 웃음을 유발하는 주요 요소가 된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스타가 일반인처럼 설정돼다 보니 힘든 상황을 겪어내야 리얼리티가 살기 때문이다.
이는 ‘1박2일’만의 문제가 아니다. 리얼 버라이어티의 선구자 ‘무한도전’을 비롯해 최근 수없이 늘어난 비슷한 형식의 프로그램 모두에 해당되는 문제다. 거기다 프로그램의 인기가 올라가면 가학적인 상황은 더욱 강도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1박2일’의 경우 이번 사고에 앞서서도 불안한 장면들이 꽤 있었다. 먹었을 경우 신체에 이상이 없을 지 의구심이 생기는 까나리 액젓이나 농도 짙은 소금물이 복불복 벌칙으로 등장한 경우나 비탈길 전력 달리기처럼 자칫 넘어졌을 경우 부상이 우려되는 상황들이 종종 있어왔다. 결국 사고가 났다.
‘1박2일’은 계속돼야 한다.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이만큼 즐겁게 볼 수 있는 프로그램도 별로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출연자들에 대한 제작진의 좀더 세심한 안전 관리가 뒷받침돼야 한다.
안전에 신경을 쓰면 가학적인 상황은 좀 강도가 약해질 지도 모른다. 그래도 ‘1박2일’은 지금까지 보여준 제작진과 출연진의 열정, 예리한 유머 감각으로 좋은 웃음, 큰 웃음을 충분히 줄 수 있다고 믿는다. 이번 이승기 부상이 촬영의 안전 시스템을 정비하는 계기가 돼 추가적인 사고는 없는 ‘1박2일’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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