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최영균의 인사이더] 2009년 가요계는 두 장의 ‘감성 앨범’과 함께 시작되는 느낌이다. ‘원조 디바’ 이소라가 4년 만에 새로 발표한 7집 정규 앨범과 인디 밴드 브로콜리너마저의 정규 1집은 몸과 마음이 모두 추운 상태로 2009년을 맞는 대중들에게 꼭 필요한 온기를 불어 넣고 있다. 이소라의 음반은 주요 음반 판매 사이트에서 1월 첫 주말 음반 판매량 1위에 올라 있고 브로콜리너마저도 인디 밴드로서는 이례적(?)으로 판매 순위 최상위권에 우뚝 서 있다. 판매량 면에서도 그렇지만 이 두 뮤지션의 음반은 한동안 가요계에서 만나기 힘들었던 제대로 된 ‘대중적’ 감성 음악이라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가질 만하다. 음악으로 마음의 피로와 상처를 위안 받고 싶지만 그런 음악이 없어 가요에서 마음을 멀리 했던 감성 음악 팬들에게는 특히 반가울 일이다. 이 둘이 이번 음반을 통해서 선보이는 음악은 멜로디 편곡 창법 차원에서 감성적일 뿐 아니라 최근 주류는 물론 인디에서까지 소흘히 하는 경향이 나타나는 가사에서도 완성도 높게 감성적이다. 또한 노래를 관통하는 감성이 훌륭하게 정제되고 담백하다는 점에서도 닮아있다. 설명이 필요 없는 이소라는 이번 앨범에서 변화를 보이고 있다. 상처의 극심한 고통 속에서도 고통의 바닥까지 파고 드는 극한의 애상이 그간의 이소라 음악이었다면 좀더 편안해지고 자유로워진 모습으로, 슬프지만 경쾌하기까지 한 분위기로 돌아 왔다. 슬픔에 천착해 온 그의 음악이 어떤 경지에 올라선 느낌도 든다. 마치 이문세-이영훈 콤비가 ‘이제 그리운 것은 그리운 대로 내 맘에 둘거야’라고 읊조리던 ‘옛사랑’을 발표하면서 발라드의 새로운 차원으로 넘어갔을 때처럼 말이다. 이소라는 5집에서 모던록을 도입하면서 모던록의 특성상 강렬한 슬픔의 감정이 다소 누그러지지 않을까 예상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두 장의 앨범에서는 모던록에 기반한 음악을 선보이면서도 여전히 상처와 외로움의 통증이 극심하고 치명적인 느낌을 전했다. 그러던 이소라가 김민규(스위트피) 정순용(마이앤트메리) 강현민 이한철 정지찬 등 대부분 5집부터 함께 작업해 온 모던록 뮤지션들은 크게 바뀌지 않았지만 이번 음반에서는 같은 멤버들과 다른 음악을 만들어냈다. 이소라는 최근 낮시간대 라디오 DJ를 맡으면서 훨씬 밝아진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이런 느낌이 음악으로도 연결된 느낌이다. 뮤지션에게 음악과 삶이 분리되지 않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는데 삶과 음악에 동시에 어떤 변화가 찾아온 뮤지션 이소라를 느낄 수 있다. 독특한 이름의 브로콜리너마저는 5인조 혼성 그룹이다. 2006년 이들은 단 한 곡의 노래로 인디계에서 벼락 스타가 됐다. 2006년 인디계의 ‘Tell me’로 불린 ‘앵콜요청금지’라는 곡 하나로 이들은 졸지에 유명인이 됐고 이후 각종 록 페스티벌에서 관객들이 그룹 멤버는 몰라도 곡은 모두 따라 부르는, 보기 드문 장면을 연출했다. 브로콜리너마저의 음악은 최근 인디의 한 경향으로 자리잡고 있는 순수파 음악과 맞닿아 있다. 대중들이 접근을 어렵게 했던 인디 음악의 독특한(혹은 부담스러울 수 있는) 향을 가미하지 않고 담백한 사운드가 뒤를 받치는 감성적인 멜로디와 일상적이라 할 수 있는 가사가 특징이다. 마치 1980년대 동물원의 음악처럼 처음 접했을 때는 아마추어적인 느낌도 있지만 단순해 보이는 사운드 이면에는 탄탄한 곡 구성과 만만치 않은 내공의 가사를 숨기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들이 흥얼거리는 멜로디는 강력한 흡인력을 갖고 있다. 들을 음악이 없다고 투덜거리는 30, 40대 음악팬들에게는 1980년대의 감성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이소라와 브로콜리너마저가 2009년 가요계를 여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다시 힘들어진 세상살이에 대한 효과 좋은 진통-치료제가 나왔다는 점에서도 그러하고 ‘진짜’ 감성, 정제된 감성을 만나기 힘들어진 가요계를 위해서도 그러하다. /대중문화가이드 ck1@osen.co.kr 정규 7집을 발표한 가수 이소라.
