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최영균의 인사이더] 좀처럼 케이블TV와 지상파 방송사간의 격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케이블채널이 탄생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한국 시청자들의 지상파 채널에 대한 의존도는 여전히 절대적이다. 종종 케이블TV채널의 드라마나 예능에서 ‘별순검’이나 ‘순결한 19’같은 히트 아이템이 나오긴 하지만 그 시청률은 지상파 인기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에 비하면 아직은 한참 멀었다. 이런 절대 강세에 따른 자신감 때문일까. 최근 지상파TV가 올인하고 있는 트렌드는 결과적으로 케이블TV의 발전을 돕고 있어서 흥미롭다. 즉, 지상파TV들이 더 높은 시청률을 위해, 더 많은 광고 수주를 위해 몰려가고 있는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들의 인기 아이템들이 결국은 시청자들이 케이블TV를 보게 만드는, 의도와 다른 결과를 낳고 있다. 요즘 지상파TV의 트렌드를 살펴보면 드라마는 사극(혹은 시대극), 예능 프로그램은 고정형 MC/패널 체제다. 우선 드라마는 대대적인 과거로의 회귀다. 현재 방송 중인 KBS의 ‘대왕세종’ ‘바람의 나라’ 외에도 최근 끝난 KBS의 ‘최강칠우’ ‘전설의 고향’, SBS의 ‘일지매’ 등 사극이 그 어느 때보다 눈에 많이 띈다. 앞으로 방송될 드라마를 봐도 사극 수가 만만치 않다. SBS ‘바람의 화원’ ‘자명고’, KBS ‘천추태후’ 가 기다리고 있다. 시대극으로 방송 중인 ‘에덴의 동쪽’과 기획 중인 ‘디바 이난영’ 등까지 포함하면 실로 ‘복고 드라마’의 시대라 할 만하다. 이런 상황은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젊은 층이 TV 실시간 시청층에서 빠져나간 탓으로 보인다. 즉, 드라마를 TV로 보는 시청자층에서 20, 30대는 점점 줄어들고 40대 이상이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중, 노년층이 선호하는 사극과 시대극에 지상파 방송사들이 승부를 걸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케이블TV 드라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반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현대극을 선호하는 젊은 층이 아직까지는 TV를 챙겨 보면서 케이블채널의 시청률을 눈에 띄게 높여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드라마에 대한 관심의 초점이 지상파에 집중돼 있던 데서 케이블로도 상당히 이전되고 있다. 이런 상황은 미국 HBO채널이 그러했듯 지상파와 다름 없는 시청률을 기록할 저력을 갖춘 ‘섹스&더시티’ 같은 킬러 컨텐츠가 등장했을 때 폭발력을 배가시킬 수 있다. 여기에 공중파 TV의 사극 집중 현상은 한국의 사극에는 관심이 적은 일본의 한류팬들을 케이블 드라마로 관심을 옮기게 만든다. 실제로 현재 케이블채널에서 준비 중인 드라마 중에는 특A급은 아니더라도 B급 이상의 한류스타를 기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일본 수출을 염두에 두고서이다. 막강한 자금력을 가진 일본 한류의 관심을 더 많이 받게 되면 케이블 드라마는 공중파 드라마를 따라잡을 수 있는 동력을 더 키울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공중파 채널의 고정 멤버 선호 현상이 케이블 채널을 돕고 있다. ‘무한도전’ ‘1박2일’ ‘우리 결혼했어요’ ‘패밀리가 떴다’ 등 게스트가 적고 고정 멤버 위주로 끌어가는 프로그램들이 계속 인기를 끌면서 지상파 예능은 이 방향으로 올인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 때문에 지명도 있는 연예인들 중에는 고정 멤버가 되지 못한 경우 지상파 방송 출연 자체가 힘들어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케이블 예능은 이들을 흡수하면서 점점 업그레이드 중에 있다. 과거에는 인기 스타가 케이블 보다는 지상파 출연을 선호했고 이 때문에 지상파와 케이블의 예능 프로그램의 급이 나뉘는 인상을 줬는데 이제는 그 느낌의 격차가 확 줄어들었다. 지상파 채널들은 자신들끼리의 경쟁에 몰두해 케이블채널이 보이지 않는 듯하다. 하지만 이 와중에 케이블채널들은 체력을 점점 키워가고 있다. 케이블채널이 지상파와 맞붙을 만한 시점이 언제 눈 앞에 다가올지 지켜볼 일이다. /대중문화가이드 ck1@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