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에어’ ‘쾌도 홍길동’…현실 실시간 반영 나선 드라마들
OSEN 기자
발행 2008.03.30 08: 45

[OSEN=최영균의 인사이더]기대작이었던 ‘쾌도 홍길동’은 대단원의 막을 내렸고 ‘온에어’는 시청률 20%를 돌파했다. 수목 미니시리즈 시간대에 경쟁작으로 맞붙었던 두 드라마는 서로 너무도 다른 성격의 작품들이었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다. 실시간으로 현실을 반영하고 소통하는 드라마라는 점이다.이전 그리고 다른 드라마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힘든 특성이라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쾌도 홍길동’은 풍자와 해학이 맛깔 났던 작품이다. 원작 자체가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사회변혁참여적 작품이었다. 홍자매 작가는 이런 정신을 충실히 따라 방송이 전파를 타고 있는 동 시점의 여러 논란 사안들을 풍자로 작품에 녹여냈다. 권력층 병역기피, 영어몰입교육, 삼성특검 등 ‘현재’의 사회적 이슈들이 줄을 이어 작품에 등장했다. TV 드라마가 이처럼 대대적으로 동시대 시사 사안을 다룬 경우는 찾기가 쉽지 않다. 과거의 배경에 현재의 현실을 녹여낸 ‘쾌도 홍길동’은 다른 여러 평가가 있을 수 있겠지만 강력하고 실시간적인 풍자만으로도 의미를 가질만하다. ‘온에어’는 연예계를 다룬 드라마이고 현실감을 부여하기 위해 대대적인 스타 카메오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작품이다. 그런데 단순한 카메오를 넘어 허구의 캐릭터와, 이를 연기하는 현실의 배우를 수시로 연결 짓는 시도가 빈번하다. 이범수가 연기하는 매니저 장기준은 ‘외과의사 봉달희’에서 이범수가 한 연기에 대해 언급하는 장면이 화제가 됐다. 최근에는 대만 장면에서 이경민 PD(박용하)와 서영은 작가(송윤아)가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 박용하의 가수 히트곡인 올인 주제가가 배경음악으로 깔렸다. 이뿐 아니라 ‘온에어’의 김은숙 작가는 네티즌들의 의견을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듯한 모습도 보인다. 드라마 초반에 주인공들의 만남이 주로 일식집에서 이뤄지자 ‘일식집 너무 많이 나온다. PPL이냐’며 불만을 표시하는 네티즌들이 상당수 있었다. 그 직후 ‘온에어’에서는 서영은의 대사로 ‘아, 우리 누구 만날 때 물고기 그만 좀 먹자. 뱃속이 어항이다’라며 한정식집으로 미팅 장소를 바꾸는 장면이 등장했다.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겠지만 이를 김 작가의 시청자 의견 반영으로 보는 네티즌들이 많다. 드라마는 현실의 반영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대개의 드라마는 아주 느슨하고 모호하게 현실과 연결된다. 논란의 여지가 있는 동시대의 민감한 이슈는 피한다. 시청자들의 여론도 드라마의 결말에는 반영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중간에 실시간으로 다뤄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반면 ‘쾌도 홍길동’이나 ‘온에어’는 현실과 드라마, 작가와 시청자가 상호 반응하는 인터액티브한 특성을 보여줬다. 이런 실시간 현실 반영은 장단점이 모두 있다. 장점은 시청자들의 흥미나 관심 유발 효과를 일으키고 시청자들의 작품에 대한 충성도도 높인다. 하지만 드라마에 몰입을 방해하는 단점도 있다. 드라마의 상황이나 인물들이 실제 현실을 상기시키면 아무래도 근본은 허구인 드라마에서 시청자가 낯선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결국 실시간 현실을 만나면 드라마에 빠져 있던 시청자는 드라마가 걸어 놓은 최면이 풀리면서 브라운관 밖으로 빠져 나와 작품에 대한 집중도가 약해지는 결과 초래될 수도 있다. 현실을 실시간으로 드라마에 반영하는 시도에 대해 아직 평가를 내리기는 이르다. 다만 이런 시도가 다른 드라마로 번져 나가면서 지속될 지, 아니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을 듯 싶다. /대중문화가이드 ck1@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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