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평의 아이& 메모]2008년 한국프로야구 6대 미스터리(상)
OSEN 기자
발행 2008.11.18 09: 02

SK가 대만 퉁이 라이온스에 대패해 아시아 시리즈 결승전 진출이 좌절되는 모습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와이번스 선수들이나 김성근 감독은 물론 한국팬들은 누구나 대만을 쉽게 제치고 결승에 올라 일본 챔피언 세이부 라이온스와 대결할 줄 알았는데 홈런 4방이나 맞고 큰 점수차로 패한 것은 올해 한국 프로야구에서 최악의 사건으로 꼽을만 합니다.
한국 프로야구는 올해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에서 기적 같은 9전전승을 거두며 금메달을 획득해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매년 8월 23일을 ‘야구의 날’로 지정하는 경사가 생겼습니다.
또 프로야구는 만년 하위권에서 헤매던 부산의 롯데 자이언츠가 8년만에 ‘가을 잔치’에 참여해 프로야구 붐의 주역으로 떠오르며 정규 시즌 전체 관중이 13년만에 다시 500만 명 시대로 접어들어 인기를 되찾았습니다.
관행적으로 매년 연말에 선정하는 ‘올해의 베스트(Best)와 워스트(Worst)’를 뽑으라면 SK의 아시아 시리즈 실패는 워스트에 해당하는 것이지만 그보다는 어떻게 그렇게 대패할 수 있었는 지, 수수께끼와 같아 차라리 ‘미스터리(Mystery)’라고 정의하고 싶습니다.
올해 한국 프로야구에서 SK처럼 잘 나가다가 막판에 좋지 않은 면에서 의문점을 남긴 6가지 미스터리를 두편에 나누어 소개합니다. 먼저 3가지를 꼽아보겠습니다.
제8구단 히어로즈의 존속 여부
지난 해 현대 유니콘스가 현대가의 지원 포기로 문을 닫게 돼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농협, STX, KT 등과 잇따라 접촉하며 후임 구단으로 영입하려 했으나 실패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미국의 정체불명의 업체가 나섰다가 슬그머니 사라지는 해프닝이 연출되기도 했는데 경제 불황으로 프로야구단을 운영하겠다는 기업체가 나타나지 않아 자칫 7개 구단으로 위축되는 상황까지 몰렸습니다.
그러다 지난 연말 극적으로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라는 미국계 합병과 투자 전문회사가 등장해 올 1월 30일 가까스로 제8구단의 명맥이 이어졌습니다.
창단 가입금 120억 원이 프로야구단 가치에 비해 지나치게 적은 액수이고 3번째 서울 연고 구단으로 입성하면서 LG와 두산에 지불해야 할 54억 원 문제는 슬쩍 넘기는 등 개운치 않은 사안을 남겼지만 프로야구가 공멸할 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은 해소됐습니다.
지난 3월 정식 창단한 센테니얼은 메인 스폰서로 우리 담배㈜를 잡고 3년간 300억 원이라는 거액을 지원 받기로 계약을 마쳐 다른 구단의 부러움을 샀습니다. 우리 히어로즈는 초기엔 진정한 프로야구단을 운영한다며 획기적인 구조조정과 선수들의 연봉과 계약금에서 거품을 뺀다는 방침이 알려져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습니다.
그러나 네이밍 마케팅과 스폰서십을 통해 야구단의 자생력을 입증하겠다는 계획은 이장석 대표가 분할 납부하기로 한 2차 가입금 24억 원을 KBO에 6월 말까지 내지 못하고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미루자 후원 업체 우리 담배는 "도저히 프로야구단을 운영할 업체가 아니다. 지원을 끊겠다”고 선언, 위기에 빠졌습니다.
일주일 후 24억 원을 납부하기는 했으나 우리 담배는 8월부터 지원금을 아예 끊었습니다. 우리 담배는 시즌 중 매달 현금 7억 원, 현물 3억 원씩 지원하기로 했는데 결과적으로 총액의 6분의 1인 50억 원만 약속을 지키고 히어로즈와 관계를 중단해 개인적으로 구단 운영비 80억 원(추정) 가량을 댄 이장석 대표는 올해 미지급금 28억 원에 관한 소송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연봉 거품을 빼는데 앞장 선 야구인 박노준 단장은 혹독한 후려치기로 외부로부터 비난을 받았고 내부적으로는 이장석 대표와 사이도 멀어진 끝에 시즌 종료 사흘 전에 갑자기 사퇴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 통에 초대 사령탑인 이광환 감독이 박노준 단장과 코치진이 선임한 지도자라는 이유로 시즌이 끝나자마자 해임되는 사태가 발생하는 등 구단 안팎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지난 10월 김시진 감독을 영입하면서 재정비에 나선 이장석 대표는 선수들 대우를 타구단 수준으로 약속하는 등 등두들기에 나섰지만 지난 10일 에이스 장원삼을 삼성에 현금 30억 원을 받고 트레이드하기로 계약을 맺어 야구계가 또다시 시끄럽게 됐습니다.
