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최영균의 인사이더] 서태지는 역시 이슈메이커다. 방송 활동에 나선다는 사실 만으로도 이목을 집중시킬 강력한 관심사인데 여기다 최근 방송사와의 편집권 논란으로 다시 연예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어찌됐든 서태지의 방송 활동 재개는 연예계에 있어서 역사적인 사건이다. 이는 단순히 방송가를 떠났던 초거물 서태지가 다시 방송으로 돌아왔기 때문이 아니다. 올 한 해 지속적으로 진행되던 탈신비주의 흐름에 서태지가 사실상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배역을 담당했기 때문이다. 연예계 스타의 이미지 마케팅의 한 축이자 대세로 수년간 지속되던 신비주의가 무너지고 대중친화 마케팅이 주류로 등장하는 분기점이 되기 때문이라는 뜻이다. 신비주의의 붕괴는 김종서로부터 시작됐다. 김종서는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그간 자신의 신비주의 생활을 스스로 풍자하는 개그로 아티스트에서 엔터테이너로 활동 영역을 넓혔고 이후 은둔형 스타들의 사생활 공개나 방송 출연이 봇물 터지듯 이어졌다. 대표적인 은둔형 스타였던 유지태, 이영애 등이 토크쇼나 스페셜 프로그램을 통해 감춰뒀던 자신의 생활을 드러냈다. 고현정은 라디오 프로그램 출연으로 신비주의의 장막을 걷어내더니 예능 프로그램 전문 제작사와 전속 계약을 체결해 본격적인 대중친화 활동을 예감하게 했다. 여기에 월드스타 비도 나섰다. 오랜 해외 활동 후 재개한 국내 활동에서 작심한 듯 자신의 사생활과 속내를 과감히 털어 놓았다. 이렇게 고조되는 탈신비주의 흐름 속에서 마침내 서태지가 나서 방점을 찍었다. 영원히 하지 않을 것 같던 방송 활동 재개를 선언한 것이다. 신비주의가 가수보다 더 심했던 배우 영역에서도 탈신비주의를 피할 수는 없는 듯하다. 영화산업의 불황으로 영화에만 출연하던 톱배우들이 속속 드라마로 돌아오고 있다. 드라마 출연은 배우의 신비주의를 약화시킨다. 영화는 대중이 스타를 두 시간 남짓 밖에 볼 수 없지만 드라마는 최소 일주일에 이틀씩 8주를 계속 노출시킨다. 돈을 안 내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접근성도 훨씬 높다. 거기다 스타들의 중요한 수입원이자 위상의 받침목인 한류에 있어 영향력이 거의 없어진 영화에 비해 드라마는 사정이 나아 영화 출연만 하면서 신비주의를 고수했던 톱스타들의 드라마 진출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그간 신비주의가 득세할 수 있었던 것은 숨어 있어도 찾아와 주는 시장의 호황 때문이었다. 여기에 ‘잦은 노출은 스타의 생명력을 줄이고 가치를 소모시킨다’는 스타들의 인식이 더해지기도 했다. 이제 탈신비주의 경향이 심화되어 가는 상황에서 주목해서 볼 연예인은 이효리다. 이효리는 톱스타 중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처음부터 일관되게 탈신비주의를 전략으로 채택했다. 단순히 신비주의를 거부하는 차원이 아니라 대중들이 궁금해하는 자신의 사생활과 속마음을 주도적이고 적극적으로 공개해왔다. 은둔형 톱스타들과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나아가면서 친근함을 무기로 대중을 사로잡았다. 이효리도 자주 보이다 보니 여러 차례 ‘식상하다’는 비판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그럴 때마다 자신에 대한 노출의 강도를 높이고 새로운 이슈 개발로 정면 돌파해왔다. 물론 이효리의 전략이 정답이라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향후 연예 산업의 시장 상황이 국가 경제의 침체와 맞물려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면 탈신비주의 경향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오랜 동안 은둔형 스타로 살아오다 대중친화라는 낯선 환경으로 넘어온 스타들은 이효리를 벤치마킹해야 할 지도 모른다. 사생활의 노출을 강화하는 것까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끊임 없는 이슈 발굴을 위한 노력은 참고해도 될만한 것이 아닐까 싶다. /대중문화가이드 ck1@osen.co.kr 서태지와 이효리. 온라인으로 받아보는 스포츠 신문, 디지털 무가지 OSEN Fun&Fun, 매일 3판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