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윤표의 휘뚜루 마뚜루]‘명가 재건’기치 LG, 4강 포기-팀 재정비 착수
OSEN 기자
발행 2008.07.10 10: 07

LG 트윈스 전신인 MBC 청룡은 1982년 한국 프로야구 창립 멤버로 출발했다. MBC 청룡은 OB 베어스에 앞서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시장인 수도 서울을 선점한데다 방송사의 전폭적인 지원 등으로 일찌감치 인기구단으로 자리 잡았다. 당연히 골수팬들이 늘어났고 흥행의 한 축으로 든든하게 자리잡았다. LG 그룹이 1989년 시즌 후 MBC 청룡을 인수, 적극적인 투자를 바탕으로 이듬해인 1990년에 백인천 감독의 지휘 아래 한국시리즈 첫 정상에 오르면서 우승의 염원도 풀었다. LG는 1994년에도 우승, 명문구단으로 자처할 수 있게 됐다. 8개구단 가운데 최초로 스포츠단을 꾸렸고 체계적이고 통합적인 지원체계도 갖추었다. 그러나 그 이후 안이한 구단 운영과 스카우트 실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 내리막길을 걸으며 고전하고 있다. 2003년 이후에는 만년 중하위권 팀으로 인식될 정도로 LG는 강자의 면모를 되찾지 못했다. 올 시즌 롯데 자이언츠가 앞장서서 인기몰이에 나서 프로야구 사상 두 번째로 1995년 이래 500만 관중 돌파가 유력하지만 LG는 호황의 핵심라인에서 비켜나 있다. KIA의 뒤늦은 선전이 전통적인 영호남 쌍끌이 흥행구도를 부활 시켜 활황세를 구축했지만 야구인들은 여전히 서울 거점의 LG의 위축에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LG 구단은 2006년 시즌 후 프랜차이즈 최고 스타 출신인 김재박(54) 감독을 영입, 명가 재건에 착수했다. 현대 유니콘스에서 4번이나 우승을 일궈냈던 명장의 노하우를 1990년대 후반부터 지리멸렬해진 LG의 옛 영화에 접목 시키려는 야심찬 기획이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올해에 급제동이 걸렸다. 시작부터 난항이었다. 에이스인 박명환과 최원호의 이탈과 제이미 브라운 등 용병의 부진, 박용택, 최동수, 김상현, 권용관 등 주축타자과 수비수들의 부상 따위가 악재로 작용, 타선 구성조차 제대로 하기 어려울정도로 힘겨운 시즌을 보내고 있다. FA 포수 조인성조차도 2군에 내려간지 오래다. 총체적 난국이다. 왜 이렇게 됐을까. 7월 9일 잠실구장에서 만난 김재박 감독은 “우선 투수진이 선발- 중간- 마무리 모두 약하다. 타선도 1군에서 길게 뛰어 본 선수가 박용택 정도여서 작전 수행 능력이 떨어진다”고 가벼운 한숨을 내쉬었다. 김 감독은 “야구는 결국 2, 3명이 하는 것이다”는 함축적인 말 한마디로 현재 LG가 처한 어려움을 표시했다. 선발 투수진 5명 가운데 3명이 일찌감치 부상 등으로 빠져버리고, 타선 또한 중심이 무너져버린 상황의 LG가 4강권에 오른다는 것은 기적에 가까울 것이다. LG는 팀 응집력 부족, 구심점 부재, 집중력 미흡 등 만성적인 ‘3불(不)’에 시달리고 있다. 투-타의 부조화는 심각한 수준이고, 타선의 불균형도 개선되지 못했다. LG는 최근 야구단 경영진단을 실시하고 있다. 어차피 올 시즌은 포스트시즌 진출이 물건너갔다는 인식을 바탕에 깔고 내년 이후를 대비한 작업에 착수한 것이다. 김재박 감독은 ‘포기’라는 표현을 쓰지는 않았지만 “포스트시즌 진출은 어렵다고 봐야겠다. 내년 시즌에 대비해 젊은 선수들을 기용할 작정”이라고 밝혀 사실상 ‘시험 무대'를 열었음을 선언했다. 이같은 LG의 시험은 이미 구단 고위층과의 교감 아래 이루어지고 있다. LG는 지난 10년간(1998년 이후) 무려 7명의 감독(대행체제 포함)이 갈마들었다. 임시처방에만 주력하다보니 성적이 나쁘면 곧바로 감독을 경질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된 것이다. 그 기간 동안 선수들은 패배의식에 젖어들었고, 감독 임기 후반부에는 일부러 몸을 사리는 선수들까지 생겨날 지경이었다. 2005년에 부임, 올해 성적 하락을 뼈저리게 체험하고 있는 LG 구단 김영수 사장은 “중장기적으로 선수를 육성해서 가야한다. 이를테면 스카우트는 선수를 데려와서 육성팀에만 맡겨놓고 방치하고, 육성팀은 잘 못되면 스카우트 탓만하는 그런 식의 운영으론 안된다. 꾸준하게 선수를 제대로,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구단 분위기 쇄신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LG는 9일 현재 8개 구단 가운데 최하위이다. LG 구단은 올해는 이대로 흘러가 2차지명 1순위라는 실리를 챙기는 게 낫겠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한국 야구사의 최고 유격수 출신인 김재박 감독도 어떤 면에서는 시험무대에 서 있기는 선수들과 마찬가지이다. LG 구단은 당초 김 감독과 5년 임기로 계약을 할 의사가 있었음을 내비치며 ‘김재박 체제’가 흔들림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룹 고위층이 ‘김재박 체제로 계속간다’는 확실한 언질과 전폭적인 신뢰감도 이미 표시했다. 따라서 내년까지는 김재박 감독의 임기는 보장이 된 상황이다. 선수들이 딴 마음을 품지 않고 매진할 수 있는 기본 골격은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LG 구단이 다음 주께 마무리 될 경영진단 결과에 따라 어떤 처방을 내릴 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김재박 감독이나 구단 프런트는 다같이 섣불리 포기하지 않고 끈질긴 경기 운영으로 팬들에게 최대한 성의를 보이면서도 ‘실험을 통해 옥석을 다시 가려내야한다’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공통 인식을 갖고 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실험만하고 있을 수는 없는 게 승부세계이다. 희망도 있다. 봉중근의 분발과 안치용의 재발탁 성공 사례는 LG 구단이 나갈 길을 암시하는 지남철이 될 수도 있다. LG의 부활은 한국야구의 중흥과도 맞물려 있다. chuam@osen.co.kr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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