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7일 개막되는 베이징 올림픽 야구 최종예선을 나흘 앞둔 지난 3일 오전 일부 신문과 방송, 인터넷에 다음과 같은 뉴스가 실렸습니다. ‘위성DMB 방송사업자인 TU미디어는 7일부터 14일까지 대만 타이중에서 열리는 베이징올림픽 야구 최종예선전 가운데 한국팀이 출전하는 전 경기를 DMB로 독점 생중계한다’ 이 보도가 나가자 한국야구위원회(KBO) 사무실과 KBO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난리가 났습니다. “왜, 지상파나 케이블 TV에서는 중계를 안하고 휴대폰에서만 중계를 하도록 허가했냐?”는 것이었습니다. “아! 짜증나는 개비오” “KBO 망해야 정신차릴래” 등이 줄을 이었습니다. SK 텔레컴 자회사인 TU미디어에서만 중계를 하는 것처럼 보도가 나가고 몇 시간 후인 이날 오후에 KBSN 스포츠에서 케이블 TV 중계를 하고 일부 경기는 지상파에서도 중계를 한다는 사실이 보도되자 ‘KBO 탓’ 이란 소동은 수그러들었습니다. 이번 올림픽 최종 예선 중계는 사실 KBO와 아무런 상관도 없습니다. 대만의 대회 조직위원회로부터 국내 스포츠 매니지먼트사인 IB스포츠가 독점 계약하여 방송사에 판매했는데 세부 사항이 늦어져 방송 중계 내용이 뒤늦게 보도된 것입니다. KBO로서는 성급한 팬들로부터 엉뚱하게 욕을 먹은 셈인데 KBO는 근래 이 같은 ‘노무현 탓’현상을 자주 당하고 있습니다. 모든 잘못을 무조건 ‘노무현 탓’으로 돌리는 민심처럼 야구계에서 조금이라도 좋지 않은 일이나 논란거리가 생기면 일부 네티즌은 ‘KBO 탓’ 이라고 일단 몰아붙입니다. 참여정부 중반 이후 모임이나 술집, 인터넷에서는 모든 부정적인 현상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탓으로 돌리고 ‘노무현 댓글’ 놀이도 성행했습니다. 장사가 안되도, 시험을 못봤어도, 심지어는 골프공이 맞지 않아도 “노무현 때문이야” 라는 소리가 서슴없이 나왔습니다. 처음에는 웃어넘겼으나 나중에는 황당해 씁쓸한 웃음도 나오지 않았던 ‘노무현 탓’ 이었는데 아직도 사라지지 않아 영 개운치 않습니다. ‘KBO 탓’ 이 쏟아지기 시작한 것은 2년 전 신상우 씨가 KBO 총재에 선임되면서 비롯된 듯 싶습니다. 현대 유니콘스의 매각, 돔구장 건립, 지방 구장 개선, 프로야구단 2개 증설 등을 공약했는데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자 야구팬들은 실망해 모든 것을 KBO 탓으로 돌렸습니다. 유니콘스 후속 구단 물색작업을 1년 여에 걸쳐 몇 차례 펑크내다가 어렵게 창단시켰지만 제8구단으로 등장한 우리 히어로즈가 비판을 받고 있는 구조조정마저도 마치 KBO가 잘못한 일인양 비난하는 팬들이 있어 어리둥절합니다. 남아공화국전(7일 오후 1시30분, KBS N 스포츠 중계)부터 시작하는 이번 올림픽 최종 예선전에서 만일 대표팀의 성적이 좋지 않으면 역시 KBO가 바가지로 욕을 뒤집어 쓸 게 틀림없습니다. 프로가 생기기 전에 대한야구협회나 신상우 총재 이전의 KBO는 국제대회에서 성적이 나쁘더라도 자체적으로 책임 추궁이 심했지 요즘 같은 여론재판은 겪지 않았습니다. 황당한 비난에다 야구와 축구를 비교하며 이상한 잣대로 야구를 원색적으로 비방하는 광기어린 악플까지 난무하고 있습니다. 이번 최종 예선에서 대표팀이 좋은 성과를 거두면 어떤 반응이 나타날지 궁금해집니다. 어쨌든 TV 방송에서 중계를 한다니 다행입니다. 그러나 스페인전(10일 오후 1시30분, MBC) 캐나다전(13일 오후 7시30분, KBS2) 대만전(14일 오후 7시30분, SBS)은 지상파에서 방영하고 가장 관심 많은 호주전(8일 오후 7시반)과 멕시코전(9일 오후 7시반)은 KBS N 스포츠에서 중계해 케이블 TV 시청이 안되는 지역 팬들은 섭섭하겠습니다. OSEN 편집인 chunip@osen.co.kr 지난 6일 베이징 올림픽 최종예선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한 출전국 감독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