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최영균의 인사이더] 말 그대로 슈퍼 콘서트였다. 15일 서울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빌리 조엘의 현대카드 주최 첫 내한 공연은 그 어느 공연보다도 ‘슈퍼 콘서트’라는 칭호에 가장 어울렸다. 먼저 관중들이 눈에 띄었다. 서울에서 가장 큰 실내 공연장인 체조경기장을 맨 꼭대기 좌석까지 꽉 채운 관중들은 실로 오랜만에 보는 풍경이었다. 관중들의 나이대도 10대에서 50대까지 정말 다양했다. 특히 공연이라고는 별로 가보지 않는 듯한, 그래서 빌리 조엘의 공연 참여 유도에 처음에는 머뭇거렸던 중년의 팬들은 다른 대형 공연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힘든 나이대의 관객들이었다. 공연의 레파토리도 ‘슈퍼’라는 호칭을 붙일 만했다. 마니아가 아니더라도 알만한 팝의 명곡들이 쉬지 않고 나오는 빌리 조엘의 수많은 히트곡들은 관객 모두가 공연이 끝날 때까지 공연장을 빠져 나가지 않게 만드는 강력한 흡인력을 발휘했다. 레파토리의 다양성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Honesty’ ‘Piano Man’ ‘She’s always s woman’ 등 팝발라드에서 ‘Newyork state of a mind’같은 재즈를 거쳐 ‘My Life’ ‘Moving Out’ ‘It’s still rock&roll to me’ 등의 로큰롤, 그리고 뜬금없었지만 신났던 AC/DC의 헤비 메탈 ‘Highway to hell’까지 빌리 조엘 공연의 음악 폭은 넓고 다양했다. 가사도 사랑 노래 일색일 것이라는 예상을 뒤집었다. 한국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고 미국에서도 대히트곡은 아닌, 실업 문제를 다룬 사회성 강한 ‘Allen Town’을 부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 곡은 엘튼 존과 함께 했고 다시 재개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진 ‘Face To Face’ 공연에서도 부를 만큼 빌리 조엘이 애착을 갖고 있는 곡이지만 한국에서는 부르지 않을 것 같았던 곡이다. 무엇보다도 이 공연을 슈퍼 콘서트로 만든 것은 빌리 조엘이었다. 발라드를 부를 때는 짙은 호소력으로 관객들이 추억에 젖어 따라 부르게 만들고 신나는 로큰롤 넘버를 부를 때는 몸 무거운 중년의 관객들까지 일어나 몸을 흔들게 만든 빌리 조엘의 ‘신명 바이러스’, 에너지와 카리스마는 모든 공연의 궁극적인 목표인 가수와 관객의 하나됨을 완벽하게 실현해냈다. 이 밖에 백밴드의 탁월한 연주 실력과 호흡, 한국 공연장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힘든, 잘 조정된 사운드 등 부족한 것을 찾기 힘든 공연 중의 공연이었다. 빌리 조엘의 공연, 나아가 빌리 조엘처럼 슈퍼 콘서트가 가능한 가수들의 공연은 앞으로도 계속돼야 된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공연이기도 했다. 빌리 조엘의 공연에 모처럼(?) 모습을 드러낸 한국 중년들의 삶은 피폐하기 그지없다. 특히 최근들어 막대한 사교육비 지출로 인해 한국 중년들은 문화 생활을 거의 누리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메마른 삶은 본인들 뿐 아니라 함께 사는 가족들, 나아가 사회 공동체의 일원들까지 전염시키기 때문에 방치하기에는 문제가 크다. 자녀들의 사교육비 지출에 지갑이 얇아진 중년층이 문화 생활을 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음악 분야에서는 넉넉하지 않더라도, 티켓 비용이 싸진 않더라도 꼭 챙겨서 가고 싶을 만큼 강렬한 매력이 있는 ‘슈퍼 콘서트’가 자주 열려야 한다. 15일 빌리 조엘 콘서트에서 ‘Honesty’ ‘Piano Man’ ‘just the way you are’를 따라 부르며 추억에 잠기고 눈물을 글썽이던 중년의 관객들은 오랜 만에 풍부한 감정과 재회했을 것이다. ‘My Life’에 맞춰 박수를 치고 몸을 흔들면서 무기력했을 지도 모르는 삶에 에너지를 얻었을 것이다. 이런 슈퍼 콘서트를 한국에서 열 수 있는 가수로는 빌리 조엘과 엘튼 존, 스티비 원더 그리고 폴 매카트니 등이 떠오른다. 빌리 조엘, 엘튼 존, 스티비 원더는 이제 모두 한 번씩 한국 공연을 가졌으니 ‘한번 더’를 외치고 싶다. 빌리 조엘과 엘튼 존은 합동 공연인 ‘Face to Face’를 다시 재개한다고 했으니 이 공연으로 한국에 또 왔으면 좋겠다. 한번도 한국에 안 온 폴 매카트니도 서둘러 첫 내한공연을 치렀으면 한다. 한국의 음악팬들, 특히 한국의 중년들에겐 이들이 모두 공연을 통해 단순한 ‘음악 감상’ 이상의 삶의 정신적 풍요로움을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중문화가이드 ck1@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