앞으로 야구단 운영에 자신있다고 밝혀 놓고도 예전 쌍방울처럼 선수를 판 돈으로 구단을 끌고 가겠다는 속셈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팽배합니다.
어쨌든 야구 규약은 위반하지 않고 구단을 끌고 가는 이장석 대표의 ‘야구 사랑’만큼은 대단한데 앞으로 그가 또 어떤 깜짝 능력을 발휘해 추구하는 진정한 프로야구단을 보여줄 지는 풀리지 않는 야구계 최대 수수께끼입니다.
SK, 아시아 시리즈 대만전 대패
SK가 아시아시리즈 첫 경기서 세이부를 4-3으로 잡고 두 번째 경기서는 중국의 텐진 라이온스를 15-0, 7회 콜드게임으로 꺾은데 비해 세이부는 대만의 퉁이 라이온스에 힘들게 2-1로 신승해 SK의 우승이 낙관 됐습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현지에 파견된 기자들도 2승 후 만일 SK가 대만팀에 져 3개팀이 동률을 이루면 어떤 대회 규정이 적용되는 지에 관한 기사는 보내지 않는 등 안일했습니다.
그런데 만에 하나 일어날 일이 11월 15일 도쿄돔에서 발생했습니다. SK가 퉁이에 4-10으로 패한 것입니다. 채병룡이 홈런 두 방을, 윤길현은 한방을 맞아 4-6으로 뒤집어졌는데 마무리로 나온 정대현이 더 이상 실점을 하지 않았으면 대회 규정에 따른 실점율로 결승에 나갈 수 있었으나 정대현도 3런 한방을 또 내준 것입니다.
SK는 지난 해 아시아 시리즈에서 퉁이 라이온스를 7회 콜드게임 13-1로 대파한 바 있고 당시 선발 채병룡은 5이닝 1실점으로 호투한 경험이 있었기에 이번 대패는 괴이하기까지 합니다. 마치 골프대회에서 선두를 질주하던 1위 프로선수가 마지막 18번 홀에서 어처구니 없는 트리플 보기를 범해 졸지에 순위가 내려앉는 사태와 비슷합니다.
일본인 심판이 편파적 판정을 하는 바람에 졌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그보다는 ‘야신(야구의 신)’으로 불리운 김성근 감독이 오로지 세이부만 염두에 두고 대만팀은 소홀하게 간주한 자만심이 이 같은 결과를 초래했다는 분석이 유력합니다.
하일성 한국야구위원회(KBO) 사무총장이 KBS 해설위원 시절에 자주 쓰던 “야구는 몰라요!”라는 명언이 새삼 생각납니다.
롯데의 준플레이오프 3전 전패
롯데가 시즌 2위는 오르지 못했으나 3위로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할 때만 해도 기세가 등등했습니다. 일부 야구인들은 4위 삼성이 만만치 않을 것이고 롯데가 이기기 힘들 것이라는 예측도 했으나 롯데가 한번도 이기지 못하고 3전전패를 할 줄은 아무도 몰랐습니다. 양팀간 시즌 맞대결 성적도 롯데가 10승8패로 우세했습니다.
올해 프로야구 인기몰이의 주역이고 역대 시즌 한 구단 최다 관중 기록(138만 명)을 세우며 좋은 성적을 거둬 ‘1992년 어게인~’까지 기대했기 때문에 더욱 아쉬움이 큽니다.
롯데의 패인에 대해 로이스터 감독의 한국야구 적응 부족, 선수들의 급격한 체력 저하, 1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삼성의 저력 등이 꼽히고 있지만 한 경기도 롯데가 승리하지 못한 점은 아무래도 풀기 힘든 숙제입니다.
이 수수께끼를 풀어야만 롯데의 내년 성적이 좋아질 것입니다.
천일평 OSEN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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