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그녀를 죽음으로 내몰았을까 [OSEN=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한남대교를 넘다가 문득 전날 있었던 교통사고 사망자를 나타내는 전광판에 들어온 숫자 ‘1’을 바라보며 속이 먹먹해졌던 적이 있다. 전날 교통사고로 죽은 단 한 사람, 그 숫자는 고 이언 씨를 가리키는 것이었다. 아무런 혈연도 없고 일면식도 없는 한 스타의 사망 소식이 먼 친척의 사망소식 이상으로 마음을 울리는 이유는 무얼까. 아마도 살아생전 그 스타는 이미 자신을 사랑하는 대중들과 암묵적인 유사가족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 아닐까. 하물며 사고사의 충격이 한 가족의 죽음처럼 안타까울진대, 자살소식은 오죽할까. 늘 대중들 앞에 밝은 이미지로 웃고 서 있어야 하는 스타들이기에 이 갑작스런 어두운 이미지는 대중들을 충격에 빠뜨리기에 충분하다. 환하게 웃고 있는 영정사진들이나 생전의 모습을 담은 영상들은 대중들의 가슴 속에 남겨져 있는 이미지와 현실과의 괴리감을 더 극대화시킨다. 고 안재환 씨의 갑작스런 사망소식에 이어 최진실 씨의 자살소식이 더 안타까운 건 그 때문이다.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에요’라는 말을 유행시키며 CF 스타로 등장했던 당대 최진실씨의 이미지는 똑 부러지는 여성상이었다. 스스로도 가난 때문에 수제비를 하도 먹어 분식집을 가지 않는다고 밝혔듯이 그녀는 어려움 속에서도 주눅들지 않고 늘 밝은 모습으로 당당히 살아가는 오뚝이 같은 인상을 주었다. 이것은 최진실의 인생역정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야구선수 조성민과의 불화로 인해 이혼을 한 후에 급격히 하락한 이미지를 갖고도 그녀는 절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2005년 ‘장밋빛 인생’에서 암 투병을 하면서도 맹렬 여성으로 살아가는 모습으로 사랑을 받는 극중 맹순이처럼, 최진실은 그 역할을 통해 대중의 사랑을 다시 확인했다.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최진실은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을 통해 아직도 꿈을 꾸는 여성으로 성큼 대중들에게 다가온다. 하지만 역경을 딛고 일어선다고 하여 어찌 상처가 없었을까. 사생활까지 투명하게 다 드러나는 발가벗겨진 상태로 늘 서게되는 최정상의 위치는 어쩌면 가까스로 버티고 있는 최후의 보루였는지도 모른다. 이혼을 했다는 것 자체에 대한 사회적인 시선들은 물론이고, 자녀를 혼자 손으로 키워나가는 것에 대한 고통이 어찌 작았을까. 여기에 고 안재환씨의 사망소식과 연루되면서 불거져 나온 사채설은 고인이 마지막까지 밟고 있던 그 보루를 포기하게 만들기에 충분하지 않았을까. 고 최진실씨가 사망 당일 모친에게 한탄하며 한 그 말, “세상사람들이 참 섭섭하다”는 그 말이 아픈 건 그 때문이다. 이 말은 수많은 악플이나 루머 그 카더라 통신의 가장자리에서라도 혹여나 지나가는 소리로 소문을 날랐던 적은 없나 스스로를 생각하게 만든다. 사생활이 적나라하게 벗겨지는 리얼리티 시대에 다른 한편으로 양산되는 아무 근거 없는 루머는 연예인들을 우울증이라는 어둠 속으로 내모는 주범이다. 특히 연예인들이기에 더욱 대중들의 입에 오르내리겠지만, 일반인이라도 이제는 예외가 아니다. 제도적인 안전망이 필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대중들의 눈앞에 늘 존재하는 연예인들을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이제 TV를 넘어 일상 속으로 들어오는 이들을 가족 같은 눈으로, 친구 같은 마음으로, 동료 같은 느낌으로 바라봐야 할 때다. 또 하나의 안타까운 별이 떨어졌다. /정덕현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mansuri@osen.co.kr 블로그 http://thekian.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