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평의 아이& 메모]홍성흔, 로이스터에 이어 ‘부산 갈매기’선풍 주역으로
OSEN 기자
발행 2008.12.02 08: 35

홍성흔(31)이 지난 11월 27일 롯데 자이언츠에 이적한다는 소식은 야구팬에겐 깜짝 놀랄만한 뉴스였습니다.
홍성흔하면 으레 OB-두산 맨이라는 인식이 굳어졌는데 난데없이 멀리 떨어진 부산 팀으로 옮겨간다니 말입니다.
두산은 FA(자유계약) 선수인 홍성흔과 지난 19일까지 우선 협상 계약을 맺지 못했으나 ‘설마’하면서 여유를 부리며 팀 복귀를 기대했고 롯데는 정성을 다해 그를 만나 좋은 조건을 제시했습니다. 홍성흔은 부인의 친정이 마침 부산이어서 어렵지 않게 구단을 옮기게 된 것입니다.
전격적인 홍성흔의 이적 소식은 꼭 1년 전인 지난 해 11월 26일 롯데 구단이 강병철 감독의 후임으로 한국야구 사상 최초로 외국인 사령탑인 제리 로이스터(56) 감독을 영입키로 발표한 것과 흡사하게 야구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습니다.
밀워키 브루어스 사령탑을 지낸 로이스터 감독은 올 시즌 몇차례 기복을 드러내기도 했으나 구단과 팬들의 염원인 ‘가을에 야구하자!’를 8년만에 실현 시켰습니다. 시즌 성적 3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고 더군다나 한 시즌 구단 최다 관중 동원 신기록을 수립하며 롯데의 이미지를 크게 돋보이게 만드는데 주역이 됐습니다.
로이스터 감독의 성공은 선수들이 자율적으로 훈련하게 만들고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최선을 다하도록 이끌면서 선수단 분위기를 되도록이면 흥겹게 만들어 주었기 때문입니다.
홍성흔이 롯데에 입단하게 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자이언츠 팬들은 하루만에 ‘홍성흔 응원가’를 만들었고 로이스터 감독을 비롯한 선수단은 거의 예외없이 쌍수를 들어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중심타자 몫을 톡톡히 해낼 것으로 기대되는 홍성흔을 이렇게 반기는 분위기가 지속되고 긍정적인 면에서만 선수단에 플러스 된다면 올해 기껏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고도 준플레이오프에서 삼성에 3전전패로 맥없이 탈락한 아쉬움을 내년에는 충분히 씻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동안 전력 보강 투자에서 비교적 짜다는 평가를 들어 온 롯데 구단은 지난 2004년 두산의 외야수 정수근(31)을 6년에 옵션 포함해 40억6000만 원이란 거액을 들이고 보상선수로 문동환을 내놓는 깜짝 스카우트 쇼를 벌인 바 있습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정수근은 2004년 첫해와 2006년 시즌은 규정 타석을 채우지 못했고 올해는 7월에 두 번째로 불미스런 사고를 저지르는 바람에 한시적으로 퇴출되는 불명예를 겪어 제 몫을 하지 못했습니다.
롯데 구단은 홍성흔이 자신의 이름 값을 해 줄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혼성흔의 성과 포수-대포가 어울린 ‘홍포’라는 별명과 넉살 좋고 과장기 섞인 제스처를 보여준다고 해서 붙인 ‘오버 맨’이라는 호칭이 로이스터 감독에 이어 제2의 ‘부산 갈매기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고 팬들과 구단은 기대합니다.
한국야구에서 이제 2년째를 맞는 로이스터 감독의 선수들을 휘어잡는 스타일과 ‘오버 맨’으로 끼 넘치고 활력소의 대명사인 홍성흔의 궁합은 일단 잘 어울릴 것으로 예상돼 다행입니다.
로이스터+홍성흔의 바람이 좋은 면에서 상승 작용하길 바라지만 반대로 우려되는 면도 없지 않습니다. 홍성흔이 가세하면서 그로 인해 기존의 내외야수들에게 상당한 변동이 올 것이고 나아가서는 본래 그의 포지션인 포수로도 가끔 앉혔을 때 선수단에 영향이 미칠 것인데 다른 선수들에게 이질감이나 배타적인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최악의 상황으로 팔방미인 격인 홍성흔은 거꾸로 어느 한 군데도 성공하지 못하고 어정쩡하게 시즌을 보낼 가능성도 있습니다. 한국야구에 아직 적응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 로이스터 감독이어서 이 같은 우려가 더욱 짙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김경문 감독이 포수 자리에서 제외 시키는 바람에 지난 2년 동안 두산에서 힘들게 보낸 경험이 있는 홍성흔은 롯데에서 혹시 힘든 상황을 겪어도 누구보다 강한 투지와 열정으로 이겨낼 것으로 보입니다.
천일평 OSEN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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