넬의 음악 차트 돌풍, 가요계는 조금 더 자란다
OSEN 기자
발행 2008.04.16 07: 57

[OSEN=최영균의 인사이더] 누가 예상했을까. 모던록 그룹 넬이 4집으로 ‘1박2일’의 이승기와 앨범 판매량 1, 2위를 다투리라고. 더구나 타이틀곡 ‘기억을 걷는 시간’이 온라인 음원차트 멜론에서 소녀시대 씨야 등에 앞서, 거미 이승기 쥬얼리, 다비치 등과 경쟁하며 톱10(7위, 15일 현재)에 오르리라고는 가요계를 알면 알수록 예상할 수 없었던 일이다. 일대 사건이다. 넬이 차트를 누비는 일이 괴이(?)하게까지 느껴지는 이유는 그간 한국의 각종 차트가 보여준 ‘경직성’ 때문이다. 유행하는 스타일의 노래가 아니면, TV 예능 프로그램을 옆에 끼고 활동하는 아이돌 혹은 엔터테이너형 가수 아니면 차트 상위권에 오르기가 사실상 불가능했다. 그래서 늘 한국 가요계는 ‘다양성’에 대한 문제제기를 겪어야 했다. 넬은 사실 대중적인 인기를 얻는 일도 가능한 인디 출신 그룹이었다. 한국 대중에게 가장 중요한 감성적이고 귀에 붙는 멜로디를 뽑는 능력이 탁월하다. 서태지가 발탁했다는 배경도 대중적으로 인지도를 확보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다만 추구하는 장르가 한국에서는 아직 대중적이지 못한 모던록인 것이 대중적 성공에 대해 장담을 하기 힘들게 만들었다. 뮤지션으로서의 음악적 자의식이 구현된 음악적 요소들도 대중들에게는 다소 익숙하지 않은 것들이라 높은 음악적 평가에 비해 대중적 성공 여부는 불확실해 보였다. 이렇듯 비주류적이었던 넬이 차트 상위 진입에 성공한 것은 주류 가요계를 모던록 영역으로 좀더 확장시키는 바람직한 성과라 할 수 있다. 2004년 바비킴과 클래지콰이가 각각 힙합(혹은 소울)과 라운지(혹은 일렉트로니카)를 주류 가요계의 한 영역으로 자리잡게 만든 이후 최고의 사건이 아닐까 싶다. 주류 차트에서의 이러한 ‘반역’의 기운은 이미 지난 해 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인디는 아니지만 역시 비주류였던 일렉트로니카 음악으로 ‘올해의 히트곡’을 만들어낸 빅뱅, 그리고 TV 예능을 안 해도 ‘음악성’만으로 차트에서 돌풍을 일으킬 수 있음을 증명해 보인 토이, 김동률 등이 그렇다. 역시 인디 음악이라 할 수 있는 영화 ‘Once’의 OST가 2007 OST 최고 판매량을 기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배경 음악으로 여러 인디 음악을 사용해 수많은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음악에 대한 경계심을 누그러트린 드라마 ‘커피 프린스 1호점’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벽은 구멍이 뚫리면 점점 더 무너진다. 넬로 인해 대중들은 새로운 음악에 대한 적응력을 좀더 키울 것이다. 그러면 가요는 좀더 다양해지고 풍족해진다. 가요계는 조금씩 더 자라고 있다. /대중문화가이드 ck1@osen.co.kr 모던록 그룹 넬.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