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최영균의 인사이더]드라마 ‘종합병원2’는 이래저래 화제작이 될 요소를 많이 갖고 있다. 메디칼 드라마 효시 ‘종합병원’의 14년 만의 속편 제작, 기발하고 창의적인 시트콤으로 평단의 지지를 받은 노도철 PD의 첫 장편 드라마 연출작, ‘바람의 나라’ ‘바람의 화원’ 두 경쟁 대작 드라마 사이에서 동시간대 전작 ‘베토벤 바이러스’의 인기 계승 여부 등 이 드라마에 대한 여러 관전 포인트들은 방송이 시작되기 전부터 관심을 모았다. 드라마가 공개된 후 4부까지 진행된 현재 ‘에피소드가 다른 의학 드라마의 에피소드와 유사해 식상하다’ ‘캐릭터가 과도하게 설정됐다’ ‘원작 ‘종합병원’에 기대 추억 마케팅을 한다’ 등 아쉬움을 드러내는 평가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판단을 내리기에는 좀 성급해 보인다. 원래 한국 드라마는 4부를 넘긴 후 평가를 내릴 필요가 있다. 보통 드라마가 4부까지 집필된 대본을 중심으로 준비되고 제작되기 때문이다. 드라마가 1, 2부에 좋은 흐름을 보이다 4부를 넘어서면 우왕좌왕하는 경우도 많고 반대로 4부까지 스토리나 캐릭터의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나지 않다가 5부를 넘어서면서 정리가 되고 탄력을 받는 경우도 상당수 존재한다. 특히 ‘종합병원2’는 이후를 주목해야 될 이유가 있다. 시놉시스를 보면 알 수 있지만 이 드라마의 핵심 중 핵심은 ‘변호사였다가 의사가 된 정하윤(김정은)과 기존 의사들의 차이와 대립 혹은 간극 좁히기’인데 이 틀은 4부까지 거의 드러나지 않았다. 맛보기 또는 복선에 해당하는 에피소드들만 소개됐을 뿐이다. 사실 앞서 언급한 다소 비판적인 평가들은 연출자인 노 PD의 ‘드라마 감독으로 뿌리 내리기’와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 노 PD는 시트콤 ‘두근두근 체인지’ ‘안녕 프란체스카’ ‘소울메이트’을 통해 발칙한 상상력, 인간과 인간 관계의 복잡미묘함에 대한 섬세한 탐구로 평단과 마니아층의 절대적인 지지를 이끌어 냈다. 하지만 드라마에 비해 적은 제작비를 비롯한 열악한 시트콤 제작 환경, 시트콤 편성의 불확실함에 따른 연출 기회 부족 등으로 인해 예능 PD에서 드라마 PD로 사내 전업을 했다. 그런 노 PD가 일반적인 드라마 규칙에 충실해 보이는 방식으로 ‘종합병원2’를 연출하니 노 PD의 독특함에 대한 높았던 기대치에 대한 반작용으로 아쉬움이 담긴 평가들이 등장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노 PD는 첫 장편 드라마에 임하면서 본래의 아티스트적인 기질을 접어두고 드라마업계에서 요구되는 테크니션적인 연출을 우선시 하지 않았나 싶다. 좀더 대중적인 접근이 필요한 드라마의 감독으로 자리매김하려면 기존의 룰도 받아들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종합병원2’가 기존의 드라마 성공 법칙에 전적으로 충실한 드라마라고 보기는 힘들다. 어떤 관점에서는 ‘종합병원2’에서도 노 PD는 새로운 실험을 하고 있다. 바로 미드의 한국 토착화에 대한 가능성을 탐구하고 있는 점이 그러하다. 사실 방송가에서는 미드의 본질적 특성인 시즌제로의 체질 전환에 대한 요구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성공하는 드라마에 비해 실패하는 드라마 수가 너무 많고 이는 방송국에는 부담이고 시청자에게는 낭비이기 때문이다. 실패할 확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성공한 드라마의 시즌제 제작은 드라마 편성에 안정성을 가져다 줄 수 있다. 하지만 사전 제작의 미정착, 스토리 중심의 드라마 연출 등 한국식 드라마 제작 방식은 시즌제 운영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종합병원2’는 한국형 시즌제 드라마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시즌제 드라마에는 캐릭터 구축이 필수 요소다. 등장인물의 캐릭터가 확실히 구축되면 에피소드만 바꿔가면서 시즌제를 전개하면 되기 때문이다. ‘종합병원2’는 인물들의 캐릭터 구축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드라마 초반에 ‘지나치다’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여기에 미드의 특성인 드라마의 회당 완결성 부여도 시도 중이다. 감정선이나 에피소드가 회를 넘어가지 않는 방식으로 진행 중이다. 물론 시청자들의 관심을 놓치지 않기 위해 회당 에피소드의 마지막은 다음 회 초반까지 이어지기는 하지만 근본적인 틀은 회별로 완결되는 구조를 갖고 있다. 드라마의 기본 얼개 속에 장르극의 특성을 활용하는 방식도 미드적이다. ‘유괴범 에피소드’에서는 유괴 아동을 찾는 과정에 스릴러적인 요소를 도입하기도 했다. 노 PD는 ‘종합병원2’에 앞서 선보인, 지난 봄 드라마 감독 데뷔작인 2부작 ‘우리들의 해피엔딩’을 통해 통속적인 이혼이라는 소재에 다양한 장르를 잘 버무려 장르에 대한 이해와 활용 능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노 PD는 가장 높게 평가하는 작품이 ‘그레이 아나토미’일 만큼 미드광이다. 평소 이동할 때 지하철에서 PMP로 미드를 보고 마니아들도 잘 모르는 작품까지 찾아 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수많은 미드에 대한 감상과 분석은 노 PD 특유의 기발한 연출세계가 구축되는데 한 축을 담당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종합병원2’는 ‘미드 키드’ 감독의 본격적인 등장이라고 볼만한 작품이기도 하다. 향후 방송될 ‘종합병원2’가 드라마로서 어떤 재미와 감동을 줄 지도 관심거리지만 미드의 한국적 변용이 가능하 지도 지켜볼 일이다. /대중문화가이드 ck1@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