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시대, 연예계로도 번져 오는 양극화의 그늘
OSEN 기자
발행 2008.11.09 10: 09

[OSEN=최영균의 인사이더]경제 불황의 그림자가 온 나라를 뒤덮고 있다. 불황은 소득의 양극화를 심화시킨다. 소수 소득 상위계층의 소득은 별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늘어날 수도 있지만 중산층은 서민 계층으로 몰락하고 이렇게 늘어난 서민의 생활은 갈수록 곤궁해지는 것이다. 사회에만 적용되는 듯하던 이런 양극화 현상이 최근 ‘별세계’처럼 느껴지던 연예계로도 번지는 조짐이다. 이런 현상은 연기자들에게서 가장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영화계가 지난해부터 불황으로 제작 편수가 급감하면서 일자리 중 한 축이 무너진데다 최근 방송사들이 주말, 금요, 일일 드라마 등을 잇따라 폐지하거나 잠정 중단하면서 배우들이 출연할 수 있는 작품 편수가 절대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여기에 각 기업들이 불황으로 광고 제작을 크게 줄이면서 광고 수입마저도 없어지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제작 편수 자체가 줄어들었을 뿐 아니라 비슷한 위상이더라도 모델료가 절반 정도 밖에 안 되는 가수들이 예능의 인기를 바탕으로 배우들이 주도하던 영역이던 광고계로 치고 들어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배우들은 준스타급들이다. 즉, 배우 세계에서도 ‘중산층의 몰락’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어차피 방송사들이 제작 편수를 줄이고 광고 제작이 급감하더라도 톱스타들에게 돌아갈 드라마나 광고는 여전히 남아 있어서 일자리는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 대작 드라마는 여전히 제작되고 불황의 영향을 덜 받는 대기업의 광고는 계속 되는데 이들의 섭외 대상은 당연히 톱스타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준스타급들은 광고가 줄어드는 것을 바로 직감하게 된다. 거기다 최근 방송사들이 폐지하는 드라마들이 톱스타들보다는 주로 준스타급들이 주연을 맡는 주말, 금요, 일일 드라마라는 점도 준스타급들의 몰락을 가속화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케이블 채널의 자체 제작 드라마 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준스타급 배우들이 이러한 불황의 터널을 돌파할 수 있을 지 여부는 현재로서는 케이블 드라마의 활성화에 달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수나 코미디언 분야도 마찬가지다. 가수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음악 유통의 수단이 음원으로 바뀌면서 유통사(모바일서비스 회사, 인터넷 음원 유통 사이트 등)가 수입의 대다수를 가져가는 구조로 인해 극심한 침체기를 겪어왔다. 최근 들어서는 한국에서 가수들의 가장 강력한 홍보 수단인 예능 프로그램 출연이 소수의 고정 출연자 위주로 운영되는 현상이 심화되면서 인기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자가 되지 못한 가수들, 특히 신인 가수들은 대중들에게 자신의 음악을 알릴 기회조차 잡지 못하는 상황이 돼버렸다. 음반이나 음원을 발표했는데도 아무도 모르는 현상이 속출하고 있다. 가요계 역시 음반이나 음원을 발표하면 홍보가 없어도 알아서 팬들이 구매해주는 일부 톱가수들과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 중인 극소수 가수들을 제외한 대다수의 ‘중산층’ 가수들이 몰락하는 현상이 고착화되고 있다. 코미디언/개그맨들의 경우에는 다소 복잡하다. 드라마 제작을 줄이면서 그 방송 시간대를 상대적으로 제작 비용이 적게 드는 예능 프로그램들로 메우려는 방송사들의 방침은 더 많은 출연 프로그램이 생긴다는 점에서 일단 코미디언들에게 유리하다. 하지만 KBS같은 경우 비용 절감 차원에서 코미디언 출신들이 주로 맡고 있는 MC를 아나운서 등 방송사 자체 인력으로 교체하고 있다. MC들의 고액 출연료 때문인데 이는 코미디언들이 설 자리를 좁히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거기다 이미 일부의 특급 MC만이 여러 프로그램을 도맡는 소수 집중화 현상이 진행되어 온 상황이어서 희극인들 역시 양극화의 소용돌이와 무관하다고는 볼 수 없는 듯하다. /대중문화가이드 ck1@osen.co.kr MBC 인기 예능 '무한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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