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윤표의 휘뚜루 마뚜루]‘적의의 깃발만 나부끼는’프로야구판
OSEN 기자
발행 2008.03.26 16: 24

서울 2008년 봄, ‘동업자는 없고 적의의 깃발만 나부낀다’. 살벌해진 프로야구판의 얘기이다. 프로야구 개막을 코 앞에 둔 지난 3월 25일, 말 많고 탈 많았던 제8구단 ‘우리 히어로즈’가 공식 창단식을 갖고 출범했다. 그간의 경위야 어찌됐든, 야구인들의 바람대로 히어로즈가 프로야구판에 발을 들여놓음으로써 8개구단의 모양새는 갖추게 됐다. 하지만 7개구단은 여전히 의구심에 가득찬 차가운 눈길로 히어로즈를 바라보고 있다. 이날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렸던 히어로즈의 창단식에서 이같은 구단들의 시각을 짐작케해주는 몇 가지 민망스러운 점이 눈에 띄었다. 우선 프로야구계의 축하를 받는 자리임에도 SK 와이번스 신영철 사장을 제외한 나머지 6개 구단의 사장들이 전혀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단장들 중에서도 KIA와 단장 대행을 맡고 있는 SK본부장만 얼굴을 내밀었을 뿐이었다. 게다가 LG와 두산은 축하 화환조차 보내지 않았다. 영업권을 잠식당한 두 서울 구단의 불편한 심기가 고스란히 전해지는 장면이었다. 히어로즈의 가입은 논의하는 이사회 석상에서 ‘비판적 지지’의 태도를 보였던 SK 신영철 사장은 “히어로즈의 창단을 속 좁게만 봐서는 안된다. 일단 축하는 하지만 히어로즈가 들어와서 ‘하향 평준화’되는 경향이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신 사장은 히어로즈의 행보로 프로야구의 품격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히어로즈가 추구하고 있는 자구 노력이나 거품빼기가 자칫 ‘스타마케팅’에 역행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전했다. 신 사장은 “그 동안 (프로야구에) 거품이 끼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이해가 가능한 부분이 있었다. 히어로즈식의 방법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지만 프로야구 시장을 돌아보고 생각하는 계기를 주었다는 점은 긍정적인 효과”라고 말했다. 히어로즈에 대한 비우호적인, 한 발 더 나아가 적대적인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않고 있는 LG와 두산은 아예 히어로즈를 묵살하는 식으로 대응 아닌 대응을 하고 있다. 창단 과정의 부정적 인식의 앙금이 여전하다. 어찌됐든 올 시즌은 히어로즈가 미우나 고우나 하나의 화두로 떠올랐다. 선수 연봉총계가 최하위인 히어로즈에 발목을 잡힌다는 것은 기존 구단들로선 끔찍한 일이 될 수도 있다. 개막이 닥쳐왔지만 김동수와 조용준 두 선수의 연봉계약을 아퀴짓지 못한 히어로즈의 ‘뼈를 깎는고행’이 ‘의미 있는 실험’으로 연착륙할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주변의 우려처럼 ‘위험한 도박’으로 끝날 것인지는 올 한 해를 지켜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chuam@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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