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윤표의 발 없는 말]‘살아 있는 전설’ 양준혁, 시련을 넘어서
OSEN 기자
발행 2008.07.25 10: 20

작고한 소설가 이병주는 장편소설 에서 ‘태양(太陽)에 바래면 역사(歷史)가 되고 월광(月光)에 물들면 신화(神話)가 된다’는 명문을 남겼다. 우리나라 야구판에서는 양준혁의 기록이 바로 역사이자 신화나 다름없다.
‘살아 있는 전설’ 양준혁(39. 삼성 라이온즈)이 올 들어 좀체 제 모습을 찾지못하고 있다. 7월 24일 현재 타율 2할4푼6리(185타수 70안타), 5홈런, 39타점으로 예전의 위용이 오간 데 없다. 타격랭킹은 규정타석을 채운 43명 가운데 바닥권인 41위. ‘양신’의 체면이 영 말씀이 아니다. 이같은 낮은 타율은 양준혁의 프로야구 역사에 처음 있는 일이다.
양준혁은 지난 15년 동안 2할대 타율을 2002년( .276)과 2005년( .261)에 딱 2번 기록했다. 올해의 타율은 ‘방망이를 거꾸로 쥐고도 3할을 칠 수 있다’는 소리를 들어온 양준혁으로선 자못 굴욕적인 일이다.
이런 식으로 흘러간다면, 양준혁은 프로야구 사상 첫 16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과 16년 연속 세 자릿수 안타 기록 달성이 위태롭다. 삼성의 남아 있는 경기수는 30게임. 물론 양준혁이 원래의 모습을 되찾는다면 두 자릿수 홈런(-5), 세 자릿수 안타(-30)를 작성하는 것은 그리 어려워 보이지는 않는다.
시즌 도중인 지난 5월 17일 타격부조로 2군 강등을 자청하는 낯선 경험도 했던 양준혁의 기록은 그대로 역사로 이어진다. 개인통산 최다안타(7월 24일 현재 2165개), 루타(3653루타), 득점(1222점), 타점(1311점), 4사구(1269개) 등 5개부문은 바로 산역사이고, 홈런(336개)은 개인통산 1위 장종훈(한화 이글스 코치. 340개)의 턱 밑에 다다랐다. 올해 들어서도 양준혁은 프로야구 사상 첫 개인통산 2100안타(4월 3일)와 3600루타(6월 1일) 고지에 올라섰다.
양준혁은 7월 24일 광주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전에서 프로데뷔 16년 만에 처음으로 2번타자로 선발 출장했다. 1993년 삼성에서 출발한 양준혁이 해태 타이거즈(1999년)과 LG 트윈스(2000~2001년)를 거치는 동안 줄곧 중심타선에서 활동했던 것을 감안한다면 다소 뜻밖의 기용이었다.
양준혁은 생소한 타선에서 주눅들지 않고 3안타(4타수)를 때려내며 분발했다. 마치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쳐낼 수 있다는 것을 시위라도 하듯이.
양준혁이 올 시즌에 유난히 부진한 까닭은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부상으로 인한 봄철 훈련 부족으로 보인다. 양준혁은 작년 8월 17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LG와의 원정경기 도중 6-1로 앞선 4회초 공격 때 중전 안타로 출루한 뒤 박진만의 중견수 희생 플라이로 홈으로 들어오다 왼쪽 발목을 접질렀다. 당시 의료진은 2주 휴식을 권했으나 양준혁은 치열한 순위 경쟁 속에서 쉴 형편이 안된다며 3일 휴식 후 경기 출장을 강행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는 하지만 무리였다.
그 때문에 양준혁은 팀의 올해 해외전지훈련에 동행하지 못했다. 4월 들어 극도로 부진했던 양준혁은 “지금껏 야구하면서 이토록 잔인한 4월은 처음이다. 정말 생각처럼 야구가 되지 않아 답답했다”고 털어놓은 적도 있다. 성적이 부진하다보니 그라운드에서 기자들과 말을 나누는 것도 꺼려하는 모습을 보여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한대화 삼성 수석코치는 양준혁의 부진에 대해 “아무래도 작년에 발목을 다치는 바람에 겨울훈련도 못하고 러닝을 안한 것이 그 원인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타격 입신의 경지에 이르른 양준혁이 기술적인 면보다는 부상에 따른 훈련부족이 결국 올 시즌 타격 부진으로 이어졌다는 진단이었다.
한 코치는 “나이 먹은 선수들은 그 전의 전력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한해 한해 봐야 된다”며 “양준혁은 시즌 중에도 러닝을 할 정도로 나름대로 열심히 하는데 최근에는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들의 공에 배트 스피드가 못따라가는 현상이 나타난다. 현재 팀이 4강 싸움에 전력을 기울여야할 처지이기 때문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양준혁은 지난 1월 삼성과 2년 재계약(2008~2009년)을 맺었다. 적어도 내년까지는 양준혁이 그라운드에서 더 뛸 수 있다는 뜻이다.
양준혁으로선 분명 시련의 계절이지만 부활의 희망은 보인다. 최근 5경기 타율이 3할1푼3리(16타수 5안타)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올림픽 기간중 컨디션을 재점검할 수 있다는 점도 양준혁으로선 고무적이다.
개인통산 타율이 3할1푼6리(7월 23일 현재)로 2위(1위는 장효조의 3할3푼1리)인 양준혁이 ‘위풍당당’ 별명그대로 부활의 갈기를 곧추 세워 선수생활의 유종의 미를 거두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홍윤표 OSEN 대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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