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음원 탄생 10년, 터닝포인트가 됐던 세븐의 ‘Crazy’
OSEN 기자
발행 2008.09.07 08: 23

[OSEN=최영균의 인사이더] 올해로 디지털 음원이 탄생한 지 10년이 됐다. 조PD가 1998년 PC통신에 자신의 노래를 올리면서 시작된 디지털 음원의 시대는 10년 동안 음악 시장이 근본부터 바뀌는 큰 변화를 일으켰다. 음반의 시대가 저물고 디지털 음원이 패권을 장악하는 음악 유통의 혁명이 일어났다. 음원 중심의 시장 변화는 수입의 대부분을 이동통신사 CP 서비스 대행업체 등 유통 연관 회사가 가져가는 구조로 정착돼 콘텐츠의 생산자인 가수와 제작자가 곤궁해지고 가요계가 위축되는 현상이 나타나는 등의 부작용도 컸다. 반면 무조건 모든 곡을 구매해야 하는 음반과 달리 원하는 곡을 골라 구매할 수 있게 됐다. 소비자 대중의 선택권 확대라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는 것이다. 얼마 전 한 언론사가 음악 전문 웹진과 함께 발표한 디지털 음원 시대 10년의 중요했던 음원들 중에는 조PD의 ‘Break Free’, 이효리의 ‘애니모션’, 원더걸스 ‘Tell Me’ 등이 선정됐다. 일단 조PD는 개척자라는 점에서 들어가야 마땅하다. 이효리는 음원을 전문 제작자가 아닌 거대 자본(휴대폰 회사)이 제작해낼 수 있고 활동 없이도 광고 만으로도 큰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사실, 즉 기존의 음악 제작-프로모션 틀을 완전히 깨트렸다는 점에서 선정에 공감이 된다. 원더걸스도 음원이 UCC와 결합될 때 어떤 폭발력을 드러내는 지를 가시화시켰기에 선정될 만하다. 여기에 반드시 추가되어야 할 곡이 하나 있다. YG가 2004년에 선보였던 세븐의 ‘Crazy’다. 이 곡은 가요 사상 처음으로 방송 출연을 포함한 대대적인 프로모션을 벌였고 히트를 한 첫 디지털 싱글이다. ‘Crazy’ 이전까지 디지털 싱글은 그냥 시장에 던져만 놓는 형식으로 유통됐다. 2004년에만 해도 이수영, DJ DOC, 성시경, 브라운아이드소울, 이효리, 신화, 박화요비 등이 디지털 싱글을 발표했지만 활동은 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히트도 안됐다. 디지털 음원이 세상에 선보인 지 6년이 된 당시만 해도 가수의 활동은 음반과 타이틀곡 중심이었다. 가수와 제작자들은 아직 새로운 시장인 음원 시장에 승부를 걸려고 하지 않았다. 하지만 세븐의 ‘Crazy’가 성공을 거두면서 가요 시장이 음원 중심으로 변화하는 터닝포인트가 됐다. 처음이다 보니 해프닝도 많았다. 음원을 인터넷 상으로만 공개하는 디지털 싱글을 본격 시도했는데 막상 방송사들에서는 보유한 음원이 없어 노래를 내보낼 수가 없었다. YG는 서둘러 2000장 정도의 CD를 만들어 전국의 방송사를 일일이 다니며 돌리는 수고를 해야 했다. ‘Crazy’ 이후 디지털 싱글은 급격히 활성화됐다. 여전히 디지털 싱글만 발표하면 음반을 선보인 것에 비해 방송 활동을 하는데 어려움은 있다. 방송사 음악 프로그램들은 한정된 출연자수에 비해, 디지털 싱글이 활성화되면서 발표되는 음반과 음원의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다 보니 더 많은 돈을 투자한(?) 음반 발표 가수 위주로 출연을 결정하는 경향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방송 출연을 제외하면 디지털 음원, 그리고 디지털 싱글 혹은 디지털 음반은 이제 완전히 가요 세상을 장악했다. 그러면서 디지털 음원의 파고에 한동안 완전히 무너진 듯한 분위기였던 음반 시장도 최근 아티스트 계열 가수들의 음반을 중심으로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앞으로 10년 후 과연 가요 시장은 또 어떤 변화가 있을 지 궁금해진다. /대중문화가이드 ck1@osen.co.kr 디지털 음원 시대로의 터닝포인트가 됐던 세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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