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판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와 8개 구단이 내년 시즌부터 경기수를 늘려 야구 부양책을 펴기로한 것이다.
그 내용은, 현행 팀당 126게임에서 7게임 늘어난 133게임으로 페넌트레이스를 치르자는 것이다. 133게임으로 할 경우 팀간 19게임(현행 18게임), 합쳐서 56게임 늘어나 총 560게임(현행 504게임)이 된다.
현행 팀별 126게임, 팀간 18게임제는 지난 2005년부터 올해까지 4년간 시행해온 제도로 133게임제는 2004년 시즌으로 되돌아가는 셈이 된다.
경기수를 늘리려는 가장 큰 목적은 기록의 문제이다. KBO와 구단들은 한국 프로야구 경기수가 미국(164게임)이나 일본(144게임)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보니 기록향상이나 경신에 어려움이 따른다고 판단하고 있다.
경기수를 늘리게 되면 우선 133게임제 때 수립된 기록경신이 가능해지고, 선수들의 실력향상을 꾀할 수 있을 뿐더러 관중수입도 당연히 많아져 ‘일석삼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상일 KBO 경기운영본부장은 “경기수가 적어서 미국이나 일본 기록에 근접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각 나라 프로리그 수준은 게임수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선수들의 실력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면 경기수를 늘려야 한다”고 개정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133게임제는 드림, 매직 양리그제로 시즌을 소화했던 2000년부터 2001년, 그리고 단일리그제로 환원된 2002~2004년 등 5년간 시행한 바 있다. 그렇다면 2005년부터 왜 경기수를 줄였을까.
이상일 본부장은 “항간에 나돌았던 병역 파동 영향설은 사실 무근”이라고 말했다. 다만, 팀간 19차전을 치르게 돼 홈, 어웨이 경기수가 일치하지 않은 문제점 때문에 균형을 맞추기 위해 줄이게 됐다는 설명이었다. 133게임제로 하게 되면 홈, 어웨이 불균형은 여전한 문제점으로 남는다. 이 문제를 어떻게 조절하느냐가 하나의 과제이다.
경기수를 늘리면 자연히 선수 엔트리 문제가 뒤따른다. 선수 혹사를 피하기 위해서 엔트리를 확대해야 하는데, 구단의 비용 증가와도 결부된다. 현행 1군 엔트리 26명에서 2명 정도 더 늘려야 하는데 대략 선수 1인당 1억 원가량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경기수를 늘리는 데 대해 현재 반대하는 구단은 없다. 야구붐을 일으키고 수입도 많아지기 때문이다. 현장 감독들 또한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이다. 하지만 감독들의 반대에도 불구, 올해 시행했던 ‘끝장 승부’와도 맞물려 있는 사안이어서 그에 따른 해법을 찾아야 한다.
끝장 승부는 장점은 있지만 선수들의 혹사로 경기력 저하를 불러오고 마감시간이 정해져 있는 신문이 경기 결과를 독자들에게 전달하지 못하는 등의 난점을 안고 있어 폐지나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던 것 또한 사실이다.
선수 엔트리 확대는 외국인 선수 기용과도 직결 돼 있다. 당연히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와의 협의가 선행 돼야할 문제이다. KBO와 구단들은 외국인선수 엔트리 확대를 놓고 그 동안 3명 등록, 2명 출장 방안을 주장해 왔으나 선수협회의 반대에 부딪혀 시행하지 못했다. 이 문제는 다시 자유계약선수(FA) 연한 조정과도 연계 돼 있다. 따라서 앞으로 구성될 선수협과 구단, KBO 협의체에서 집중 논의 될 것으로 보인다.
KBO는 오는 12월 1일에 열리는 감독자 회의와 12월 중순 단장회의에서 여론을 수렴한 다음 내년 1월 이사회에서 경기수 늘리는 방안에 대해 최종 결론을 내릴 작정이다.
참고로 133게임제 시행 때 수립된 주요 기록을 보면 한 시즌 최다홈런(이승엽, 2003년 56개), 최다타점(이승엽, 2003년 144타점) 등이다.
홈런만 놓고 비교해 본다면, 2000~2004년 5년 사이에 연도별로 30홈런 이상 기록한 타자가 모두 27명(연도별 평균 5.4명)이었으나 126게임제로 치른 2005년부터 올해까지 4명(2005년 서튼 35개, 2007년 심정수 31개, 2008년 김태균 31개, 가르시아 30개)에 불과했다.
홍윤표 OSEN 대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