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평의 아이& 메모]문체부, 감독관청으로 프로야구 지원한 게 있는가
OSEN 기자
발행 2008.12.23 09: 10

프로야구 사장단이 지난 12월 16일 차기 총재로 유영구(62) 명지의료재단 이사장을 추대했지만 문화체육관광부가 절차상의 문제를 제기한 끝에 유영구 이사장이 자진 사퇴했습니다.
유영구 이사장은 2008년 제8차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를 하루 앞둔 22일 “프로야구가 정부와 중요한 관계를 갖고 있는데 마찰을 빚으며 총재직을 맡기는 어렵다”며 사퇴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신상우 총재 후임 제16대 KBO 총재는 23일 이사회에서 사장단이 새로운 인사를 선임하기로 했지만 부담감 때문인지, 정부의 의중을 더 알아보기 위해서인지 선출을 하지 못하고 "야구를 사랑하는 인사, 덕망있는 인사"를 내년에 인선하기로 미루는 것으로 그쳤습니다.
야구계에서는 이번 사태에 대해 ‘문체부의 지나친 간섭’이란 반응이 어느 때보다 높습니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일단 야구계에서 절차상 잘못을 저지른 것으로 생각합니다.
잘못된 법률이나 규정이더라도 분명히 KBO의 주무관청은 문체부이고 KBO 정관에도 ‘총재는 총회에서 선출 후 감독청의 승인을 얻어 취임한다’고 되어 있는데 사장단이 간담회에서 유영구 이사장을 선임한 후 문체부와 협의를 거치지 않고 일방적인 발표를 했기 때문입니다.
미국 메이저리그나 일본 야구기구는 총재(커미셔너)를 선임할 때 정부의 승인을 받지 않지만 우리는 태생적으로 야구 정관에 감독청(문화체육관광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이번 사태가 발생하자 문체부 관계자는 “총재 선임은 문체부 소관”이라고 밝히고 “KBO가 정부 예산을 지원을 받으니 정부의 뜻을 따르는 게 당연하다”는 주장을 했는데 야구계에서는 씁쓸하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분위기입니다.
그렇다해도 이제는 감독청인 문체부 관계자나 정부 고위층이 생각을 바꿀 때가 됐습니다. 감독청이라고 해서 그동안 야구계에 지원해 준 게 무엇입니까?
1982년에 프로야구 출범을 주도한 게 정부였지만 실제 구단 운영은 대기업들이 적자를 보며 해왔습니다. 적자폭이 매년 늘어나 2000년 이후에는 구단마다 연간 100억~200억 원씩 됩니다. 기업 홍보가 되니 괜찮지 않느냐는 이야기가 있지만 그만한 거액을 다른 방식으로 기업 PR에 사용하면 훨씬 낫다는 반론이 설득력을 줍니다.
정부는 축구를 위해 월드컵 경기장 10군데를 새로 짓고 그후에도 지속되는 엄청난 적자를 고스란히 지원해 주고 있는데 그것에 3분의 1만이라도 야구 지원을 해주었다면 이번 사태에 대한 야구팬과 야구인들의 원성이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문체부가 감독청이면 감독청다운 씀씀이와 능력이 따라야 합니다. 지난 해 현대 유니콘스가 문을 닫으면서 프로야구 붕괴 이야기가 나오고 제8구단을 새로 찾을 때 감독청으로서 도와준 게 있습니까?
프로야구는 한국 프로스포츠 단체 종목 중 가장 먼저 탄생(1982년)하고 최고 인기 종목으로 성장해 정규 시즌에만 500만 이상의 관중이 야구장을 찾는 시대가 됐습니다.
그동안 정부는 서울 잠실구장과 부산 사직구장, 인천 문학구장 세 군데를 그나마 근대식으로 지어 야구장으로 활용하고 있으나 규제가 많아 연고 구단이 완전 임대를 하지 못하는 바람에 이윤 창출이 힘들고 불편한 점이 많습니다. 대구, 광주, 대전 등 다른 지방 야구장은 협소하고 열악해 부끄럽기 짝이 없는데다 위험하기까지 합니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야구는 미국, 일본, 쿠바 등 세계 강국을 제치고 금메달을 따내며 전국민에게 감동과 열정, 자신감을 심어 주었는데 이게 감독청 덕분입니까? 군 입대 면제 혜택 정도가 있는데 이것은 문체부 이전에 30여년 전부터 내려온 정부의 방침입니다.
"KBO가 정부로부터 토토 지원금을 받으니 정부의 뜻에 따라야 하는 것 아니냐"는 문체부의 주장은 "토토 지원금은 오히려 정부가 프로야구를 이용해 사행사업을 한 뒤 벌어들인 수익금 중 극히 일부를 배당하고 있으니 더 많은 배당이 있어야 할 것"이라는 정당한 요구는 언제 해결할 것입니까.
올해 경우 스포츠토토로 3520억원의 수익금이 발생했는데 가장 큰 수입원인 프로야구는 그중의 2%도 안되는 62억 원을 지원 받았습니다.
문체부 산하 국민체육진흥공단은 지난 2002년부터 스포츠토토 발행으로 생긴 수익금의 절반을 월드컵축구경기장 건립비 상환에 충당하고 나머지 수익금 중 10%를 축구, 야구, 농구, 골프, 씨름, 사이클 등 몇 몇 경기단체의 유소년 육성지원금으로 할당해 지급해 왔습니다.
이에 따라 대한야구협회도 유소년야구 육성비 명목으로 2004년부터 5억 원 가량을 지급 받았지만 지난 해 중간에 갑자기 KBO도 지원한다는 이유로 중단하겠다는 황당한 방침 변경 때문에 유소년야구가 곤욕을 치른 적이 있습니다.
KBO는 지난 2004년 수익금 배당 몫으로 6억 1202만 원, 2005년 41억 원, 2006년 36억 원, 올해 62억 원을 받아 대부분 아마야구와 유소년야구 발전에 쓰고 있습니다.
국민들이 가장 좋아해 최고 인기 종목이라고 누구나 인정하는 야구로 상당한 적자를 보고 있는데 왜 지원을 하지 않는 지 정말 궁금합니다.
지난 27년간 16대 신상우 총재까지 10명 중 단 한명(12~14대 박용오 총재)을 제외하곤 번번이 정부의 관선 총재가 자리를 맡아 왔습니다.
아무리 낙하산 인사를 앉힌다해도 야구 정관에는 엄연히 구단주 총회에서 먼저 선출하고 감독청이 승인을 하도록 돼 있습니다. 그동안은 거꾸로 된 선임 과정이었습니다. 정부-문체부에서 추천한 정계 인사를 구단주들이 꼭두각시처럼 나중에 일제히 손을 들어 받아들이는 모양새가 그렇게 보기 좋습니까.
어느 인사가 새로운 총재에 선임되든지 달라진 세상에서 야구인과 팬들을 보기에 무척 얼굴이 화끈거려 힘들게 됐습니다. 이제는 야구팬들이 바라는 인사를 야구단 사장과 구단주가 선임하는 것으로 끝나는 시대가 됐습니다.
스포츠토토 사업 관리도 해당 종목 단체에 맡겨야 합니다.
천일평 OSEN 편집인
프로야구 감독관청인 문체부 유인촌 장관.
문체부가 지원은 없고 감독관청으로 군림하는데 대해 야구계의 불만이 팽배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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