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최영균의 인사이더] KBS ‘스펀지 2.0’이 마술 비법을 공개해 마술사들의 반발이 거세다.
‘스펀지 2.0’ 측은 ‘마술에도 저작권이 있기 때문에 수위 조절을 무척 신중하게 하고 공개하는 마법은 현재 인터넷 사이트나 여러 마술 영화를 통해 공공연하게 공개된 수준’이라 해명하며 계속 프로그램을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마술사들은 반발을 넘어 분노와 규탄으로 나아가고 있다.
과거 한국의 TV 예능은 특정 직업군과 부딪히는 아이템을 꺼려 왔다. 반대로 의료계와 손을 잡은 ‘비타민’이나 ‘동안클럽’, 스포츠를 도입한 ‘대단한 도전’처럼 특정 분야와 호의적인 관계로 프로그램의 재미를 추구하는 경향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 마술 비법 공개에는 해당 직업 종사자들의 반발이 있더라도 프로그램의 재미를 위해서는 감수하겠다는 제작진의 태도가 드러난다. 나아가 이는 예능 프로그램의 경쟁이 극심해지면서 어떤 소재라도 다루겠다는 예능 프로그램들의 무한 도전 의지를 엿보게 해준다.
예능 프로그램들이 독해지는 경향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있어왔다. 하지만 최근 이런 추세는 더욱 가파르고 급속하게 진행 중이다. 과거 예능 프로그램이 금기로 여겼던 소재나 영역이 차례로 깨지고 있다.
감동과 웃음을 동시에 추구하는 ‘착한’ 예능 프로그램은 독설 프로그램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라디오 스타’나 ‘명랑히어로’처럼 출연자의 피하고 감추고 싶은 개인사를 건드리고 희화화하는 프로그램들이 등장했고 점점 더 인기를 얻고 있다.
독설은 과거 예능 프로그램이 절대 건드리지 못하던 정치적인 소재에까지 미치고 있다. ‘명랑히어로’의 정부 정책 비판은 강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역시 이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부정적이기 보다는 ‘시원하다’ ‘통쾌하다’는 쪽이 많다.
이미 예능 프로그램의 대세가 돼버린 ‘리얼 버라이어티’류의 스타들을 고생시키는 막장 체험 프로그램들도 과거에는 만나기 힘든 아이템이었다. 물론 ‘체험 삶의 현장’ 같은 프로그램도 있었지만 예능보다는 교양에 가까웠고 ‘출발 드림팀’처럼 운동을 하는 프로그램도 기록 도전이 웃음 포인트였지 출연자들의 고행이 핵심은 아니었다.
하지만 현재는 유재석 강호동 등 톱 MC들이 눈물을 흘릴 정도로 힘든 도전을 하고 추운 겨울날 한데서 잠을 청하는 프로그램들이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고정 진행자뿐 아니라 조인성 차승원 같은 좀처럼 볼 수 없는 배우들도 등장해 고행을 같이 하는 이런 풍경 속에는 과거 예능과는 큰 차이점이 분명 존재한다.
점점 더 과격해지는 예능 프로그램들에 대한 판단은 시청자들의 몫이다. 과거처럼 공익성을 내세워 독한 프로그램들을 무작정 비난하고 배척하는 태도는 설득력이 그다지 크지 않다. 그렇다고 재미만 있으면 그만이라는 태도도 흔쾌히 수긍이 가지는 않는다.
시청자들이 프로그램의 재미와 가치 판단, 둘 모두가 총체적인 프로그램 평가 수치로 시청률에 담길 수 있도록 하는 시청 태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대중문화가이드 ck1@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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