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스타’ 아류가 될 기로에 선 ‘명랑히어로’
OSEN 기자
발행 2008.09.28 09: 21

[OSEN=최영균의 인사이더] 모처럼 등장한 시사 예능 프로그램으로 호평을 받던 ‘명랑히어로’가 포맷을 변경했다.
일시적 시도처럼 보였던 ‘두 번 살다’가 이경규 김구라를 거쳐 27일 신정환까지 이어지면서 ‘명랑히어로’의 포맷 변경은 기정사실화된 듯하다. 시사 예능 프로그램의 등장에 열광했던 시청자들은 이런 포맷 변경에 대해 프로그램 게시판을 통해 불만을 표출하고 있지만 이제 되돌리기는 힘들어 보인다.
좋은 평가를 받았던 이전 포맷을 바꾸게 된 이유에 대해 시청자들 중에는 최근 정부와 대립이 벌어지고 있는 방송가의 상황과 관련된 ‘외압 음모론’을 제기하는 경우까지 있지만 ‘명랑히어로’를 담당하고 있는 김유곤 PD의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변함없이 낮은 시청률 때문’이라는 것.
이번 포맷 변경과 관련된 김 PD의 각종 인터뷰를 종합해 보면 시사 예능 프로그램이었던 ‘명랑히어로’는 ‘(호평에 비해)그다지 인기가 있는 편이 아니었다’ ‘재미가 없다고 안 보는 사람도 많았다’ ‘칭찬해주는 시청자는 소수였다’고 한다.
그래서 ‘예능 프로그램은 여론을 선도하기 보다 가벼운 오락으로서 기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 시청률 상승을 위한 포맷 변경을 시도한 것이라고 한다. 실제로 ‘명랑히어로’는 언론과 네티즌의 관심에 비해 시청률은 별로였다. 시간대를 옮겨도, 시사 예능 프로그램에 유리했을 ‘촛불 정국’을 거쳐도 드물게 간신히 8%를 넘는 바닥 시청률을 기록했다.
그렇다고 해서 ‘명랑히어로’의 포맷 변경에 무조건 지지를 보내기는 쉽지 않다. ‘명랑히어로’는 처음 출발할 때 ‘시사’를 다뤘기 때문에 ‘라디오스타’의 아류라는 비판을 피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같은 ‘두 번 살다’의 포맷이라면 결국 다시 ‘라디오스타’의 아류가 될 위험성이 있다.
‘명랑히어로’는 ‘라디오스타’가 인기가 상승하던 시점에 ‘라디오 스타’의 MC 군단을 통으로 데려다 만든 프로그램이다. 이 때문에 방송 관계자들과 시청자들 사이에서 비판을 받을 소지가 있었지만 ‘시사’를 다루게 되면서 두 프로그램은 MC의 지나친 겹치기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다른 프로그램이 되는 반전이 일어났다.
오히려 ‘시사’라는 테마는 ‘명랑히어로’가 ‘라디오 스타’의 장점을 더욱 발전시킨 체제로 보였다. ‘라디오스타’의 물어뜯기 막장 토크는 MC들과 게스트 사이의 개인적인 차원에서 이뤄졌다. 하지만 ‘명랑히어로’는 이런 ‘말의 태클’을 사회적인 사안으로 넓혀 공익적인 성격을 부여하면서도 막장 토크의 재미도 함께 챙기는 도약을 이뤘던 것이다.
하지만 ‘명랑히어로’가 포맷을 변경한 ‘두 번 살다’는 결국 개인적인 차원의 들추기 태클 토크로 돌아가버렸다. ‘죽음’이라는 무거운 테마를 예능 프로그램에서 시도했다는 점에서는 점수를 좀 주고 싶지만 프로그램의 큰 틀을 놓고 보면 ‘명랑히어로’는 ‘라디오스타’와의 차이를 찾기 힘들게 됐다.
평가만 좋지 시청률이 안 나오는 프로그램을 계속 하라고 PD와 방송사에 말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이번 ‘명랑히어로’의 포맷 변경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명랑히어로’가 그 자체로 의미 있는 프로그램이 되려면 ‘라디오스타’의 아류 색채를 지울 수 있는 보완적인 포맷 수정이 추가로 이뤄져야 할 듯하다. 그래서 시청률도 잡고 호평도 얻는 ‘명랑히어로’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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