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최영균의 인사이더] 가수 이소라가 예술의 전당 대관 담당자의 비리성 요구를 폭로했다.
예술의 전당은 이래저래 한국 대중가요계와 악연의 고리를 끊지 못하고 있다. 올해만 해도 인순이가 공연 신청을 했다가 탈락하자 대중 가요에 대한 차별이라며 문제를 제기했고 그 이전에는 싸이가 ‘예술의 전당이 대중 가수들을 무시한다’는 발언을 방송 중에 했다가 예술의 전당 측과 설전을 치른 바 있다.
이번 이소라 사건은 예술의 전당 자체의 문제라기 보다는 담당자 개인 비리 성격이 짙다. 예술의 전당 측은 서둘러 면직이라는 인사 조치를 취하면서 진화에 나섰다. 그런데 그렇다고 예술의 전당과 연관이 없는 문제라고 할 수는 없다. 단체는 직원의 관리 감독 책임이 분명 있기 때문이다.
예술의 전당은 가요계와 늘 겉돌았다. 정상급 가수들의 공연 대관 요청이 있었지만 예술의 전당 문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예술의 전당 측은 반박한다. 대중 가요를 무시하지 않는다고. 그런데 지금까지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한 가수는 조용필 패티김 한영애 해바라기 이문세 정도다.
게다가 한영애 해바라기 이문세의 공연은 예술의 전당 중 자유소극장에서 열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대 600석 규모인 자유소극장은 가수들이 원하는 예술의 전당 공연에 해당되지 않는다. 가수들의 예술의 전당은 2000석이 넘는 콘서트홀이나 오페라극장을 말함이다.
그나마 조용필이 오페라극장에 섰을 뿐 콘서트홀이나 오페라극장은 대중가수에게 거의 무대를 내준 기억이 없다. 물론 가수가 클래식 연주가와 협연의 형태로 무대에 선 일은 있었던 것 같고 예정돼 있긴 한데 단독 공연은 기억이나 자료에서 좀처럼 찾기가 힘들다. 그러니 대중 가요를 천대하지 않는다는 예술의 전당 측 항변은 별로 설득력이 없다.
일부에서는 ‘대중음악은 어디서나 공연할 수 있는데 반해 클래식은 그럴 수 없어 클래식을 보호하려고 만들어진 곳에 자꾸 대중가요가 비집고 들어오려는 것도 잘못’이라는 주장으로 예술의 전당 태도에 힘을 싣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어불성설이다. 외국에서는 클래식도 ‘어디서나’ 공연 잘 한다. 그리고 대중음악은 어디서나 공연할 수 있다고 말하는데 대중 가수들이 예술의 전당에 서고 싶어하는 이유는 음향 설비 때문임을 잘 모르는 것 같다.
음향 설비가 공연을 위해 제대로 설계된 대중음악 공연장이 너무 없는 척박한 환경의 한국에서 공연을 하다 보니 음향 시스템 설비를 훌륭하게 갖춘 예술의 전당 무대에 서고자 열망하는 것이다. 거기다 국가에서 국민을 위해 만든 공연장을 클래식 음악이라는 특정 분야에서만 이용하고 있으니 반발이 나올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 예술의 전당은 대중 가수들에게 문호를 더 개방하든지 아니면 음향 시설이 제대로 된 대중음악 전문 공연장을 정부 차원에서 만들도록 상급기관인 문화관광체육부에 열심히 건의하든지 둘 중 하나를 택일하는 것이 옳을 듯하다.
/대중문화가이드 ck1@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