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진 루시드폴 동물원…가요계 이색 투잡족들
OSEN 기자
발행 2008.04.23 08: 12

[OSEN=최영균의 인사이드] 국민 동요 ‘마법의 성’, 가요 최고의 발라드 중 하나인 ‘편지’의 주인공 김광진이 6년 만에 새 앨범을 내고 돌아왔다.
김광진의 복귀는 새 음악에 대한 관심 고조와 함께 그의 투잡 생활도 화제거리가 되게 하고 있다. 익히 알려진 대로 유명한 펀드 매니저이고 뮤지션과 금융인의 삶 모두를 잘 영위하는 그의 능력에 부러움을 느끼게 한다.
김광진처럼 가요계에는 엉뚱한(?) 투잡족들이 있다. 가수들의 멀티 플레이어화가 대세인 시대이지만 이들은 부업 혹은 본업이 음악 혹은 대중문화와 한 없이 멀리 떨어져 있어 관심이 더욱 쏠리고 있다.
김광진 외에 이색 투잡족으로는 루시드폴 동물원 등이 있다. 최근 작고한 산울림의 드러머김창익도 그 범주에 포함된다. 토이 이소라 김연우 등 내로라 하는 가수들이 곡을 부르고 싶어하는 인디 출신의 뛰어난 발라드 작곡가이자 가수 루시드폴은 조윤석의 원맨 밴드다.
루시드폴로도 ‘오!사랑’ ‘보이나요’ 영화 ‘버스, 정류장’의 주제가 ‘그대 손으로’ 등 빼어난 발라드 곡을 발표, 만만치 않은 팬을 보유하고 있다. 그런 루시드폴, 조윤석은 언론에도 보도된 바 있지만 스위스에서 일하고 있는 해외 거주 화학자다. 지난해 말 3집 발표를 앞두고는 스위스화학회에서 선정한 최우수 논문상을 수상하는 등 화학자로 맹활약(?) 중이다.
1980년대 말 당시 청춘 세대를 대표하던 그룹이었던 그룹 동물원의 투잡 생활은 이미 많이 알려져 있다. 아마도 원조 이색 투잡족이라 할 수 있는 동물원의 멤버들은 전성기였던 1990년대 초반 이미 일반기업 직원, 기업 연구소 연구원, 정신과 의사로 ‘본업’을 가지고 있었다. 이후 간간이 모여 음반을 내고 공연을 하면서 두 토끼를 잘 잡았다.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산울림의 김창익은 멀리 캐나다로 이민을 떠나 식품 관련 사업가로 열심히 살았다. 그러면서도 드럼 스틱을 놓지 않고 산울림 공연이 있을 때마다 참가하다가 안타까운 죽음으로 팬들을 슬프게 했다.
이들은 최근 종종 등장하는 의사 가수 등 전문직 ‘출신’ 가수와는 조금 다르다. 김광진 루시드폴 동물원 등은 이미 명곡으로 가수로 인정을 받은 후 다른 직업을 구했고 이 직업이 어느 정도 안정된 후 잠들지 않는 가수의 유전자를 어찌하지 못해 다시 가수로 돌아온다.
반면 전문직 출신 가수는 먼저 특정 직업에 정착한 후 꿈이었던 가수로 데뷔하는 경우다. 본의와는 상관없이 성공한 전문직의 외도 정도로 대중들에게 인식되기가 쉬워 좀처럼 가수로 안착한 경우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이에 반해 원래 가수였던 이색 투잡족들은 음악성을 이미 인정받았기에 새 음반 발표나 공연 때 마다 일정 수준의 관심을 받는다.
분명 이색 투잡족의 이중생활은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싶게 만든다. 적어도 이들은 직장인으로서 맞이하게 되는 일상 생활의 피로 또는 안락함에 매몰되지 않고 틈만 나면 잊지 않고 창작의 세계로 몸을 던지는 도전에 나서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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