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같다.’ 맞는 얘기다. 야구의 본질이나 속성이 본바닥 미국이나 한국이 다를 리가 없다. 풍토 차이는 있을지언정. 과거 독재정권 시절에 ‘한국적 민주주의’라는 말이 회자 됐다. 그렇다면, ‘한국적인 야구’라는 표현은 보편 타당성이 있을까. 적어도 제리 로이스터(56) 롯데 자이언츠 감독은 그 말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듯하다. 올해 한국시리즈 직후 모 방송사 해설위원이 한 말이 떠오른다. 그 해설위원은 로이스터가 준플레이오프를 마치자마자 미국으로 돌아가려고 하자 “한국의 포스트 시즌을 한 번 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넌지시 권유했더니, “야구는 다 똑 같다”고 일축했다고 한다. 항간에는 로이스터의 예상보다 이른 귀국행보를 놓고 ‘롯데 구단 프론트와 무언가 이견이 있지 않았을까’하는 추측이 나돌았다. 롯데 이상구 단장은 이 부분에 대해 단호하게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이상구 단장은 로이스터의 그런 행위에 대해 “미국식 사고”라는 말로 압축시켜 표현했다. 이 단장의 전언에 따르면 로이스터가 떠나기 전 페넌트레이스와 포스트시즌은 다르니까 한 번 주시해볼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는 구단측의 지적에 대해 로이스터는 “한국야구를 배우려고 여기에 온 것이 아니다. 메이저리그를 전수하러 온 것”이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올해 500만 관중 돌파의 주역으로 야구 르네상스의 진원지였던 롯데 구단측은 정규 시즌과는 달리 포스트시즌에서 로이스터호가 맥없이 물러나자 은근히 속을 끓였다. 기대감이 물거품이 된 탓이다. 한국식으로 따진다면, 감독은 시즌이 끝나면 가을철 훈련부터 선수단을 장악해서 이듬해 시즌을 준비하는 것이 일상화 돼 있고, 모든 감독들이 그렇게 행동하고 있다. 로이스터는 그같은 방식을 전면에서 거스른 것이다. 한국구단들은 가을철 마무리 훈련에서 체력단련 위주로 꾸려가기는 하지만 배트와 글러브를 놓지 않고 조절을 해나가는 것이 보통이다. 바로 이 대목에서 로이스터는 큰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그와 관련, 로이스터는 ‘가을철 훈련은 체력단련만하면 되고, 선수들이 글러브와 배트를 만지고 싶어 안달이 날 즈음인 내년 1월부터 그런 훈련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견해를 피력했다고 한다. 지난 10월8일에 미국으로 돌아간 로이스터는 요즘 매일 롯데 운영부장과 통화를 하면서 선수단의 동향을 듣고 있다. 한국시리즈는 인터넷으로 봤다고 한다. 인터넷으로 보는 것이 한국야구를 속속들이 파악하는데 얼마만큼 효용성이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롯데 구단 프론트는 이같은 로이스터의 행보에 대해 불편한 심사를 애써 억누르고 있다. 이상구 단장은 “과거 김용희 감독이 로이스터처럼 미국식 운영을 했는데, 2년간은 괜찮았지만 그 후 팀이 가라앉았다”며 우려의 시선을 거두지 못했다. 로이스터는 오는 12월 8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메이저리그 윈터미팅 때 이상구 단장과 회동을 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 시점에서 용병 문제 등 선수단 운영에 관한 전반적인 의논이 이루어지길 바란다는 것이다. 롯데 구단은 외국인 선수 가운데 가르시아와는 재계약을 한다는 방침 아래 현재 접촉 중이고 투수 코르테스와의 재계약에는 물음표를 달고 있다. 반면 올해 FA가 되는 손민한은 반드시 잡을 작정이다. 올해 2년 계약을 한 로이스터는 연말연초를 미국에서 보낸 다음 내년 1월 6일께 한국으로 올 예정이다. 롯데 선수단은 4일부터 사직구장에서 가을철 훈련을 시작한다. chuam@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