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거짓말’이 변화시킨 한국 드라마의 지난 10년
OSEN 기자
발행 2008.06.11 07: 41

[OSEN=최영균의 인사이더] 노희경 극본 표민수 연출의 드라마 ‘거짓말’이 팬과 출연진 스태프들과 함께 오는 14일 방영 10주년 기념 모임을 갖는다고 한다. 지난 2일은 성우(배종옥)와 준희(이성재)와 은수(유호정)가 한국 드라마 사상 첫 등장한, 독창적이면서 동시에 시적이고 우아했던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를 마무리 지은 지 꼭 10년이 되는 날이었다. 그리고 지난 10년간 한국 드라마는 ‘거짓말’에 의해 더 없이 새로워지고 더없이 풍요로워졌다. 한국 드라마에 ‘작품’이라는 존칭이 자연스러워 진 것은 드라마 ‘거짓말’부터였다 해도 무리가 없을 듯 하다. ‘완소 드라마’ ‘명품 드라마’라는 드라마 수식어의 뿌리도, 열혈팬들의 ‘드라마 동호회’의 시작도 모두 ‘거짓말’이다. ‘거짓말’은 드라마 시청 주권에 대한 개념이 만들어진 드라마이기도 하다. ‘거짓말’ 이전 한국 드라마에는 ‘저주 받은 걸작’이라는 평가가 없었다. 모든 사람이 보는 시청률 고공 비행의 드라마와 망한 드라마의 구분, 그뿐이었다. 시청률이 낮으면 망한 드라마이고 그런 드라마는 아무런 가치도 갖지 못했다. 시청자들은 모든 사람이 보는, 시청률 높은 드라마로만 몰렸고 대화에서 소외되지 않으려면 이런 드라마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필히 시청해야 했다. 하지만 ‘거짓말’이 등장한 이후로는 ‘재미’ 외에 드라마 시청의 이유가 다변화됐다. 명대사, 영상미, 차별화된 소재 등 다양한 니즈에 따른, 시청률이 낮더라도 ‘나만의 공감’과 ‘지적인 교감’이 있다면, 시청자의 선택은 정당화됐다. 그렇기에 한국 드라마는 크게 세 명의 작가에 의한 시대구분이 가능해진다. 1960년대 김수현의 등장으로 드라마가 가장 강력한 파급력을 지닌 대중문화 오락물로 자리 잡을 수 있었고 1990년대 초 송지나의 ‘모래시계’로 드라마 소재의 벽이 무너졌다. 이어 노희경의 ‘거짓말’로 인해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 주권이 확립되고 시청률만큼이나 작품성이나 작품의 개성도 중요시되는 인식의 전환이 이뤄졌다. ‘거짓말’은 이후 뻔한 드라마 작법을 탈피하려는 후예들에 의해 그 가치가 갈수록 높아졌다. ‘네 멋대로 해라’의 인정옥, ‘상두야 학교가자’ ‘미안하다 사랑한다’ ‘고맙습니다’의 이경희, ‘부활’ ‘마왕’의 김지우, ‘환상의 커플’의 홍자매 같은 작가주의 성향의 드라마 작가들에게서, 그리고 ‘연애시대’ ‘한성별곡 正’같은 작품성의 작품들에서 그 영향력을 찾아 볼 수 있다. 거창한 의미 부여가 이어졌지만 ‘거짓말’은 10년이 지나도 생생하게 기억 속에 살아 있는 수많은 명대사가 우선적으로 떠오르는 작품이다. 드라마의 대사 하나하나가 한 편의 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던 ‘거짓말’의 10주년을 기념하며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대사로 글을 마무리한다. ‘(성우가 준희에게 성당 고해소에서) 이 곳에서는 어떤 말을 해도 그 죄를 묻지 않는다며? 너를 사랑한다. 아멘’ /대중문화가이드 ck1@osen.co.kr 노희경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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