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히어로’, 착한 예능 시대의 유쾌한 반란
OSEN 기자
발행 2008.05.18 08: 24

[OSEN=최영균의 인사이더] MBC ‘명랑히어로’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 아직 시청률은 한자릿수지만 인터넷 각종 연예 관련 게시판을 보면 골수팬들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최근 미국 소고기 수입 문제를 비롯, 학교 자율화, 대학 등록금, 비례대표 당선자의 허위 경력 등 민감한 사회 이슈들을 시민의 눈높이에서 ‘용감하게’ 다뤄 시청자들의 지지가 쏟아지고 있다. ‘명랑히어로’는 이번 봄 개편에서 시간대를 토요일 심야로 옮긴다. 어정쩡한 가족 시간대였던 토요일 오후에 방송되다 보니 출연자들이 종종 방송 중에 밝혔듯 ‘깐죽’을 맘껏 날리지 못하다 이제 물을 만나게 됐다. 이제 ‘명랑히어로’는 자신의 색깔을 더욱 확실히 하면서 예능계에 제대로 도전장을 내밀 것으로 보인다. 박미선 김국진 김구라 윤종신 김성주 신정환 이하늘 집단 MC체제의 ‘명랑히어로’는 현 공중파 예능계의 트렌드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무한도전’ ‘1박2일’ 등 감동을 밑바탕에 깐 착한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쾌한 반란에 나선 것이다. ‘명랑히어로’는 막말 비난 깐죽 등 인터넷, 케이블 토크의 틀을 공중파에 정착시키면서 논란과 인기가 공존하는 ‘라디오 스타’의 변이로 출발했다. 하지만 시사를 도입하면서 ‘라디오 스타’의 약점이었던 요소들이 크게 줄어들고 최근 들어 사라진 시사 풍자 코미디의 명맥을 새로운 시대에 맞게 이어갈 기대주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 예능계에서 시사를 다루는 프로그램들은 점점 그 힘을 잃어왔다. 고 김형곤이 맹활약하던 시절이나 ‘느낌표’같은 프로그램이 인기와 호평을 동시에 받던 시절은 이미 먼 이야기가 됐다.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던 시사 풍자 코미디 ‘폭소클럽’도 올해 3월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대상이 되는 누군가가 ‘불편’해지는 풍자, 시사 코미디는 코미디라는 장르의 중요한 한 축이다. 나아가 코미디가 단순 웃음을 유발하는데 그치지 않고 세상을 일깨우고 긍정적으로 변화하는데 기여하기에 서구의 경우 풍자 토크쇼 진행자는 사회적으로 존경 받고 큰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한국에서 시사 코미디가 사라진 것은 민주화의 대폭적인 진전으로 국민들이 자유롭게 의견 개진이 가능해지면서 과거 풍자가 주던 반역의 쾌감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사회 이슈라는 무거운 테마에 대한 관심이 사라지고 가벼움을 추구하는 세태도 이유가 될 것이다. 이런 시사 예능 프로그램의 쇠퇴 속에서 ‘명랑히어로’는 새 시대에 어울리는 새로운 풍자쇼로 기대를 갖게 만든다. 술자리, 반상회 수다 같은 진행 방식과, 정치 사회에 대한 깐죽과, 출연 MC들의 서로에 대한 막말이 끝없이 교차하는 ‘비난-자해’ 토크는 무거움의 함정을 피하면서 잊혀졌던 풍자의 쾌감과 재미를 다시 느끼게 만들어준다. 착하지 않은 ‘명랑히어로’가 예능계의 대세가 된 착한 예능 프로그램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경쟁할 수 있을 지 지켜볼 일이다. /대중문화가이드 ck1@osen.co.kr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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