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삼 트레이드 파동’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신상우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가 21일 오전 9시 서울 강남구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히어로즈 좌완투수 장원삼(25)을 삼성에 트레이드 시킨 일에 ‘불가’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그 배경에는 19일 KBO 이사회 석상에서 극렬한 반대 의견 한목소리를 낸 나머지 6개구단의 합심과 당초 히어로즈가 구단을 만들 당시 ‘5년간 KBO의 승인 없이는 구단 매각이나 선수트레이드를 시킬 수 없다’는 약정이 자리잡고 있다. 이번 장원삼 트레이드건이 명백한 약정 위반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신 총재는 기자회견을 통해 “히어로즈는 ‘선수 팔기로 구단을 연명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명백히 위반했다. 이는 야구계의 약속을 깨버린 것이다. 정상 참작 여지 없이 히어로즈는 전체적인 약속을 위배했다. 따라서 삼성과 히어로즈의 트레이드는 불가하다”고 선언했다.
반대 여론에 부닥친 신 총재가 장고 끝에 결국 장원삼 트레이드는 없었던 일로 매듭지은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신 총재는 동시에 “골든글러브 시상식(12월 11일)이 끝난 후 총재직을 그만두겠다”고 밝혔다. 신 총재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이지만, 장원삼 파동의 와중에 명쾌하게 결말을 짓지못하는 등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이면서 구단들의 불신을 산 것이 사퇴의 원인인 듯하다.
그렇다면, 이같은 신 총재의 ‘트레이드 불가’ 선언으로 장원삼 파동의 근본 원인은 제거된 것일까. 아니다. 오히려 사태는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 꼬여갈 가능성이 커졌다.
이번 트레이드 파동은 지난 14일 삼성이 장원삼을 받는 조건으로 투수 박성훈과 30억 원의 현금을 히어로즈에 얹어주는 과정에서 일어났다. 파동의 정면에는 ‘현금 30억 원’이 걸려 있었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히어로즈가 사실상 구단 운영의 한계 상황에 놓인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바꾸어 말하자면, 히어로즈가 선수를 팔아서 현금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구단을 이끌고 가기가 어려운 형편에 직면했다는 뜻이다.
히어로즈가 이번 트레이드를 추진한 다른 이유는 오는 12월말까지 가입분납금 24억 원을 KBO에 내야하는데, 그 자금 마련이 여의치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다급한대로 선수를 팔아서 충당할 작정이었던 듯하다.
돌이켜보면, 히어로즈의 창단(말이 창단이지 사실상 현대 유니콘스를 인수한 것)은 첫 단추부터 잘 못 꿴 것이나 다름없다. 주변에서는‘투자회사가 과연 연간 150억 원 이상 들어가는 구단을 운영할 능력이 있을까’하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했지만 어떻게 하든 ‘8개구단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명분론에 밀려 미심쩍은대로 시즌을 맞았던 것이다.
만약 히어로즈가 운영자금을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면, 결국 길은 하나밖에 없다. 서둘러 매각 협상에 나서는 것이 바로 현실적인 판단이자 불가피한 선택이 될 것이다. 30억 원이 문제가 아니라 구단을 길게 끌고갈 수 있는 힘이 있느냐하는 것이 사태의 초점이자 핵심이다.
산소호흡기를 들이댄다면 일시적인 연명은 가능할지 모르겠으나 근본적인 치유책은 될 수 없다. 일이 크게 벌어져 공중분해 되기 전에 이 시점에서는 KBO와 히어로즈가 원매자를 찾아 발벗고 나서는 것이 가장 현명한 판단이 될 수 있다. 그래야 선수팔아 구단을 운영하려는 악순환을 막을 수 있다.
선수 없는 구단은 껍데기에 불과하다. 현대 구단이 해체 위기 속에서 선수들을 팔아서 자구책을 마련하는 길을 택하지 않고 버틴 것(KBO의 만류가 있었지만)은 그래야 구단을 인수하려는 기업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같은 사례를 히어로즈 구단은 눈여겨봐야 한다. 경제가 바닥이지만, 프로야구가 올해 활황세를 이룬 것을 감안한다면, 관심을 가질 기업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
홍윤표 OSEN 대표기자
신상우 KBO 총재가 21일 ‘장원삼 트레이드 불가’를 선언하고 있는 모습.
장원삼이 현금 트레이드가 발표된 후 삼성 김재하 단장과 만나고 있는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