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최영균의 인사이더]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가 수목 미니시리즈의 강자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 베토벤 바이러스’의 강세는 역시 ‘강마에’ 김명민의 명품 연기가 가장 큰 원동력으로 꼽히고 있다. 초반 김명민의 원맨쇼가 빛나던 드라마는 중반부를 넘어서면서 다른 주, 조연의 활약이 힘을 보태고 있다. 특히 조연들 중 오보에 주자 김갑용을 맡고 있는 이순재와 강춘배 석란시장 역의 이한위는 김명민 만큼 화려하진 않지만 빼어난 연기력으로 극의 완성도를 한층 높이고 있다. 이순재와 이한위는 그간 쌓아온 연기파 배우로서의 명성에 걸맞게 김명민과 맞붙는 투샷에서 유독 빛난다. 이순재는 치매 문제로 강마에와 실랑이를 벌일 때, 이한위는 보조 연주자와 관련된 시향 운영의 문제로 강마에와 맞부딪힐 때 김명민의 연기와 상호작용 속에서 팽팽한 긴장감을 극에 부여한다. 이순재와 이한위는 이번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다소 연기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연기에 있어서는 달인인 이들이지만 그간 다소 고정된 이미지의 배역을 맡아왔던 것에 비하면 이번 작품의 배역은 신선하다. 이순재는 그간 올바르지만 꼬장꼬장한 역을 주로 맡아 좋은 연기를 보여왔다. 물론 ‘거침없이 하이킥’에서는 ‘야동 순재’로 급변신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처럼 강인함보다는 온화함, 치매와 가족의 부재로 인한 고통 등 부드러운 인간을 연기로 선보인 적은 드문 것 같다. 김갑용에게서는 예전 이순재 연기의 트레이드 마크인 호통과 대쪽 이미지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대신 인간적인 품위를 잃지 않으려는 자존 의식과 따뜻한 마음에 연륜이 더해지면서 얻은 혜안으로 강해 보이기만 하는 강마에의 인간적인 외로움과 아픔을 읽어내고 자극해 강마에가 자신에게 좀더 솔직해지는 변화를 이끌어낸다. 코믹 연기의 달인이었던 이한위도 달라졌다. 이번 ‘베트벤 바이러스’에서는 코믹 연기는 물론 자신의 배역인 정치가의 야비함과 비정함도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좀처럼 오가기 힘든 이 상반된 느낌의 두 연기를 자유자재로 이어 붙이는 연기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비정함이 일으키는 분노와 어눌함이 야기하는 (비)웃음은 한국의 정치가들에 대해 비판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는 대중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대중들이 평소 갖고 있던 정치가에 대한 이미지를 생생하게 구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이한위의 연기에는 풍자가 배어난다. 정치가 혹은 세속의 성공우선주의자에 대한 풍자가 담긴 웃음은 한국 드라마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것이다. 그리고 이런 현실 세태에 대한 풍자가 담긴 코미디는 풍부한 의미를 담은 희극의 정수로 평가 받는다. 이순재와 이한위의 연기가 제대로 평가 받아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이 둘의 연기는 극의 중심인 김명민의 화려한 연기를 더욱 빛나게 하도록 소금 구실을 하는 데서 더 나아가지 않는다. 이순재와 이한위 모두 다른 작품에서는 주연을 압도하는 강렬한 연기를 펼친 적도 많지만 ‘베토벤 바이러스’에서는 의도적으로 힘 조절을 하고 있는 느낌이다. '베토벤 바이러스’는 강마에가 두드러질수록 드라마가 힘을 받는 구조다. ‘베토벤 바이러스’가 수목극의 선두 주자로 자리잡는 데는 이순재 이한위 두 연기 고수의 드라마에 대한 맞춤 연기도 한 몫을 단단히 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대중문화가이드 ck1@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