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평의 아이&메모]김성근의 SK, 내년엔 4전전승? 그래도 약점은 있다
OSEN 기자
발행 2008.11.04 10: 08

지난 해 SK가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에 2연패를 당하고 4연승을 거두더니 올해는 첫 게임을 내준 다음 내리 4연승으로 패권을 거푸 거머쥐었습니다. 첫 경기를 패한 팀이 우승할 수 있는 확률은 작년까지 20%(25차례 중 5회)에 불과했고 초반 2연패를 당한 팀이 타이틀을 차지한 사례는 2년전까지는 한번도 없었는데 SK는 ‘하늘의 별따기’를 성공한 것입니다. 우스갯소리로 “2연패 후 4승→1패 후 4승을 했으니 내년에는 패수를 하나 줄여 한 단계 올라가 4전전승을 하겠다”는 말이 나올만 합니다. 왕년의 ‘해태 전성시대’를 구가한 타이거즈가 SK와 비슷한 전철을 밟았습니다. 해태는 1986년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을 상대로 2차전을 내주었으나 이후 3연승을 거두고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그리고 그 이듬 해에는 다시 삼성을 만나 4전전승으로 최초로 2년 연속 우승을 기록했습니다. 해태는 1988년에 빙그레와 한국시리즈에서 대결했는데 3연승 후 2연패에 위기에 몰렸지만 6차전 승리로 타이틀을 따냈으며 1989년에 재대결한 빙그레에 첫 경기를 졌지만 다시 4연승으로 4년 연속 우승의 금자탑을 쌓았습니다. 그리고 1990년에는 MBC 쳥룡을 인수한 LG 트윈스가 창단 첫 해 우승을 차지하여 해태에 제동을 걸었으나 1991년에는 또다시 빙그레와 대결해 한번도 지지 않고 4전전승으로 최강자 자리에 복귀했습니다. 해태가 빙그레를 상대해 2패→1패 후에 세 번째 대결에서는 4전전승을 거두었듯이 SK가 만일 내년에 두산과 3번째로 만난다면 4전전승으로 압도적인 면모를 과시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현재로서는 그다지 과장된 전망이 아닙니다. 그만큼 이번 한국시리즈가 싱겁게 끝났고 당분간 SK를 이겨낼 팀이 없다는 게 야구계 중론입니다. SK가 이렇게 최강팀으로 자리잡은 중심에는 김성근 감독의 공로가 큰데 김 감독은 내년부터 3년간 팀을 더 지휘할 것으로 예상돼 ‘SK 왕국’을 구축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김성근 야구’가 반드시 난공불락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이번 한국시리즈는 “SK가 잘했다기보다 두산이 스스로 지고 들어갔고 운이 따르지 않았다”라면서 SK가 더 많은 득점 기회를 두산에 제공하며 헛점을 보였다고 평가합니다. 한마디로 SK도 최강자다운 면모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이야기입니다. 페넌트레이스 장기전에서는 SK가 다른 팀을 월등하게 앞섰으나 단기전인 포스트시즌에서는 그만큼 약한 부문이 많다는 지적이기도 합니다. 특히 선발 마운드가 불안해 불펜 위주로 운영하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해태가 전성기 시절에는 정규 시즌에서는 그다지 뛰어난 성적을 올리지 못했지만 포스트시즌에서 유난히 강한 모습을 보인 것과는 비교가 됩니다. 이 부문이 SK가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이면서 다른 팀에는 ‘SK 왕국’을 파고들 틈새이기도 합니다. 두산은 김경문 감독이 2004년 사령탑을 맡은 후 4년 동안 3차례 준우승(2005년, 2007년, 2008년)을 차지했는데 강공 위주의 스타일이 많은 팬들에게 호응을 받았으나 때에 따라 작전과 선수 기용에서 변칙 운용을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김 감독 본인이 깨달았을 것입니다. 또 김경문 감독은 김성근 감독에 대한 두려움(?)이 가시지 않은 모양입니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대표팀 감독으로 모든 사람들의 예상을 깨고 금메달을 따낸 사령탑이면서도 이번 한국시리즈 직전에는 “올림픽에서 상대한 일본이나 쿠바보다 SK가 더 이기기 힘든 상대”라는 말을 털어놓은 것은 아무리 가벼운 농담이라도 삼가했어야 할 지도자의 발언이었습니다. 분명히 두산은 한국시리즈에 직행해 여유가 많았던 SK를 지난 해는 초반에 2연파했고 올해는 첫 경기서 최고투수 김광현을 상대로 5-2로 역전승을 거두는 강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지도자부터 시리즈 상대 감독을 이기기 어렵다고 말하면 선수들은 자신감을 갖기 힘듭니다. 롯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올해 최고의 돌풍을 일으키며 8년만에 가을잔치에 참가한 롯데는 준플레이오프에서는 너무나 맥없이 삼성에 3게임을 내리 내줬는데 선수들은 포스트시즌까지 견디어낼 수 있는 체력부터 쌓아야 하고 제리 로이스터 감독은 한국야구를 보다 연구하여 단기전에서 승리하는 길을 찾아야 합니다. 삼성은 시즌 막판에 한화가 스스로 무너지면서 어렵게 포스트시즌에 참가했으나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에서는 1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팀다운 뒷심을 과시했습니다. 신구세대의 조화로운 팀 전력을 갖춰 내년에는 한국시리즈까지 치고 올라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입니다. 내년엔 ‘SK 왕국’을 공략하는 각팀간의 경쟁과 접전이 더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합니다. 천일평 OSEN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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