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본 2008 가요계, ‘올스타’와 장기하 그리고 ‘아침이슬’
OSEN 기자
발행 2008.12.15 09: 29

[OSEN=최영균의 인사이더] 2008년은 가요계에 특별한 한 해였던 것 같다. 여전히 음반의 시대보다 가수나 제작자가 수익을 훨씬 적게 가져가야 하는 음원의 시대가 지속되는 상황으로 인한 창작자들의 극심한 불황, 다비치 외에는 이렇다 할 신인이 눈에 띄지 않는 대형 신인 불임의 시대가 지속되는 상황으로 미래는 여전히 어둡다. 하지만 미약하더라도 희망을 말할 수 있는 한 줄기 빛이 몇 년 만에 처음으로 짙은 암흑의 가요계에 비친 한 해였기도 했다. 2008 가요계를 정리하자면 예능을 하지 않으면 노래가 주목 받기 힘든 가요와 예능의 밀월관계가 더 깊어졌고 아이돌이 1990년대 말에 이어 두 번째로 가요계를 장악하는 주도 세력이 되기도 했다. 가치 평가를 내리기 힘든, 중립적인 시각으로 바라봐야 할 이런 경향이 있다면 긍정적인 점수를 줄 만한 일들도 많았다. 김동률을 위시한 일군의 거물급 싱어송라이터가 복귀해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공을 거뒀고 남성에 비해 극도로 열세에 머물던 여가수들이 음원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면서 가요계 성비의 균형을 맞춰 나갔다. 쥬얼리 브라운아이드걸스 원더걸스 이효리 백지영 등이 선봉에 섰다. 무엇보다도 2008 가요계가 ‘희망’을 말할 수 있는 이유는 가요계가 공황 상태에 접어든 이후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장벽들에 이런저런 균열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 장벽을 하나로 묶어 보면 ‘가요에 대한 무관심’이자 ‘삶에 있어 음악의 가치 저하’로 정리할 수 있다. 우선 ‘올스타’는 올스타다웠다. 서태지 신승훈 비 동방신기 김종국 백지영 등 2008년 하반기 오랜만에 떼지어 돌아온 월드스타 혹은 ‘국민가수들’은 가요 관계자들 사이에서 백약이 무효라고 생각됐던, 극도의 비관만이 흐르던 가요 프로그램의 바닥 시청률을 호황기의 수준으로 올려 놓았다. 올스타 중 중심 타자인 동방신기가 판매량 40만 장이 넘는 음반을 몇 년 만에 등장시킨 것도 크게 환영할 일이지만 ‘올스타’의 복귀가 가진 가장 큰 의미는 어떤 회생의 기운도 찾을 수 없던 가요계에 ‘가요 프로그램’ 측면에서 반전의 희망을 꿈꾸게 했다. 소수 마니아를 제외하면 끝없는 무관심에 허덕이던 인디계가 모처럼 대중의 적지 않은 관심을 받은 한 해이기도 했다. 하반기 ‘장기하 열풍’ 그리고 전반기 요조를 위시한 일군의 여성 보컬리스트들은 인디도 대중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 보였다. 물론 장기하의 인터넷 관심 몰이나 여성 보컬리스트들의 공통점 중 ‘미모’가 있다는 점에서 보면 일시적이고 감정적인 현상이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장기하나 여성 보컬리스트들 모두 이번 붐업이 인물에 대한 관심만이 아니라 음악 자체에 대한 관심도 높다는 점에서 보면 긍정적으로 앞날을 지켜볼 일이라 생각된다. 음원의 시대에 접어들면서 소비와 말초적인 소모의 대상으로 변해버린 가요가 과거, 삶에 영향을 미치는 소중하고 의미 있는 작용물로 복귀하는 극적인 순간이 존재했던 한 해이기도 했다. 아마도 올해 가장 행복했던 가수는 양희은이 아니었을까 싶다. 지난 6월 10일 양희은은 50만 관객 앞에서 ‘아침이슬’을 불렀고 그 노래를 50만 관객이 따라 불렀다. 촛불 집회였으니 양희은 역시 기쁜 마음으로 무대에 올라 행복한 마음으로 내려 왔을 리는 없겠지만 가수로서는 최고의 무대, 가장 극적인 순간을 보내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당연히 이 무대가 최고의 순간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아침이슬’이라는 노래의 힘 때문이다. 당시 광화문에 모인 엄청난 수의 사람들의 마음을 4분 남짓한 짧은 시간에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콘텐츠는 노래, 가요 밖에 없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촛불 집회의 지지, 반대 여부를 떠나 당시 광경은 가요 관계자 관점에서는 노래가 사람들의 마음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을 오랜 만에 재확인하는 뜻 깊은 순간이었다. 결국 2008년 발견한 ‘희망’을 가요계가 더 나은 현실을 가져오는데 디딤돌이 되게 하고 싶다면 가요 산업 종사자들은 ‘대중들이 이제 음악을 소중한 보관물이 아닌 소모품으로 대한다’는 한탄에만 빠져 있을 때가 아닌 것 같다. 쉽지 않더라도, 대중들이 바뀌었다 하더라도 수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노래를 만들기 위한 시도와 노력에도 나서야 할 것이다. 여전히 대중들의 대다수는 힘든 현실 속에서 마음의 위안을 찾을 무엇인가를 바라고 있을 것이라는 사실이 확인된 한 해였기 때문이다. /대중문화가이드 ck1@osen.co.kr 온라인으로 받아보는 스포츠 신문, 디지털 무가지 OSEN Fun&Fun, 매일 3판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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