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평의 야구장 사람들] 스트라이크 존, 심판 마음대로는 안된다
OSEN 기자
발행 2008.10.25 16: 41

2008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들어 스트라이크 존에 대해 말이 많습니다.‘유난히 좁아졌다’ ‘깐깐해졌다’는 등 심판들이 스트라이크를 잡아주는 범위가 정규 시즌에 비해 상당히 좁아졌다고 현장의 선수들과 지도자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두산의 선발 김선우가, 4차전에서 삼성의 선발 이상목이 경기 초반에 심판의 볼 판정에 대해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준플레이오프 때도 3차전에서 롯데의 선발 장원준이 1회말 1사 후 삼성 조동찬에게 안타, 양준혁에겐 볼넷, 진갑용에겐 빗맞은 안타를 맞은 후 박석민에게 볼넷으로 밀어내기 1점을 먼저 내주는 과정에서도 주심이 자신의 평소 스트라이크를 잡아주지 않자 흔들리기 시작했고 가운데로 공을 던지다가 안타를 얻어 맞은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시리즈에 직행해 여유있는 SK의 김성근 감독도 지난 23일 “심판들의 스트라이크 존이 너무 좁다. 인 코스, 아웃 코스를 잡아주지 않아 투수들이 힘들 것”이라면서 슬라이더를 주무기로 삼는 자기 팀 투수들을 걱정하게 됐습니다.
이에 대해 조종규 한국야구위원회(KBO) 심판위원장은 “전부터 포스트시즌에서는 스트라이크 존을 엄격하게 적용해 왔다”면서 한국시리즈에서도 현재의 방침을 지키겠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포스트시즌에는 이 같은 “스트라이크 존이 좁아졌다”는 말이 없었는데 올해 갑자기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입니다.
작년 한화-삼성의 준플레이오프엔 경기당 평균 득점이 6점 정도가 나온 반면 올해는 11점이 쏟아졌고 플레이오프는 지난해 9점인데 비해 올해는 12점이나 나왔습니다.
이 바람에 투수들이 애를 먹게 됐습니다. 올해 타고투저 현상이 나타났다고 하지만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 9차례 경기에서 한 명의 투수도 6이닝 이상을 던지지 못하고 매 경기 내내 불펜 대결이라는 황당한 기현상이 연출됐습니다.
스트라이크 존은 본래 바뀌는 게 아닙니다. 야구 규칙에는 스트라이크 존은 타자의 유니폼 어깨 윗 부분과 바지 윗부분 중간의 수평선을 상한선으로 하고 무릎 아랫 부분을 하한선으로 하는 홈 베이스 상공을 말한다고 못박았습니다.
그러나 우리 프로야구는 27년 동안 어느 해는 지나치게 외곽 코스를 잘 잡아주고 상하위 코스에 인색하다는 등 말이 많았으며 이 통에 2~5년마다 범위가 조금씩 넓어졌다가, 축소됐다가 하며 오락가락했습니다.
올해 정규 시즌에는 좌우 폭은 좁히고 비교적 높은 공을 잡아주는 추세로 심판들이 판정해 왔는데 몇 몇 심판들은 종전과 같이 좌우 폭을 지나치게 넓게 봐주는 데다 양팀에 일관성있게 판정을 하지 않아 비난을 받기도 했습니다.
심판들의 판정이 애매하고 오심 논쟁까지 일어나자 올 시즌 초반에 비디오 판독을 도입하자는 여론이 거세게 일었고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판정에 말이 많아지자 정확성을 위해 가을부터 홈런 타구에 대한 판정부터 비디오 판독을 적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잠시 수그러드렀던 판정 시비는 시즌 막판에 일부 불거져 나왔는데 KBO 심판위원회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철저한 스트라이크 존 적용’이란 방침을 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심판들이 스트라이크 존을 엄격하게 적용하겠다는 방침에 대해서는 무어라 할 말은 없습니다. 문제는 경기의 흐름을 한 순간에 바꿔 놓는 판정에 관한 방침을 정했으면 사전에 공지하고 각 팀에 통보를 했어야 마땅합니다.
전통적으로 포스트시즌에는 스트라이크 존을 엄격하게 적용해 왔다고 하지만 올해처럼 왈가왈부한 적은 없었습니다.
이와 함께 포스트시즌 직전 출전 팀에게 한 차례도 심판위원회의 방침을 전달한 사례도 없었고 올해 또한 공지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엄격한 스트라이크 존 적용을 하기로 정했으면 “심판들이 잘 나가다가 4차전부터 헷갈리기 시작했다. 왜 또 바뀌냐?” “들쭉날쭉한 판정은 제발 그만”이라는 항의는 나오지 않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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