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감독 40년만에 이런 일은 처음이다. 정말 살을 깎는 아픔이다.” 지난 15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불거진 윤길현(25) 투수의 욕설 파문에 책임을 지고 김성근(66) SK 와이번스 감독이 팬들 앞에 고개를 깊이 숙였다. 김 감독은 19일 잠실구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두산 베어스전을 앞두고 오후 3시30분께 숙소인 서울 리베라호텔에서 SK 구단 신영철 사장이 배석한 가운데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당일 경기에 지휘봉을 놓겠다고 전격 선언했다. 한국 프로야구 사상 소속팀 선수의 불미스런 일에 책임을 지고 사령탑이 경기에 결장한 것은 처음 보는 사건이다. 김 감독이 이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은 ‘윤길현 사태’에 대한 비난 여론이 좀체 가라앉지 않는데다 KIA 팬들이 전면에 나서는 모양이 되면서 사태가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였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이런 상황을 충분히 고려한 듯, “야구가 붐이 일고 있는 이즈음에 찬물을 뿌리는 격이 됐다. 나쁜 모습을 보이게 돼 반성한다. 특히 팬이 앞에 나서는 일이 생겨 야구 현장의 윗사람으로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했다”고 한 게임 결장의 배경을 설명했다. 김 감독은 공식 기자회견을 마친 후 방으로 돌아가는 승강기 앞에서 “과거에는 이보다 더한 일도 많았지만 말하지 못하고 넘어간 일도 있었다. 최근 며칠간 괴로움 속에 잠도 못자고 새벽 3, 4시까지 술도 마셨다”고 털어놓으면서 “이젠 내가 화살을 맞겠다”고 독백하듯 던졌다. 화살을 맞겠다는 말은 두 번 반복했다. 김 감독의 야구 열정은 웬만한 야구팬이라면 널리 알고 있는 일이다. 예전 쌍방울 레이더스 시절에 김성근 감독은 경기도중 퇴장 명령을 받고도 덕아웃 옆 대기실에서 경기를 지켜보며 사인을 보내다가 발각이 돼 아예 경기장 밖으로 추방당한 전력이 있을 정도였다. 그는 그만큼 경기에 대한 애착이 강하고 집요한 승부사였다. 그런 김 감독이 스스로 경기 결장 결정을 내린 것은 제 살을 깎는 아픔이었을 법도하다. 김 감독은 “오늘(19일)은 방에서 있겠다. TV는 보지말라고 해도 볼지도 모르겠지만….”이라고 애써 태연한 모습을 보였지만, “감독 생활 40년만에 처음으로 겪는 일”이라고 말하는 대목에선 얼핏 눈시울을 붉혔다. 김 감독이 18일 윤길현을 2군으로 내려보낸 것은 중국 삼국지의 고사처럼 ‘읍참마속’같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윤길현은 착한 아이다. 그보다 내가 선수들에게 잘 나갈때 지는 쪽의 마음도 살펴보고 자중해야한다는 점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점이 불찰”이라는 말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번 윤길현 사태는 작게는 SK 와이번스 구단의 일로만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야구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그 인과관계가 얽히고 설켜 있기 마련이다. 특정인을 표적으로 삼기보다는 차제에 전 구단 지도자, 선수와 야구 관계자들이 잘못된 관행이나 몰염치한 일은 없었는 지 되돌아보고 뉘우칠 일이다. chuam@osen.co.kr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