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의 발차기 사건은 야구팬이면 기억하실 것입니다. 메이저리그 풀타임 선수로 한창 잘나가던 1999년에 LA 다저스의 박찬호는 6월 6일(한국시간) 홈구장 다저스타디움에서 같은 지역의 라이벌 애너하임 에인절스와 경기를 벌였습니다.
박찬호는 그만 4회초에 매트 월백에게 만루홈런을 맞아 0-4로 뒤졌습니다. 그리고 5회말 주자가 1루에 나간 상황에서 보내기번트를 대고 1루로 뛰다가 상대팀 투수 팀 벨처가 타구를 잡은 다음 글러브로 가슴을 거칠게 밀자 “왜 그래?”라며 항의하자 벨처는 “XX야! 꺼져”라며 욕설을 뱉어 화가 난 박찬호는 팔꿈치로 벨처의 목부분을 밀었습니다.
벨처는 박찬호를 밀면서 왼발을 들어 올렸습니다. 이에 박찬호는 뛰어오르며 오른발로 이단옆차기 발길질을 해 무릎이 벨처에 목부분에 닿았습니다. 양팀 선수들이 뛰어나와 엉겨붙다가 더 큰 불상사는 없이 끝났습니다. 경기는 박찬호의 용감한(?) 모습을 본 다저스 선수들이 힘을 내 곧바로 만루홈런이 터지며 대역전승을 거두었습니다.
박찬호는 순간적으로 어릴 적 배운 태권도 동작이 자연스럽게 나왔다고 해명했지만 현지 언론은 “킥복싱” “쿵푸 파이팅!”이라면서 비꼬았고 야구에서 발차기는 있을 수 없는 폭력행위라는 여론이 강해 7경기 출전정지를 당하고 3000달러(추정)의 벌금을 내야만 했습니다.
중징계만이 아니라 박찬호에겐 또다른 후유증이 뒤따랐습니다. 다시 등판 후 4경기 연속 패전을 기록했습니다. 사건 이후 두 달 보름만인 8월 23일에야 승리투수가 됐습니다. 그 후유증이 가신 이후는 7연승을 마크했지만 그 해 성적은 13승에 그쳤습니다. 그 전해 15승을 올려 1999년에는 그 이상의 좋은 성적을 기대했지만 발차기 사건 때문에 제동이 걸린 것입니다. 그리고 그 다음 해 2000년에는 18승의 최고 좋은 성적을 올렸습니다.
2006년 7월 2일 대전구장에서는 현대-한화의 경기 도중 이글스의 5년차 투수 안영명이 유니콘스의 고참 김동수에게 빈볼성 투구를 하다가 시비가 붙었습니다. 흥분한 김동수가 마운드까지 쫓아가 안영명의 뺨을 두번씩 때리는 불상사가 발생했습니다. 양팀의 선수들이 달려나와 난투극을 벌였는데 이글스의 최고령 투수 송진우는 뛰어나와 이단옆차기로 김동수를 가격했습니다.
평소 “회장님”이란 호칭으로 점잖은 이미지의 송진우는 벌금 100만 원의 징계를 받았는데 박찬호와 마찬가지로 난투극 후유증이 발생했습니다. 개인 통산 200승 고지에 1승만 남겨놓았던 송진우는 이후 비로 인해, 컨디션이 나빠서 등 불운이 겹쳐 근 두 달 후 5게임만인 8월 28일에야 대기록을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해 한국시리즈는 SK의 김성근 감독과 두산의 김경문 감독이 시작하기 전부터 입씨름을 벌였고 경기 중 두 차례 빈볼 시비가 벌어졌습니다. 2차전 6회에 두산의 김동주와 SK 투수 채병룡이 빈볼 문제로 충돌했습니다. 난투극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선수들은 격앙된 분위기였고 경기 결과는 3-3 동점에서 이대수와 채상병의 적시타가 터지며 두산이 6-3으로 이겼습니다.
3차전은 유격수 이대수의 연속 에러 등으로 6회에 SK가 대거 득점하자 두산의 두번째 투수 이혜천이 연거푸 SK 김재현의 다리를 향한 투구를 하면서 난투극이 발생했습니다.
초반 2연패로 패색이 짙던 SK는 이 3차전 이후 4연승을 거두어 창단 첫 우승의 감격을 맛봤습니다. MBC 청룡과 LG에서 1986년부터 1992년까지 선수로 뛴 경력이 있는 SK의 민경삼 운영본부장의 지난 해 사건 해석이 재미있습니다.
“3차전에서 양쪽 선수들이 엉겨붙어 싸웠는데 우리 선수들은 주로 벤치 멤버들이 뛰어나갔고 두산은 주전급이 앞에 나와 몸싸움을 벌였다. 그래서 주전선수들의 몸상태가 차이가 나 그 다음 경기도 우리가 이길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민 본부장은 “만날 운동하는 선수들이지만 몸싸움을 하면 일반인과 똑같이 몸이 망가질 수 있다”면서 “운동하면서 근육을 사용하는 것과 싸울 때 근육 사용은 다르다. 나도 선수 때 한번 시비가 붙어 몸싸움을 한 적이 있는데 온몸이 쑤시고 결려 상당 기간 혼났다”고 경험담을 털어놓았습니다.
야구를 하면서 근육을 사용하는 것과 주먹질이나 발길질할 때 근육의 상태는 달라 운동선수들이라도 몸싸움을 벌이면 무리가 와 컨디션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이야기입니다.
2년 연속 한국시리즈에서 대결하게 된 SK와 두산은 올해는 분위기가 좋은 가운데 경기를 치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개막전 미디어데이 기자회견에서 김성근 감독은 빈볼 문제에 “몸에 맞는 공도 야구의 일부분이어서 투수들이 너무 마음을 약하게 먹으면 안된다”며 “이번 플레이오프 때 투수가 타자에게 모자를 벗는 장면이 세 차례 나왔는데 좋은 모습은 아니다”라고 견해를 밝혔습니다.
반면에 다음 날 김경문 감독은 “고의가 아니어도 머리를 향해 공을 던지는 행위는 선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무서운 것”이어서 “투수가 모자를 벗는 것까지는 하지 않더라도 미안하다는 제스처는 보여야 한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양팀 감독의 상반된 견해가 보도되자 팬들의 반응도 쏟아져 나왔는데 이 때문에 좋았던 양팀 분위기가 날카로와질까 걱정됩니다.
하여간 난투극이 벌어지면 선수는 큰 손해를 봅니다.
천일평 OSEN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