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야성의 보컬'들은 어디로 갔을까
OSEN 기자
발행 2008.09.03 08: 46

[OSEN=최영균의 인사이더] 가요계 히트곡 상위가 온통 소년 소녀들이다. 물론 엄정화 이효리 MC몽 거미 등 20대 후반이나 30대 가수들이 적지 않은 히트곡을 만들어내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전체적인 양에서 볼 때 가요계의 주류는 다시 소년 소녀 가수들로 되돌아갔다. 1990년대 아이돌 시대에 비해 음악성이나 실력 면에서 훨씬 발전된 측면이 있어 소년 소녀 가수들의 가요계 지배를 부정적으로 볼 일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소년 소녀 가수들의 패권 장악이 두드러지는 가요계의 양지에서 눈을 돌려 음지 쪽을 바라보면 점점 넓어지고 있는 커다란 구멍이 눈에 띈다. 바로 김현식 전인권 강산에 임재범 박상민 윤도현 등으로 이어졌던 남성 허스키 보이스 발라드, 야성미 물씬한 저음의 남성 록 발라드의 퇴조다. 앞서 호명한 가수들 중 여전히 활발히 활동 중인 가수들도 있다. 하지만 남성 허스키 가수가 부르는 록 발라드 장르에서는 언젠가부터 히트곡이 나오지 않고 있다. 올해 상반기 발표된 곡 중 성적이 가장 아쉬웠던 노래로 김장훈의 ‘소나기’가 있다. 귀에 착착 감기는 멜로디, 김장훈 목소리와 곡 스타일의 조화, 음미할 내용을 담은 가사 등 히트할 요소들을 잘 갖춘 곡이었다. 가요 관계자들 중에는 상반기 최고 발라드로 꼽는 이들이 꽤 있을 만큼 좋은 곡이었지만 기대만큼 차트 상에서는 성적이 나오지 않았다. 그나마 이 계열로 요즘도 인기를 누리는 가수는 테이와 민경훈(버즈)이 있다. 하지만 이들도 얼굴을 알린 후에는 록 발라드 보다는 흑인 음악에 기반한 최신 트렌드적 요소들을 음악에 많이 가미하면서 정통 록/남성 발라드 계보에서 멀어져 가고 있다. 윤도현이 그나마 몇 해전 솔로 앨범 타이틀곡 ‘사랑했나봐’로 큰 히트를 기록하긴 했다. 하지만 이 곡 역시 너무 말랑말랑하고 가벼운 분위기라 계보에 넣기에는 다소 부족하다. 결국 남성 록 발라드 장르는 이리저리 살펴봐도 어느덧 가요의 변방으로 밀려나 있는 느낌이다. 이 장르는 발표된 후 10년 20년이 지나도 생명력을 유지하는 명곡을 수없이 배출한 장르라 퇴조라고 정의 내리기에는 아쉬움이 크다. 그렇다면 이 장르는 왜 힘을 잃었고 다시 부활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남성 록 발라드 장르의 위축 현상은 가요산업의 주 구매층이 절대적으로 여성화된 것에 기인했다고 볼 수 있다. 가요계가 음원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구체적인 데이터를 갖고 분석한 것은 아니지만, 가요 관계자들은 더 이상 남자들이 음원, 음반을 구매하지 않고 여성 구매층이 시장을 주도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남자 가수들은 미소년, 미성, 감각적인 편곡 등 남성적인 특질보다는 미적인 요소들을 갖춰야 스타가 된다. 여자가수들도 패션 등 여성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특징이 두드러져야 히트를 기록하고 있다. 남성 록 발라드는 남자들이 절대적인 주 구매층이다. 이렇다 보니 위축될 수 밖에 없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하지만 수많은 남성들은 여전히 노래방에 가면 김현식의 ‘내사랑 내곁에’, 임재범의 ‘고해’, 윤도현의 ‘사랑II’를 멋지게 부르기 위해 애쓴다. 그리고 대중음악계는 새로운 트렌드의 창조가 힘들어지다 보니 한국, 외국을 가릴 것 없이 ‘복고’라는 간판 아래서 과거 인기 장르 되살리기를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결국 록 발라드라는 장르가 되살아나려면 남성 음악팬들의 주머니를 열 수 있는, 탄탄히 구성된 마케팅 전술과 ‘복고’의 흐름을 잘 활용할 수 있는 타이밍 포착이 필요하다. 허스키한 저음의 남성 가수들이 가장 빛을 발할 수 있는 장르는 역시 한국형 록 발라드다. 가요계를 위해서는 이런 장르가 흐지부지 사라져 버리게 방치해서는 안 된다. /대중문화가이드 ck1@osen.co.kr 김장훈과 윤도현.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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